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기술이민자 중에는 보유하고 있는 기술의 수준보다 낮은 직업군에 종사하는 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고학력 이민자들이 생계를 위해 택시 운전을 하거나 청소와 같이 비숙련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흐름이 변하고 있다. 호주통계청(ABS)에 따르면 대학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지난 5년 내 호주로 온 이민자들이 15년 전의 기술이민자들보다 자신의 전문분야에 종사하는 비율이 20%에서 40%로 2배 증가했다.
멜번대 레슬리앤 호손 교수는 “기술이민의 규모 및 영어능력심사 강화에 중점을 둔 이민정책이 이들의 직업성취도를 크게 향상시켰다”고 분석했다. 

호손 교수는 “캐나다와 호주의 기술이민자 취업성취도를 비교해보면 15년 전에는 6개월 이내 취업률이 60%로 동등했다. 호주는 이민정책 강화로 현재 83%까지 달성했으나 캐나다는 여전히 60%에 머무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분야별 취업률이 균등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호손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최근 기술이민자 중 경영 및 상업 전공자들은 10% 미만이 전공 분야에 취직했으며 엔지니어링은 30%, 의학 57%, 간호 66%였다.

또 다른 문제는 호주에서 대학 과정을 밟아 영주권을 취득한 기술이민자(대부분 유학생)들의 취업률이다.
말레이시아에서 호주로 유학을 온 크랄 자매의 경우가 실상을 잘 설명해 준다. 2012년 NSW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동생은 졸업 전 풀타임 직장을 구했지만 2009년 UTS에서 경영학과 회계학 석사까지 수료한 언니는 졸업 후 취업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렸다.

호주의 회계, 경영, IT 전공 졸업생들은 이미 전문경력을 갖고 있는 기술이민자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일부 분야에서는 기술이민자들이 넘쳐나 공급과잉 상태다.

한편 해외의 전문자격증을 지닌 기술이민자들이 호주에서 다시 공부를 하거나 석박사 과정을 마치는 유학생들이 더욱 어려운 취업난을 겪는 경우가 많다. 학업 기간 중 생계를 위해서 비숙련 노동을 해야 하는 현실 때문이다.

시드니대의 스티븐 캐슬 교수(사회경제학)는 “이미 비숙련직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추후 자신의 학위에 걸맞은 직장을 구하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호손 교수는 “호주의 기술이민제도가 다른 선진국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며 “세계적인 관점에서 보면 호주이민제도는 완벽하진 않지만, 꽤 뛰어난 성과를 보여줬다”고 높이 평가했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