인정상사장(57) - 파나마잭 토털클리닝서비스

그동안 한호일보는 창간 기획 ‘한인 주요 업종 간담회’를 통해 요식업 3회(1월 25일-한식/중식, 2월 1일-일식/스시, 2월 15일-카페), 건설업(2월 22일), 미용업(2월 29일) 간담회에 이어 3월 7일 청소업 사업자 인터뷰를 진행했다(업계 특성상 개별 인터뷰 방식 진행). 청소업계 현황과 발전 방향 등에 대해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요약했다. - 편집자 주(註) 

‘청소만’으로는 한계 직면 

경비, 건물관리 등 연관 서비스로 사업 확대해야

상업용 클리닝을 주로 하고 있는 4명의 한인 사업자들이 전화 인터뷰에 참여했다.  

빅토리아와 NSW에서 상업용 클리닝 사업을 해온 김영묵 사장은 최근 업계 추세로 대형 용역업체의 득세를 지적했다. 그는 “청소와 경비, 건물관리 등 다각화된 사업을 펼치는 대형 업체들이 청소업 시장에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며 “스팟리스(Spotless) 같은 기업은 약 4만 명을 고용하는 대기업으로 청소, 세탁, 시설관리, 방역, 케이터링, 시큐리티(경비) 등 복합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또 ISS(그리스계), 템포(이탈리아계), 브로드렉스, 도브클리닝서비스, AMC 같은 기업들이 시장에 자리잡으면서 청소 서비스만 제공하는 중소형 업체들이 밀려나고 있다”고 동향을  설명했다. 

김 사장은 현 청소업계에서 한국계 '메인 플레이어'가 없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 20-30년간 부동산, 건설 경기 호황으로 주거용, 상업용 건물이 급증하면서 청소 비즈니스도 함께 확대됐다. 과거 한인 사회에서 청소업으로 크게 성공한 이들도 나왔으나 현재는 두각을 나타내는 '메인 플레이어'가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젊은 한인들이 청소업 시장에 과감하게 도전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부동산증가와 더불어 청소업은 성장 산업이고 현금흐름(cash flow)이 좋은 강점이 있다. 자본, 재고, R&D 투자, 임대비 등의 부담이 없고 영어 능력이 부족해도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최근 인도, 네팔, 스리랑카, 파키스탄계의 진출이 활발하고 시장 잠재력을 본 호주인 젊은층의 참여도 늘었다. 청소 계약을 따낼 수 있는 능력과 수주한 계약을 관리할 능력이 있다면 한인 젊은층도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 좋겠다. 유명 정치인들이 청소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법조인 겸 사업가 출신인 말콤 턴불 총리도 네브 랜 전 NSW 주총리 등 세 명이 동업으로 대규모 상업용 청소업에 투자를 했던 경험이 있다고 김 사장은 소개했다. 그만큼 비즈니스 투자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교민 경제에 대한 청소산업의 기여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소업은 교민사회 초기 경기를 지탱해 온 주요 기둥 중 하나였고 지금도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었지만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하청계약(sub-contractors)을 통해 고용된 한인들도 많다. 이 분야 종사자들이 자긍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인 사업자들이 전문성을 키워 부가가치 높은 틈새시장을 발굴하고 시간당 30-100달러 영역을 개발하는 한편 하청계약으로 큰 수입이 안되면 소규모라도 원청계약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고 격려했다. 

상업용 클리닝 사업 경기와 애로 사항에 대한 다른 사업자들의 이야기도 있었다. 

쇼핑센터 클리닝 사업을 오랫동안 해온 이윤화 사장(재호한인월남전참전협회장)은 "계약처가 과거 100여개에서 현재는 20개 정도로 줄었다"며 "빅 W나 울워스 같은 대형 유통업체 계약처의 단가도 많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식품 무역업과 함께 청소용품 공급회사를 운영하는 강태승 사장(전 월드옥타 시드니 지회장)은 "단기 매출이 30-40% 감소하는 등 지난 3-4년간 부침이 심했다. 하지만 청소산업 자체는 전반적으로 경기 변동에 무딘 분야"라고 밝혔다. 

