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海若曰 井鼃를 不可以語於海者는 拘於虛也니라 
(북해약왈 정와   불가이어어해자   구어허야) 
 
북해약이 말하기를 /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것은 / 
개구리가 좁은 장소에만 머물러 있는 까닭이다. 

夏蟲을 不可以語於氷者는 篤於時也니라. 
(하충   불가이어어빙자   독어시야) 
 
여름철 벌레에게 얼음을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은 / 그 벌레가 살고 있는 
한 계절에만 얽매여 있는 까닭이다. 

曲士를 不可以語於道者는 束於教也니라 
(곡사   불가이어어도자   속어교야) 
 
식견이 좁은 사람에게 / 도에 대해 말할 수 없는 것은 / 
상식적인 가르침에만 구속되어 있는 까닭이다. 
  
今爾는 出於崖涘하야 觀於大海하고 乃知爾醜하니 爾는 將可與語大理矣로다 
(금이   출어애사     관어대해     내지이추     이   장가여어대리의) 
 
지금 그대는 / 좁은 강물 기슭으로부터 나와서 / 큰 바다를 보고 / 
비로소 자신의 보잘 것 없음을 알았으니 / 그대와는 / 장차 큰 이치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天下之水는 莫大於海하니 萬川이 歸之호대 不知何時止而不盈하며 
(천하지수   막대어해     만천   귀지     부지하시지이불영) 
 
천하의 물줄기 가운데는 / 바다보다 큰 것이 없으니 / 온갖 시냇물이 
흘러들어 / 언제 그칠지 모르는데도 넘치는 일이 없으며 / 

尾閭泄之호대 不知何時已而不虚하며 春秋에 不變하며 水旱을 不知하나니 
(미려설지     부지하시이이불허     춘추   불변     수한   부지) 
 
바다 밑에 미려라는 큰 구멍이 있어 물이 새어 나가 / 언제 멈출지 모르는데도 
텅 비는 일이 없으며 / 봄 가을로 / 변하는 일도 없으며 / 홍수나 가뭄을 타지 않으니 / 
 
此其過江河之流가 不可為量數로대 而吾는 未嘗以此로 自多者는 
(차기과강하지류   불가위량수     이오   미상이차   자다자)   
 
바다가 양자강이나 황하에 비해 얼마나 더 큰지는 / 수량으로 나타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 내가 / 일찍이 이러한 사실을 가지고 / 스스로 자랑한 적이 없는 것은 / 

自以比形於天地하며 而受氣於隂陽이라 
(자이비형어천지     이수기어음양)     
 
나의 몸은 천지에 의탁하며 / 음양에서 기를 받았기 때문이라. 

吾在於天地之間호대 猶小石小木之在大山也하니 方存乎見少이어니 
(오재어천지지간     유소석소목지재대산야     방존호견소) 
 
내가 천지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란 / 마치 조그만 돌맹이나 나무가 
큰 산에 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으로 / 이제 자신이 비소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냈으니 / 

又奚以自多리오. 
(우해이자다) 
 
어찌 다시 자신을 뽐내려 하겠는가!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이 우화(寓話)는 황하의 주인인‘하백(河伯)’과 
  북해의 해신(海神)인‘약(若)’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는데 ‘하백’은 
 ‘상식적인 세계의 위대함을 상징하고’‘북해약(北海若)’은 ‘초월적 
  세계의 위대함’즉 도를 자각한 자를 상징한다. 

  이 우화는 가을철 큰 비가 내려 시내라는 시내는 모두 황하로 흘러드니 
 ‘하백’은 아주 자랑스러운듯 기뻐하면서 천하의 모든 아름다움이 자기에게 
  모여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물결을 따라가다 북해에 이르렀는데 아무리 동녘을 
  바라다보아도 물가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하여‘하백’은 ‘북해약’에게 
  탄식을 하며 묻자 이에 답하는‘북해약’의 말이다.   

 ‘하백’은 결국 ‘북해약’과의 만남(관계)을 통해 자신이 우물속의 존재였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북해약’이 ‘나도 천지간에 있어서는 마치 큰 산의 작은 나무, 
  돌멩이 하나처럼 작은 존재입니다’라는 말과 같이‘하백’이 감탄해마지 
  않았던‘북해약’도 또 하나의 우물일 수 있음을 알려 준다. 그 이유는 
  그가 크고 작음의 상대성을 철저히 체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북해약’은 
  인간이 이루었다고 하는 위대한 일이란 터럭끝만한 일로, 이를 스스로 대단한 
  것으로 여긴다면 조금 전까지‘하백’이 황하를 대단한 것으로 여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결론을 내린다. 

개구리는 어떻게 우물에서 나올 수 있을까? 자신이 우물에 갇혀있다는 것을 빨리 깨우친 자만이 우물에서 빠져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우물(井)은 나에 대한 집착, 시간과 공간의 구애를 뜻한다.  

최옥자 (글무늬 문학사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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