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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이기 위한 고독
김진관 / 임상심리전문가 | 승인 2016.03.31 16:22

현대사회는 혼자만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아졌습니다. 갖가지 이유로 싱글로 남아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늘었으며, 친지나 친구들과의 유대관계도 나날이 옅어져 갑니다. 게다가 차라리 혼자이고 싶은 뚜렷한 모티브를 가진 사람들도 꽤 많아 보입니다. 수동적으로 외로움에 빨려들기 보다는 능동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확보한 채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가족 친지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도 필요하긴 하지만 되도록이면 최소화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절대적으로 확보하려 합니다. 불필요한 부대낌을 최소화하는 것은 자신만의 항해를 하는데 있어서 제법 중요한 선결 과제가 됩니다. 자신의 가치관대로 자기 삶을 살아나가려 하는데 아무래도 관계가 여기 저기 진하게 얽히다보면 자신의 시간들을 어느 정도는 조정하거나 희생해야 할 상황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자기 삶을 자기가 컨트롤하고 선택하고 항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고독과 자주 맞서야 합니다. 그들에게 고독은 창의적이고 달콤한 시간이어야 합니다.
       
관계 속에 진정한 행복이 있다는 건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는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식물도 볕이 드는 날과 비오는 날이 모두 필요하듯, 사람의 마음도 혼자 만의 절대 고독의 시간이 없이 오직 관계 속에서만 성장할 수는 없습니다. 절대 고독의 시간은 개인의 성장에 있어서 필수 밑거름이 되어야 합니다. 혼자서도 괜찮은 사람은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시간들을 거리낌없이 반길 줄 압니다. 혼자 만의 시간에 건강한 몰입을 할 줄 아는 사람은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을 더욱 진지하게 대할 줄 압니다. 자신의 길을 알고 묵묵히 가는 사람이야말로 파트너와 동반해서 만들어 가는 삶이 정처없이 표류하도록 좌시하지 않습니다. 즉, 자신과 파트너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홀로서기가 잘 되어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군중 속에서 고독하게 홀로 있음에도 편안하게 자신의 것에 몰입하는 사람들은 매력적입니다. 홀로 있으면 어쩔줄 몰라하는 사람은 타인과 건강한 교류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부족한 모습입니다.
       
절대 고독의 시간은 자신을 더 알아가는 시간이어야 합니다. 자신의 내면을, 특히 욕망과 두려움 등을 마주하는 시간이 무수히 쌓이면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서서히 알아가게 됩니다. 자신을 알아가는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홀히 대하지 않습니다. 외로움이 싫어서 도망치듯 사람을 찾아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서둘러 맺는 것은 그리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자신을 직면할 기회를 없애기도 할 뿐더러 그 사람과의 관계에 딱 알맞는 정도를 넘어서는 과도한 열정을 투자하고 드높은 기대감을 갖게 되기가 쉽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럴 경우 실망도 빠르고 차갑게 돌아서는 것도 쉬운 일입니다. 사실 외로움이 싫었을 뿐 애초에 상대를 그리 원하지도 않았었기 때문에 이는 뻔한 결과입니다.
       
혼자만의 시간은 자신을 마음껏 아끼는 시간이어야 합니다. 책임지고 돌봐야할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도 아닌데 혼자 있으면서 자신조차 잘 보살피지 못한다면 그건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사랑하는 그대에게는 그리고 내리사랑 자식들에게는 오직 좋은 것만 주고 유익한 것만 목놓아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은 몸에 나쁜 것을 먹고 마음에 노폐물만 쌓이는 시간들로 채우기 일쑤입니다. 생산적인 시간이란 것이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닙니다. 빨래, 요리, 청소, 정리정돈 등 일상의 집안일 역시 자기 혼자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누군가에 의존하지 않고도 훌륭하게 자급자족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근사한 일입니다. 게다가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면 나아가서 그것들이 자신의 삶에 의미를 더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자신에게 이롭도록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무엇이든 믿고 맡겨봐도 좋을 것 같은 신뢰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혼자서 즐기는 시간은 그 자체가 목적이어서는 안됩니다. 끝내 혼자이기 위해서 혼자만의 시간에 파고드는 경우에는 영혼이 성장하지 못하고 눅눅해집니다. 사람은 결국 사람을 통해서만 의미있는 존재가 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절대 고독의 시간들은 자신에 대한 발견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의미 있는 삶을 설계하면서 동시에 더 나은 관계를 누리기 위한 준비가 되는 성장의 시간이어야 합니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어도, 원치 않은 절대 고독이 주어졌어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선택의 여지가 없이 냉혹하게 주어진 고독이 더 큰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자신의 내면에 직면할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말입니다. 

김진관 / 임상심리전문가  koreanclinic@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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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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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매니아 2017-09-13 21:19:54

    김진관 선생님의 칼럼을 우연히 접했는데, 정말 주옥같은 글들 입니다. 피곤한 와중에도 그동안의 칼럼들을 한번에 다 읽었네요.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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