수십 개의 RSL 클럽을 주 계약자로 가진 백승국 사장(시드니한인회장)은 낮은 단가와 대형 용역업체들로 인한 계약 수주 어려움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어떤 곳은 청소 단가가 20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기간 동안 모든 물가가 몇 배 올랐다. 대형 복합 용역업체들과의 경쟁도 매우 치열하다. 이러한 기업들은 청소 계약을 수주하기 위해 건설, 빌딩관리, 시큐리티 부문을 패키지로 묶어 접근한다. 청소 부문에서는 기본만 챙기고 빌딩관리 등 다른 분야에서 수익을 남기는 전략을 쓴다. 단가 경쟁에서 밀리는 영세한 업체들이 계약을 따내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업다각화가 절실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백승국 사장은 한인 사업자들이 상업용 클리닝 시장은 물론 홈클리닝 시장에서도 밀려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홈클리닝 분야는 아직까지 대기업이 장악하지 못하고 소규모 가족 단위 사업자들이 우세한 시장이다. 네팔이나 인도계 사업자가 증가하면서 한인 업체들의 경기가 옛날 같지 않지만 한인 고용 창출을 위해서라도 놓치지 말고 질 지켜야 할 시장"이라고 말했다.  

청소일을 파트타임으로 하고 있는 유학생 윤모씨는 급여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NSW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그는 “주변 유학생들 중 요식업이나 청소업 등 한인업소에서 일을 하면서 급여에 불만을 갖는 사례가 많다”며 “파트타임이나 캐주얼잡이라도 가급적 호주 규정을 준수할 수 있는 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년 전 한인 하청업자를 통해 시드니 북부에서 주말에 작은 수퍼마켓 청소를 시작했다. 페이는 법정 최저 임금에 미달되는 돈을 받았다. 성실하게 일을 했더니 수퍼의 호주인 매니저가 직접 일자리를 제공했다. 청소 외에 선반에 물건을 진열하는 일, 창고 정리를 함께 맡겼고 호주 법 규정에 맞는 급여를 받게 됐다. 대학에서 공부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 수 있어서 만족한다. 호주 규정에 맞게 돈(주말 급여)을 받는다는 점은 더욱 좋다. 졸업 후 풀타임 일자리를 잡을 때까지 계속 주말 일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부심 갖고 고가 틈새 시장 공략 필요”

인정상(57) 파나마잭 토털클리닝서비스 사장은 7일 직접 인터뷰를 했다. 시드니에서 클리닝 사업을 11년째 운영하고 있는 인 사장은 업계에 현재 종사 중이거나 새롭게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될 만한 여러 이야기를 전했다.


“정부와 계약은 한시적, 민간 시장 초점 둬야"

인 사장은 본인의 주 사업분야가 소파/카펫과 오피스 청소라고 소개했다. 그는 “소파/카펫 클리닝은 호주 부유층이 타깃이며 말콤 턴불 총리도 우리 고객 중 한 명이다. 오피스 청소는 정부(카운슬 등)와 클럽, 펍 등 민간 부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 사장은 소파/카펫 클리닝이 동양인에게 유리한 틈새시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쪼그린 자세로 구석구석 손 봐야 하는 소파 청소의 경우 덩치가 큰 서양인들은 '자세'가 잘 안 나온다. 동양인들은 체형적으로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호주 부유층 시장을 뚫는데 다수 자격증을 가진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클리닝 전문교육기관을 통해 15개 과정을 수료하고 자격증들을 취득했다. 상류층이 많이 이용하는 고급 가구점에 어필할 때나 정부기관의 청소용역 입찰 때 자격증이 매우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인 사장은 정부와의 청소용역 계약이 대개 한시적이기 때문에 사업 안정성을 위해선 민간 시장에 초점을 두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냈다. “정부는 공무원과 사업자 사이 결탁을 막기 위해 장기 계약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업자를 대부분 교체한다"고 설명했다. 

