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를 양산하는 대입 정원 폐지가 경제를 훼손하고 대학의 가치를 낮추며 학사 학위가 없는 사람은 실패자(failure)란 잘못된 인식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호주의 8개 명문대학그룹(Go8)의 빅키 톰슨 이사는 1일 기업과 대학 지도자들 대상 연설에서 “최근의 대학 입학생 증가가 너무나 많은 대졸자들에게 부서진 꿈(broken dreams)과 거액의 학자금 부채를 남겼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용주들이 신입사원 채용에 필요하지도 않은 대학 자격증을 요구하고 대학들이 부품을 대량생산하는 공장 같이 운영되길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시드니에서 열린 ‘대졸자 고용가능성과 산업 파트너십 포럼(Graduate Employability and Industry Partnerships Forum)'에서 “왜 대학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분명한 사실을 말하지 않으려 하는가?”라며 “우리는 직업 공부를 위로상(consolation prize)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생들은, 최선의 선택이라면, 대학이 아닌 기술전문대(TAFE)에서 공부하는 것이 장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2012년 줄리아 길라드 정부가 수요 중심 대입제도를 시행하면서 도입한 대입 정원제 폐지로 학부 등록생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26% 급증했다.

● “학위 요구하는 고용주들 학력 거품 조장” = 톰슨 이사는 “수요 중심 대입제도가 학위 없는 사람을 실패자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의도한 적은 없었겠지만, 이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면 “이는 가능한 한 신속히 고쳐져야 할 실질적인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까지 고등학교나 기술전문대 졸업장만 요구했던 개인 비서(personal assistant)나 관리 코디네이터 같은 보직을 위해 학사 학위를 요구하는 고용주들이 학력 거품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학위가 필요하지 않을 일자리에 학위를 제시하는 것은 대학 교육 감소를 위험하게 만드는 불편한 추세이고 구직자들에게 불안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이는 엘리트주의자가 되는 것이 아닌 단순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학은 일자리를 위한 학위 공장이라기 보다는 사회와 학생들을 위해 보다 광범위한 역할을 수행한다”면서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대학이 제공하지 못한다’는 경영자단체들의 비난을 일갈했다.

톰슨 이사는 대학이 구체적인 기술을 교육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문제해결, 분석적 사고, 연구와 의사소통 능력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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