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lame duck)이란 보통 임기 말의 권력누수 현상을 말한다. 임기가 끝나가는 사람에겐 볼 장 다 봤다는 식으로 홀대를 하고 아래 사람들도 말을 잘 안 듣는다. 5년 임기 역대 한국 대통령들도 이런 분한 꼴을 많이 당했다. 3년 임기를 마치고 돌아갈 때가 다 된 김봉현 주호주 한국대사를 시드니 한인회가 고별 강연회를 주최하여 호주를 떠나는 대사에게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배려 했다. 강연회가 끝나고 백승국 한인회장이 감사패를 전달했다. 흐뭇한 광경이었다. 과거에는 대사나 총영사가 교민들에게 군림하려던 지위지향적 자세가 많았다. 지금은 김봉현 대사나 이휘진 총영사처럼 업무지향적 외교관으로 탈바꿈했다. 이제는 외교관이 본국 정부의 입장을 교민들에게 강연회를 통해서 직접 알려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김대사는 2014년 말에도 복지회 주최로 강연회를 가진바 있다. 호주교민 역사상 대사가 교민을 상대로 한 첫 강연회였다. 지난 3월  시드니한인회관에서 개최된 두 번째 강연 제목은 ‘한반도 주변정세와 한-호 관계’였다. 김 대사와 대화를 하다가 필자가 항상 느끼는 건 “아, 이런 건 고위 외교관들만 알 수 있는 정보겠구나!”하는 내용들이다. 그의 강연은 한-호 관계부터 시작했다. 그는 한국과 호주는 한국전쟁의 혈맹으로 정치, 경제, 문화 면에서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나라임을 강조했다. 경제 규모도 세계 12위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협력관계이고 문화, 체육부문도 호주 젊은 층에게 각광 받는 K-Pop, 호주 출신인 샘 해밍턴이 이 한국에서 맹활약하고 있고 한국계로 호주에서 활약하는 가수 임다미와 골퍼 이민지를 예로 들었다. 

한국 경제는 혁신적인 면에서 세계 최고이며 상품도 휴대폰, TV, 전기차용 리튬(Lithium) 배터리, LNG 선박, 무풍 에어컨 등이 세계를 주도한다고 했다. 한국은 동북아지역 경제허브로 이 지역 중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FTA(자유무역협정)을 가장 많이 발효 중인 나라라고 했다. 호주의 1차 생산품과 한국의 3차 공산품의 교역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호주경제의 문제점으로는 광산 붐이 지난 지금 그 다음 탈출구를 찾아야 하고 한국은 위험부담률이 높은 창조적 사업에 투자를 과감히해야 살 길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 경제에 대해 대체적으로 낙관론을 폈다. 

한반도 정세는 안하무인의 젊은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을 앞세우다가 개성공단 폐쇄와 안보리의 제재를 받아 생존의 탈출구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6자 회담에 나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전쟁 가능성에 대해서는 “김정은이 세계적 부자이기 때문에 그걸 다 버리는 모험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한-호 관계 전망은 양국이 전략적 동맹관계이고 4차 산업의 동반자로서 긴밀한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았다. 그의 강연은 전쟁도 안 나고 한-호 관계는 더욱 좋아질 것이고 한국 경제도 전세계가 겪는 어려움 속에서도 잘 해 나갈 것이라는 낙관론을 폈다. 주로 교민들을 안심시키는 내용이었다. 한국 정부 외교관으로서 비관론은 펼 수 없었을 것이다. 

호주 한인사회에 대한 앞으로 김 대사의 꿈은 “언젠가 호주에 한국계 연방 총리가 배출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 대사가 외교관인만큼 정치 외교 수장을 대표적으로 성공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김 대사는 반기문 사단의 핵심 멤버로 꼽힌다. 반 사무총장이 외무장관일 때 보좌관, 유엔 부대사 등 UN근무가 이를 증명한다. 만약 반 총장이 대권을 잡는다면 김 대사의 앞날이 밝을 수도 있다. 그는 호주 재임 기간 동안 열심히 뛰었다. 필자가 그걸 안다. 귀찮은 일까지 호주 전국을 누비며 국무수행을 했다. 그가 호주에서 대사로서 노력한 수고에 감사한다.     

한상대(린필드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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