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도 아닌 겨울
나와 돌 지난 아이는
북쪽으로 떴다가
남쪽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붉었던 구름은 검은 밤으로 비집고 들어와
날카로운 얼음비로 창문을 두드리고
두터운 서리바람으로 문밖에서 울고 있었다

십오촉 주광등은
희미한 그림자만 만들어 낼 뿐
어디건 기댈 데 없는
천리깊은 이국의 겨울밤에

나는 배웠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온도는
삽십육쩜오도라는 것을

나는 네게 생명을 주었으나
너는 내게 삶을 주는구나

안아도 안아도
식지않는 조그마한 용광로
한 젊은 아비의
가슴을 녹인다
 
김일호 (글무늬 문학사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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