현금흐름과 수금 관리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인 사장은 "홈클리닝의 경우 현금지불이 많고 지급주기도 짧은 편이다. 상업용은 상대적으로 지급주기가 길다. 정부 건물은 지급주기가 3주 정도이고 스트라타(아파트)는 보통 30일 이상이다. 급여가 바로 나가야 하는 업계 특성상 수금과 현금흐름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 사장은 악성 대금 연체를 처리하는 방법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용역비 분쟁은 법정으로 가면 대개 지불명령 판결이 나온다. 악성 연체의 경우 즉시 '리마인딩 레터'를 보내고, '파이널 노티스'에서는 상대가 부담해야 할 법정 비용을 명시해 수금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 사장은 청소 사업자들이 보험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업자들이 비즈니스 보험 없이 청소 사업을 한다. 청소를 하다가 고가 가구나 카펫, 건물에 손상을 입히고는 피해 보상을 감당하지 못해 잠적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집주인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업자도 그 동안 구축한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다 끊어지는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보험은 사업자와 계약자 모두의 보호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수 해결 노하우 공유 제안 

인 사장은 청소업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실수들과 그 해결방법을 서로가 공유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경험 부족으로 인해 청소 약품을 잘못 쓰거나 기계를 잘못 다뤄 건물을 손상시키는 문제가 업계 현장에서 빈번히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후 '나만의 노하우'라며 끌어안고 누구에서도 알려주지 않는다. 실수 사례와 해결법이 공유되지 않으니 업계 내 똑같은 실수가 계속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인 사장은 한인 청소 사업자들이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좀 더 크게 볼 것을 주문했다. 그는 "청소 시장은 호주인이 주 고객이다. 한인 사업자 한 사람의 실수가 '한인들은 실력이 부족하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굳어지면 모두의 손해다. 호주의 청소 시장이 얼마나 큰 지 모른다. 한인 업자들이 실수-해결책 공동 매뉴얼을 만들고 서로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시장을 키워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단지 돌릴 시간, 고객에게 30분 더 투자해라"  

인 사장은 청소사업에서 성공하는 비법은 현재 고객에게 30분을 더 투자하는 것이라는 지론을 밝혔다. 그는 오랫동안 마케팅을 하다 보니 전단지 돌리기보다 만족한 현재 고객들로부터 입소문으로 소개를 이끌어내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전단지 돌릴 시간에 지금 고객 집에서 30분을 더 투자해라. 소파 클리닝만 하지 말고 선풍기 팬도 닦아주어라. 고객들이 알고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나중에 당당하게 소개를 요청해라"고 말했다. 

인 사장은 고객 소개의 연쇄효과가 비즈니스 성장에 큰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한 집의 가구를 청소하다가 고객 친구 집의 가구를 청소하게 되고 이어 집 전체, 집 주인의 사업체로 계약이 계속 꼬리를 물면서 비즈니스가 확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구지책 인식 탈피, 교육받고 전문성 갖춰야"

인 사장은 현직 종사자들에게 전문교육을 꼭 받을 것을 권했다. 그는 “10여년 전 소파/카펫 클리닝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전문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일을 하라’는 청소기계 판매점 사장님의 조언 한마디가 내 청소업 인생의 전기가 됐다. 이후 많은 교육을 받았고 자격증을 땄다. 만약 한인 선배 사업자들을 따라다니며 어깨 너머 배우는 것으로 끝났다면 현재의 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 사장은 전문교육기관에서의 경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교육을 받으러 가니 거의 전부 백인들이었다. 더 놀라운 건 대다수가 5년차 이상 경력자라는 것이다. 이들은 기술과 약품, 장비가 계속 발전하기 때문에 본인들도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청소업에 대한 자부심도 굉장히 높았다"고 말했다. 

인 사장은 한인들이 이민 와서 할 게 없으니 호구지책으로 청소업을 한다는 생각이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소 시장은 카펫부터 홈클리닝, 산업 폐기물 처리까지 매우 세부화된 시장이다. 교육을 받고 전문성을 갖추면 단가가 높은 시장으로 뚫고 들어갈 수 있고 일반인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돈을 벌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 사장은 "홈클리닝 시장은 중국인이 무섭게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기본 청소 외에 다림질을 서비스로 해주기도 한다. 한인들은 단순 저가 시장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부문을 발굴해 나가야 한다. 저는 46살에 청소업을 시작했다. 30, 40대 '청년'들이 청소업에 많이 진출하고 큰 돈을 벌어 사회에도 환원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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