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있는 잡티
의학용어에는 딱히 맞는 단어가 없지만 일반 사람들은 물론이고 의사들 사이에서도 사용되는 용어이다. 굳이 따져 본다면 '잡'이라는 부분에서 보듯이 의학적으로는 여러가지 증상이 혼합되어 있는 상태이기도 하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싸잡아서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한편으론 잡티라고 생각하고 넘겨 버리는 이 잡다한 무리속에서 잡티라고 하기엔 좀 중요한 것들이 숨어있을 수 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잡티라고 생각하는 것은 결국 얼굴에 생긴 여러가지 중에서 없었으면 하는 조그만 것들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 잡티라는 것들이 대개는 주변의 피부색과 달라서 눈에 띄는 것들이 많지만, 살짝 들어가거나 튀어나온 굴곡 때문에 눈에 띄는 것들도 있다. 크기가 좀 크거나, 색깔이 특별하거나 또는 나름대로 3차원적인 모양이 있거나 하여 주변 잡티와 상관없이 혼자서도 눈에 잘띄는 것은 잡티라고 하지 않는다. 
 
각설하고 그러면 이런 것들을 어떻게 없애거나 다스릴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우리의 관심이겠다.
우리 피부가 돌이나 목재 같은 것이어서 눈에 보이는 대로 자르거나 깎고 좀 모자르면 붙이고 해서 수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각각의 잡티마다 생긴 이유도 다르고 또 우리 피부가 이 잡티들을 만들고 유지하는 방법들이 또 제각각이니 이것들을 다스리는 것이 쉽진 않다. 더욱이 이 모든 것들이 우리 피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만든 것들이니 우리가 없애려하면 나름대로 또 방어시스템을 가동하기도 하니, 부작용이라고도 할 수있는데, 이 부분까지 고려한 방법을 찿아야한다.

실제로 우리가 갖고 싶지 않은 여러가지 피부의 색소나 굴곡 흉터같은 것은 대부분 우리 몸이 자기를 잘 유지하고 방어하기 위해 활동의 결과로 생긴 것들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몸의 방어 시스템은 생존과 빠른 회복만을 목적으로 하지 현대적 시각에서의 아름다움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다른 점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하지만 어쩔수 없는 것이 우리몸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길어야 수백 년을 두고 시대적 문화적으로 변화할 뿐 아니라 상당히 주관적인 것이지만 우리 몸의 시스템은 수백만 년을 두고 아주 느리게 진화하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을 따라 진화될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창조론적으로 보면 더욱 절망적이다. 우리몸의 방어 또는 복구시스템은 이미 고정되어 버렸으나 우리 미의 기준은 바뀌어가니 이 두가지가 서로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 한 것이다.

그렇다면 잡티같은 것을 없앤다는 것은 우리 몸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을 역행하는 어려운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흉터를 생각해 보면, 상처가 나면 우리 몸에서는 감염에 대한 방어 그리고 파손된 부분을 최대한 빨리 튼튼하게 복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반응을 시작한다. 이 때 복구한 후에 흉터가 없이 주변피부와 매끈하게 복구한다던가 색깔을 기존의 색과 같이 복구한다던가 하는 것은 우선 순위에 없다.

내 생각에는 인류의 피부가 그런 쪽으로 진화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현생 인류가 없어지고 다음 인류가 나타날 때 한 번쯤 기대해 볼 수 있을까?

어쨌거나 상처가 나면 우리 몸은 외부 균의 침입이나 출혈 등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자원을 동원해 무차별한 융단 폭격을 실행한다. 이 때 상처난 피부는 물론이고 일부 주변의 피부가 손상되거나 변형되는 것은 우려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전쟁터가 안정되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기존의 피부보다 더 두껍거나 튼튼한 피부를 건설한다. 이때 모양이나 색상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한편 우리들의 상처관리 개념도 시대에 따라 변화했는데 위생관리가 좋지 않고 상처의 감염이 먼저 우려되는 환경에서는 상처에 빨리 딱지가 않고 마르는 것이 우선시 되었다. 한국의 평민들이 어려웠던 1970년대 이전의 시대 상황정도로 상상하면 되겠는데, 이렇게 하는 것이 상처가 추가로 감염될 확률을 최소화 하여 결과적으로 안전하고 감염으로 상처가 확대되는 것도 방지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 경우 상처자리에는 흉터가 크게 선명하게 남는다.

하지만 감염을 잘 예방할 수 있는 환경, 요즘의 한국, 상처가 마르지 않고 딱지가 생기지 않도록 습윤환경을 만들어 주는 방법을 쓰면 흉터가 덜 생긴다. 어린 아이에게 상처가 생겼을 때 구식 할머니와 신식 엄마가 상처관리방법에 대해 세대간 대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색깔 때문에 보이는잡티들
색소가 어느 깊이에 있는지, 얼마난 두꺼운 층을 이루고 있는지, 생긴 원인이 뭔지, 또 멜라닌인지 혈관인지. 이 모두가 퇴치 방법에 결정에 고려해야하는 내용이다.

대개는 대부분의 잡티가 얕게 자리잡은 잡티일 뿐이라서 한국적인 방법은 앝은 잡티를 먼저 간단한 방법으로 정리하고 남은 것들은 각각의 특성에 맞추어 여러가지 방법들을 동원하게된다.  <계속>

이하정(미용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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