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회의원 선거가 해외에 있는 우리같은 사람까지 놀라게 했다. 지역과 세대를 기반으로 지지세가 철옹성이 갔던 여당이 제 2당으로 내려앉고, 욕만 먹고 금방이라도 붕괴될 것 같던 야당이 1당이 되고, 여전히 뭐가 ‘새 정치’인지 알 수 없는 당이 입법부의 캐스팅 보드를 쥐게 되었다. 덕분에 1, 2당에서는 ‘누구 덕’에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가지고 논란이 계속되고, 2당의 삼분지 일도 안 되는 3당이 1야당 역할을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느라 시끄럽다. 

이들 당 내부만큼이나 외부에서 이번 현상을 해석하는 목소리가 여러가지다. 이번 선거는 한국사회 기득권층쪽에 서서 국민 다수의 이익을 무시하는 여당에 대한 심판이었다고도 한다. 호남에서 기득권층의 특권을 누리면서도, 실제로는 아무런 변화도 일궈내지 못하는 기존 야당에 대한 심판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일부 날카로운 분석가들은 기성 언론에 대해서 여론의 심판도 있었다고 지적한다. 이들의 조장해 온 내용도 별로 먹히지 않았고, 이들의 여론 평가마저도 정확하지 않았다. 덕분에 언론뿐 아니라 투표자조차도 모두가 놀라고 있다. 이점에 있어서 언론이 입을 맞춘 듯 침묵하는 것도 재미있다.

한국 개신교 일부는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몇 개의 ‘기독당’을 만들어 정치참여를 시도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도 많은 개신 교회들은 주로 여당을 지지하는 편이라 이번 선거 결과를 기뻐하고 있을 것 같진 않다. 그러나 막상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성도 중에도 현재 기득권층, 한국 정부와 여당에 대해 불편한 사람들이 많았고, 시드니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이 점에서 이번 선거를 통해 가장 긴장해야 할 대상에는 심판의 대상이 되었던 정당들만큼이나, ‘교회’도 포함되어 있다. 한편으로는 교회가 일반 대중의 정서나 눈높이와 멀찌감치 떨어져 있음도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보수적인 대형교회 지도자들의 정치관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도 생각보다 크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이번 선거가 아니더라도, 현장 교회 좌석의 다수를 차지하는 하얀 머리의 수만 봐도, 시간이 갈수록 교회가 국민을 골고루 관계하고 설득하지 못하고 있음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나마 토착 조직력이 큰 힘을 발휘하는 국회선거에서조차, ‘동원’이라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교회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이분들의 기대와는 달리 앞으로의 전망은 더 매우 암울하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사실 다른 데 있다. 비례대표 투표결과를 앞에 두고 1석을 목에 걸고 통성기도 하는 ‘기독당’의 모습을 보면서 한국사회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 간절한 기도가 무시당하는 현실에 시험이 든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치참여 과정에서 들어간 엄청난 자원들이 어떤 ‘명분’으로 동원되었을까? 기존 여야와도 특별히 다른 것이 없는 정책들(물론 정책이 있는 영역 자체도 매우 적다), 거기다 여전히 사회전체가 보수적인 한국 사회의 현실상 미국과 호주 같은 곳에서 이슈가 되는 동성애문제, 이슬람 종교 같은 것도 아직 법을 움직일만한 이슈가 아니다. 겁만 줘도 이런 저런 정당 지도자들이 모두 나와 ‘항복 선언’을 하는 분위기에서, 왜 교회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요즘 한국교회가 먹는 욕이나 기독당 운동을 주도하는 인사들의 면면을 봐서는 사회정의나 부패척결이 관심거리는 아닌 것 같다.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는 걸까? 예수님도 몰랐던 정확한 종말의 시간표를 이분들만은 알고 있기에 그런 것일까? 아니면 혹시 그동안 한국교회가 보여준 대로, 돈이나 권력 같은 실제 힘을 가져야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그 물질주의적 맹신이 반영된 결과는 아니었을까?

조금이라도 그렇다면, 그 맹신으로는 교회는 아마 계속해서 이번처럼 망신을 당할 것 같다. 신앙의 눈을 보면 현실은 심각한 영적 위기 속에 있지만, 우리는 이런 식으로 싸우도록 부름을 받지 않았다. 예수님 때의 ‘열심당원들’이 믿었던 것처럼 권력을 잡아서 풀 수 있는 이슈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얼마나 많은 ‘자칭 기독교인’들이 권력을 이용해 뇌물이나 받고, 자신과 주변 이익집단이나 챙기며 타락하는 모습을 보여 왔는가.

도리어 나는 이런 상황이 진정한 기도의 힘을 비웃는 분위기나 만들까 걱정이다. 나는 이런 상황이 복음이 던지는 자기갱신의 부르심이 교회 안팎에서 더 안 들리게 될까 걱정이다. 나는 이런 상황이 약자와 강자 모두를 포함한 죽어질 모든 영혼에게 던지는 성경의 도전을 가릴까 걱정이다. 불행히도 내 걱정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이번 선거 결과가 별로 즐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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