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주들 '젊음, 언어장애, 고용주 충성, 비자 상실 우려' 4대 취약점 악용

“호주의 베트남 식당에서 음식을 사먹고 싶지 않다. 다른 베트남 유학생들의 임금착취를 통해 제공되는 음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이는 한 베트남 유학생이 호주 ABC방송을 통해 저임금 노동착취에 시달리는 유학생들의 호주 고용 실태를 꼬집은 말이다.

ABC는 호주 이민사회 가운데 베트남 공동체의 유학생에 대한 저임금 노동착취에 초점을 맞췄지만 한인사회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호주 기업들의 저임금 지급 문제에 대한 사회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정부의 대응 수위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아시안 유학생 $8-12 시급은 공통적” 

지난해 호주 최대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7-Eleven)에서 조직적인 노동착취 실태가 폭로됐을 때 호주인들은 충격을 받았지만 많은 유학생들은 거의 놀라지 않았다.
요식업, 소매업, 청소업에서 일하는 유학생들에게 “법정 최저임금에 미달되는 저임금 지불은 다국적 기업에 국한된 현실이 아닌 호주에서 용인된 생활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대학에 다니면서 시간당 8달러를 받고 중국계 식당에서 일했던 중국 유학생 출신의 케니는 “대부분의 호주인들은 적은 액수의 임금 지불 사실에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기 중에 주당 20시간씩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유학생들에게 저임금 수용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케니는 “20시간 이상 일하는 것이 불법인 것을 알고 있다. 만약 정부에 적발되면 우리는 퇴출될 것”이라며 “고용주가 잘못하는 것도 알고 있지만 우리는 불평할 수 없다. 너무나 많은 유학생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시아에서 온 자신의 동료들 중 8-12달러 시급은 공통적이라면서도 베트남 유학생들이 특히 노동착취에 순응적이라고 밝혔다.
ABC가 4만1000명의 베트남 학생들이 회원인 페이스북에 ‘호주에서 공부하면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것은 무엇과 같은가?’라는 질문에 답변한 500여명 가운데 3분의 2가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꼽았다.

고용주들, 출신국 급여와 비교하며 저임금 지불 정당화  

많은 베트남 유학생들에게 호주식 영어는 베트남의 학교에서 배웠던 미국식 영어 발음과 상당히 다르다. 이에 베트남인 업체에서 일하면 영어 구사력이 부족해 학대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베트남 유학생 빈센트는 베트남 공동체의 고용주들이 베트남의 아주 낮은 평균 임금 수준을 감안해서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준다고 밝혔다.
그는 “고용주들이 ‘베트남에서 받는 임금을 생각하면 내가 너에게 지급하는 임금에 행복해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유학생들이 저임금에 불만을 제기하더라도 고용주들은 동일한 일자리의 직원 모집 광고에 시간당 최저 10달러의 시급을 제시한다.
베트남 유학생 카이는 “베트남인 고용주 밑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과거 경력이 없다면, 시간당 12달러를 받는 것은 예외적이다. 거의 시간당 8-10달러를 받는다”고 밝혔다.
그녀는 4개월 전 호주에 도착한 이후 채용된 첫 직장인 제과점에서 시간당 8달러의 시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카이는 베트남인 고용주로부터 충격적인 대우도 받았다. 그녀는 식사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 12시간 교대 근무를 했으며 경영진의 정기적인 학대를 감수했다.

그녀는 “부모가 베트남에서 직원을 두고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데, 직원들에게 고함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호주의 모든 베트남인 고용주들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는 나만 겪는 일이 아니다. 많은 베트남 유학생들이 학대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이는 “더 이상 호주의 베트남 식당에 가고 싶지 않다. 제공하는 음식의 이면에서 고용주가 다른 베트남 유학생을 착취하는 것이 생각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자리, 비자 상실 우려.. 신고 기피  

세븐일레븐의 불법 임금체불 관행이 불거졌을 때, 대기업의 탐욕이 분명히 드러났다. 공정근로옴부즈맨(FWO)은 법적 절차에 착수했으며, 세븐일레븐은 수십만 달러의 체불임금을 강제 상환하고 아직 문제점을 심사 중이다.

