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본 세계 언론자유지수 현황(흰색이 가장 좋고 노란색은 만족스런 상황이다. 주황색(뚜렷한 문제 있음), 빨강색(어려운 상황), 검정색(매우 심각한 상황)인데 호주는 노란색, 한국은 주황색 평가를 받았다 (사진: 국경없는 기자회 웹사이트 캡쳐)

180개국을 대상으로 한 세계 언론자유지수(World Press Freedom Index) 순위에서 호주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25위로 예상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 호주의 인접국인 뉴질랜드는 5위로 최상위권에 포함됐다. 한국은 10계단 하락한 70위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 언론 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SF: Reporters Without Borders)는 20일 ‘2016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공개했다.

언론자유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핀란드로 6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네덜란드(2위), 노르웨이(3위), 덴마크(4위), 뉴질랜드(5위) 순으로 유럽 국가들이 대부분 최상위를 차지했다. 최하위권은 중국(176위) 시리아(177위) 북한(179위) 에리트리아(180위) 순이다. 

호주의 순위가 25위로 낮은 이유는 미디어 소유 집중과 난민 억류정책 보도 제한 등 때문이다. 호주에는 양질의 또 독립성이 강한 공영 방송(ABC, SBS)이 있지만 신문잡지 등 미디어 소유가 2개 그룹(뉴스코퍼레이션과 페어팩스 미디어)에 집중돼 시장의 85%를 독점하고 있다. 호주 미디어는 언론자유를 누리고 있지만 기자들의 뉴스 소스(취재원) 보호는 주별로 다르다. 한 예로 나우루와 마누스섬 난민수용소 취재는 극히 제한됐다. 난민센터에 대한 정보누설자(whistleblowers)도 처벌을 받도록 법이 개정됐다. 국경보호작전이란 명분 때문이다. 

부끄러운 성적표. 세네갈(65위) 말라위(66위)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68위) 한국(70위) 탄자니아(71위)

한국은 70위로 자메이카(10위), 슬로바키아(12위), 루마니아(49위), 니제르(52위), 파푸아 뉴기니(55위), 마다가스카르(56위), 몽골(60위), 세네갈(65위)보다 순위가 낮았다. 

일본은 언론이 아베 신조 정권에 대해 자기검열(self-censorship)을 한다는 이유로 한국보다 낮은 72위에 그쳤다. RSF는 “세계에서 가장 힘이 있는 언론 중 하나인 일본 언론은 국가기밀을 제외하고는 취재가 가능하다”며 “후쿠시마 사고, 일본 왕족, 국방 분야는 모두 국가 기밀”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순위는 2006년 31위에서 이명박 정권 때인 2009년 69위까지 내려갔다가 이번에 최하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RSF는 “박근혜 정부에서 언론과 당국 사이 관계가 매우 긴장스럽다”며 “정부는 비판을 참지 못하고 있고, 양극화된 미디어에 대한 간섭은 언론 독립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RSF는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공공 토론은 국가보안법에 의해 방해를 받고 있다. 북한에 호의적인 기사나 방송을 내보내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최대 7년 징역을 선고할 수 있는 명예훼손죄는 한국의 언론이 자기검열을 하는 주요 이유”라고 지적했다.

한국 언론이 이처럼 창피한 수준으로 전락한 데는 정부 대변인 역할에 그치는 지상파 방송 3사와 국가기간 뉴스통신사, 보수 성향 일색인 종편 방송의 대거 등장에도 큰 영향이 있다. 덩치만 세계 수준이지 언론으로서 제구실을 못한다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얼마 전 ‘파나마 페이퍼즈’ 스캔들로 불린 국제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패니운용 실태 폭로에서 주요 선진국들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신문이나 공영방송사가 파트너로 참여해 탐사보도를 한 반면 한국에서는 거대 방송사를 제치고 사옥도 없는 인터넷 방송사 뉴스타파가 참여를 했다. 국제 사회에서 한국 언론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민낯을 드러낸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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