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이란 자연발생적 혈연공동체이다. 언어, 문화, 역사, 생활양식, 심리적습관,
행동양식을 공유하는 인간집단으로 공속적 감정을 갖는다”. 

아는 집을 방문했다가 2세들의 태도에 당혹해 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의례 한국 아이인줄 알고 있는데 어른에게 인사를 안 하거나 해도 어색하다. 말을 걸었다가 한국말 구사능력과 어른 대하는 태도가 기대와 다르다. 호주에서 자라고 교육받은 2세들의 의식구조, 정체성을 살펴본다.

사춘기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급속히 성숙되는 중요한 시기이다. 자아의식의 확립, 가치관, 인생관 정립, 성 개념 확립, 유머 감각, 죄의식, 수치의식, 학업성취, 취미발견 등 개성이 대개 이 시기에 다 이루어지게 된다. 이때 생긴 의식과 정서가 그 사람의 일생을 지배한다. 이 시기를 서양에서는 ‘틴 에이지(teen age)’라고 부르며 만 13세부터 18세 사이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런 가치관의 급성장을 밑받침할 수 있는 올바른 환경이 호주 교민사회에 조성되어 있는가가 문제다. 호주 한인 2세들도 학교에서 문제아들이 많다. 지금 교민사회는 발표가 되지 않고 있는 청소년 사건이 상당수임을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된다. 수감 청소년도 꽤 된다. 우리에게 아픈 현실이다. 청소년 탈선 원인을 발견, 해결점을 찾는데 노력을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청소년에게 필요한 환경 여건과 그들이 안고 있는 상황적 갈등, 또 그것의 해결책을 먼저 살펴 봐야 한다.

1. 필요한 여건

1) 안정된 가정 환경
2)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부모와의 대화
3) 가정의 면학 분위기
4) 올바로 지도할 수 있는 교사, 선배 및 청소년 지도자
5) 만족스러운 교우 관계와 동료 그룹(peer group) 활동
6) 건전한 이성 관계
7) 균형 잡힌 정서 생활 등으로 볼 수 있다. 
이민오기 전 한국에서도 이러한 여건을 갖추기 힘든 일인데 초기 호주 이민생활에선 부모들 자체도 문제가 많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이민사회에서 부모와 자녀들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나 살펴보자.

2. 부모 세대의 문제점

1) 직종에 대한 불만: 한국에서 받은 교육 수준이 어떻든 간에 이 곳에서는 단순 노동을 하고 있는데 대한 자신의 무력감과 좌절감.

2) 새로운 생활여건, 언어, 문화 등 적응하기 힘든 문제에 부딪쳐 자아의식이 약해지거나 상실되고 생업에 매달려야 하는 시간적 제약 때문에 본의 아니게 자녀 문제를 방치하게 된다.

3) 부모들은 호주 교육제도, 교과과정, 교육방법 등에 관한 경험 및 지식 부족으로 자녀 교육의 적극 참여가 불가능하며 영어 구사능력 부족으로 자녀가 다니는 학교와 대화가 불완전해진다.

4) 부모 자신들의 이민생활 속에서의 무능력 및 좌절감에 대한 보상 심리로 자녀에게 지나친 복종과 셀렉티브 스쿨, 좋은 성적만을 요구한다. 이것은 결과적으로는 자녀들의 건전한 정서 발전에 장애가 된다.

5) 서양사회의 가족 관계, 핵가족제도 및 18세가 되면 부모로부터 완전 독립한다. 잦아지는 부모들의 부부싸움이 한국식 가정 개념의 근본을 쉽게 흔들어 버린다.

6) 자녀들 눈에 비친 호주사회에서 부모의 열등성, 즉 영어 및 사회적응성은 부모에 대한 존경심의 상실을 가져오고 그 부모들이 한국적 가치를 전달할 때 자녀들에게 설득력이 없어지기 쉽다. 2세들이 한국 문화와 관습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질 수 있다.

3. 청소년들의 문제점
1. 호주 친구들과 현저하게 다른 자신의 모습과 초기에 언어, 학교성적 부진에 따르는 급우들로부터의 소외감은 자신감을 잃게 하고 자아의식을 확립하는데 장애가 된다. 증세가 심하면 열등의식, 수치감, 분노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2. 일부 부모 및 교민사회 어른들로부터 돈이 제일이라는 배금 사상을 배우고 현지 사회의 기본 가치는 물질과 개인주의란 왜곡된 가치를 받아들일 수 있다.

3. "자녀교육 때문에 이민 왔다"는 부모들의 이민사유를 자녀들은 위선적으로 느끼게 되며 여기에 대한 반발로 한국적인 것에 대한 부정, 경멸 및 기존 세대에 대한 반항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4.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동료를 학교와 교회에서 쉽게 만나게 됨으로써 문제에 대한 불만은 가속되는데 비해 올바른 지도를 해 줄 청소년 지도자가 없어서 자연히 반사회적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5. 서양사회의 개인적인 풍조는 자기의 안락과 편리 만을 찾는 이기주의로 흘러 고통과 노력 및 인내를 통해 얻어내는 인격, 지식 흡수에 대한 가치를 잘 모르고 지낸다.

<2세의 정체성 보존 문제>

1. 언어
2세들의 정체성 상실현상 중 두드러진 분야가 한국어 상실이다. 2세들의 중요한 언어 현상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교민 자녀 중 한국에서 어느 정도 큰 다음에 호주로 온 경우는 대부분 한국말을 자유롭게 하는 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자녀들이 한국말을 잊어가고 혹은 서툴러지고 있다. 

2) 일부 교민(특히 지식인) 자녀들은 한국어를 거의 못한다. 자연히 한국 문화를 기피하기 때문에 의식도 99% 비 한국인일 수 있다. 

3) 한국말은 모르고 영어만 하는 2세들도 자기 또래의 현지 청소년들에 비해 
어휘구사력이 떨어진다. 그들 중 고급 영어를 구사하거나 용어구사력이 좋은 2세들은 부모가 영어를 잘하던지 아니면 책벌레처럼 독서를 즐기는 가정에서 나온다.

2. 서양화 현상
1) 호주에서 자란 2세들은 자기 민족이 갖고 있는 생리에 대해서는 거리감과 소외감을 갖고 현지사회, 문화, 생리에 자연스럽게 적응하여 호주인으로 생활하는 데는 아무런 저항을 느끼지 않는다. 

2) 한국에서 어느 정도 성장과정을 겪은 1.5세들은 한국, 서양 어느 곳에도 문화적 핵심에 속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의 주변인으로 존재하기 쉽다. 이 중에는 한국, 호주 두 문화에 다 속하며 양쪽을 즐기는 형도 물론 있다.

3) 2세들은 한국이란 부모들이 온 나라일 뿐 잘 모르는 나라이기 때문에 1차적 관심 외에는 신경을 안 쓰는 태도를 갖는다. 

4) 2세들의 의식은 혼인을 통해서도 나타난다. 2세들이 혼인 적령기에 다다르면서 한국계와 비한국계의 결혼이 점차 늘고 있다. 

5) 호주에서 형성된 2세들의 의식이 교민사회 내부에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기존의식과 상충 작용을 하며 공존하게 된다.

미국에 비해 범죄율이 적은 것으로 알려진 호주이지만 이곳 교민 사회에서도 이혼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호주 한인사회도 청소년 문제에 따른 대책이 팔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인회, 종교단체, 언론사, 복지회 등 여러 단체들이 이런 논의를 해야하고 시일은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 지금 우리에게는 아픔을 피하지 않고 만나는 용기가 필요하다.

한상대(린필드 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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