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모든 형사법 재판은 지방법원(Local Court)에서 시작 한다. 범죄의 심각성에 따라 Local Court 에서 끝날 수도 있고, 고등법원(District Court)이나 대법원(Supreme Court)로 옮겨져서 진행할 수도 있다. 교통 법규 위반, 음주운전, 단순폭행 등 약 80% 이상의 범죄들이 Local Court에서 진행되기에 Local Court에서는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사건을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Downing Centre Local Court, Burwood Local Court, Parramatta Local Court 같은 바쁜 지법에서는 매년 수만 건의 사건을 다루다 보니 일이 바쁘게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피고인은 변호사 없이 모든 재판을 직접 진행할 수 있다. 물론 법률적인 지식이 부족하면 어려운 부분이 있겠지만, 간단한 사건의 경우 절차를 안다면 Local Court에서는 변호사 없이도 어느 정도는 스스로 진행을 해 볼 만하다. 이번 칼럼에서는 Local Court에서 처리되는 사건들의 법정 절차를 알아보겠다. 

형사사건은 경찰의 기소로 시작된다. 호주에서는 경찰이 모든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있다. 기소를 당하게 되면 법원소환장(Court Attendance Notice, CAN)을 직접 전달 받거나 우편으로 보내온다. 이러한 서류를 받았다면 기소가 된 것이다. CAN의 첫 페이지를 보면 본인의 신상정보와 함께 무슨 범죄(들)로 기소가 되었는지, 어떤 날짜에 어떤 법원으로 출두해야 하는지 적혀있다. 추가로 전해지는 서류는 Fact Sheet이다. Fact Sheet은 경찰이 주장하는 범죄 사실의 내용이다. Fact sheet은 증거가 아니고 경찰의 의견일 뿐이다. 

대부분의 법정은 9:30am에 시작한다. 정해진 날짜에 법원에 가면 동일한 상황에 처한 여러 사람을 볼 수 있다. 입구에 적혀있는 리스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찾으면 어느 법정에서 자신의 사건이 처리되는지 알 수 있다. 큰 법원일수록 법정이 많으니 확인해야 한다. 법원은 9:30am - 11:30am, 12:00pm - 1:00pm, 2:00pm - 4:00pm에 열린다. 자신의 사건이 언제 처리될 지 알 수 없기에 9:30am부터 가서 기다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변호사와 동행한 사건들이나 재판 연기를 신청하는 간단한 사건들이 먼저 처리된다. 

첫 법정 출두에서 세가지 옵션이 있다. 유죄 인정, 무죄 주장 그리고 재판 연기 신청이다. 한국인 통역사가 필요한데 만약 재판 당일에 없다면 통역사가 필요하다고 재판 연기를 신청할 수 있다. 또한 변호사를 선임하고 싶은데 아직 하지 못했다면 연기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2~3주의 시간을 준다. 

유죄를 인정할 경우, 간단한 사건이라면 그 자리에서 판사가 선고를 한다. 이때 자신의 개인적인 상황,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범죄 상황에 관련해서 판사에게 진술하며 선처를 요구할 수 있다. 만약 심각한 범죄일 경우 판사는 선고 전 리포트(Pre Sentence Report, PSR)를 원할 수 있고, 그렇다면 6주가 연기되어 리포트를 받은 후 선고를 받는다. 이 PSR은 담당자와의 인터뷰를 통하여 판사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작성한 서류이다. 

무죄를 주장할 경우, 판사는 검사에게 증거 제출 명령을 내린다. 일반적으로 검사는 4주 안에 피고인에게 증거물을 제출하고, 피고인은 2주동안 증거물을 확인할 수 있다. 총 6주 후 법원에 다시 출두하게 된다. 이때 모든 증거물이 제출되었다면 그 증거물을 본 후 유죄를 인정할지 무죄를 주장하는지 판사에게 알려야 한다. 만약 무죄를 주장 한다면 공판날짜를 잡는다. 일반적으로 2~3개월 후 공판날짜가 잡힌다. 

공판 날 경찰 측 모든 증인이 출두하여 증언해야 한다. 피고인도 증인이 있다면 이날 참석하게 하여 증언해야 한다. 판사는 경찰 측 증인들의 증언을 먼저 듣고, 피고인의 증언을 듣는다. 모든 증거들을 토대로 판사는 유무죄 판결을 내리게 된다. 이때 판결의 기준은 경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게 입증을 했는지 여부이다. 만약 피고인의 주장이 맞는다고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면 무죄판결이 나는 것이다. 그만큼 경찰이 확실하게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외에도 많은 절차가 있지만, 위와 같은 기본적인 절차만 인지하고 있어도 법정에서 어떻게 사건이 진행되는지 알 수 있다. 또한 모든 법정은 공개 법정이기에 평일에 시간이 있다면 구경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일반적으로 음주운전 사건에서는 변호사들이 무슨 말을 어떻게 하는지 관찰해보면 자신에게 그런 사건이 있을 때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변호사들 중에도 이런 절차를 정확히 모르거나 법률적 지식이 부족한 사람도 있다. 아무래도 형사법 관련 일을 많이 배우지 못했다면 알기 힘든 건 사실이다. 만약 본인의 변호사가 법정에 서서 주춤하거나 판사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Local Court 사건들의 경우 무죄를 주장하지 않으면 증거물을 받아볼 수 없다. 이는 경찰의 시간을 절약하기 위함이다. 또한 증거물을 보기 전에 바로 유죄를 인정하면 형벌의 25% 를 감량 받는다.

마약소지 사건으로 기소된 의뢰인을 변호하는 변호사가 법정에 와서 증거를 달라 요청했다. 판사는 유무죄 관련 답변을 하라고 했는데, 변호사는 자신이 증거물을 보기 전에 할 수 없다고 답하였다. 판사는 답답해 하며 Fact Sheet을 보고 판단할 수 있으니 절차를 따르라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는 판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며 증거물을 확인해야 된다고 재차 말하였다. 결국 무죄 주장을 하였고 그 사건은 연기가 되었다. 만약 후에 유죄 인정을 한다면 25% 감량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 변호사는 아마 의뢰인에게 판사가 까다롭게 굴었다고 설명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Local Court에서 처리되는 모든 형사사건은 변호사(Solicitor)가 할 수 있어야 한다. 의뢰인이 원해서가 아니라면 굳이 법정 변호사(Barrister)를 선임할 필요가 없다. 만약 당신의 변호사가 법정변호사를 꼭 써야 한다고 권한다면 비용도 배로 들 뿐 아니라 형사사건과 관련한 담당 변호사의 능력을 의심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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