하지만 유학생들이 호주의 중소기업에서 일하면서 정의를 찾기란 매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공정근로옴부즈맨인 나탈리 제임스는 “매년 유학생들이 공정근로옴부즈맨에 제보하는 불만 건수가 수백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제임스 옴부즈맨은 유학생들을 착취에 취약하게 만드는 4대 핵심 요인이 있다면서 젊음(youth), 언어장애(language barriers), 고용주에 충성(loyalty to their employers), 비자 상실 우려(concerns about losing their visas)를 꼽았다.

그는 유학생들이 고용주의 고함지르기, 멸시와 장시간 근무 등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지만 당국에 신고하는 것을 주저했다고 밝혔다.
빈센트는 “내가 만약 공정근로옴부즈맨에게 신고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18명이 일하던 그 식당도 벌금처분을 받고 폐업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결국 나뿐만 아니라 전체 베트남 공동체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정부에서 고용주를 압박해 최저임금 이상 지급할 것을 강제하면 고용주들은 여력이 안 돼 우리를 해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고용주들이 시간당 8-10달러의 저임금을 지급하는 이유는 수요와 공급 관계 때문”이라며 “만약 내가 일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자들이 문제 직시하고 신고해야 효과적” 

일부 유학생들은 고용주들의 채용을 진작시킬 방안으로 유학생 대상 최저임금 인하를 제안했지만, 노동시장에서 경쟁 상대인 호주 현지 근로자들에게 미칠 영향과 호주의 이상적인 평등주의를 고려하지 못한 주장이다.

카이는 “우리가 호주에서 일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우리는 공정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근로옴부즈맨이 유학생을 고용하는 중소 요식업체를 대상으로 불시 점검을 더 자주 실시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하지만 제임스는 “만약 사람들이 불법적인 업무시간과 저임금 처우에 대해 자발적으로 털어놓지 않는다면 우리가 체불 임금을 회수해주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는 “만약 고용주들이 고의적으로 저임금을 주고 기록을 정확하게 하지 않는다면, 단지 기업 장부를 조사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바로잡을 수 없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물어봐야만 한다”고 말했다.

공정근로옴부즈맨이 불시 점검을 강화해서 노동착취를 찾아내는 것 보다 그 피해자들이 스스로 신고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빈센트는 베트남 공동체 지도자들에게 이런 상황을 해결하고 잘못을 저지르는 베트남인 고용주들의 명단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많은 유학생들은 이런 문제 해결 방법을 실천하기 위한 방안으로 유학생들이 부정직한 고용주를 신고할 수 있는 페이스북 그룹을 시작한다.
 카이는 “호주로 새로 들어오는 유학생들은 사람들을 나쁘게 대우하는 식당에는 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고객들도 이런 악덕 식당에는 가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근무 시간, 임금 명세서 잘 보관해야” 

만약 노동착취를 당했다면 공정근로옴부즈맨(13 13 94)에 문의하면 된다. 옴부즈맨은 유학생들이 불법적인 고용 관행 조사에 도움이 되도록 일한 시간과 임금명세(payslips)를 잘 기록해둘 것을 당부했다.
옴부즈맨은 조사에 협력해주는 유학생 등 외국인의 비자가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이민부에 연락해서 조치를 취해줄 수도 있다.

▶ 임시직 성인 최저 시급 $22.12 

현재 21세 이상 호주 성인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17.70달러다. 임시직일 경우 시간당 22.12달러로 높아진다.
18-20세 주니어 근로자의 최저임금은 연령별로 다르다. 20세 근로자 최저임금은 시간당 17.29달러이며, 임시직은 21.61달러다. 19세 근로자는 시간당 14.60달러, 임시직은 18.25달러다. 18세 근로자는 시간당 12.09달러, 임시직은 15.11달러다.

▶ 호주 등록 유학생 총 50만명

연방 교육부에 따르면 2016년 5월 현재 호주에 등록된 전체 유학생은 50만189명이다. 이들 유학생들은 호주 경제에 197억 달러를 기여하며, 교육산업에는 120억 달러의 경제 효과를 창출한다.
국가별 호주 유학생 숫자는 중국이 가장 많은 14만 1507명이다. 인도 5만 6009명, 베트남 2만 1752명, 한국 2만 1248명, 말레이시아 2만 1057명 순이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