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우드에서 열린 2015년 한국의 날 행사(시드니한인회 주최) 개회식

한호일보는 시드니대 연구원(Research Fellow, 교육 및 사회사업학부)인 정용문 박사의 호주 한인 관련 기고를 19일자부터 게재합니다. 정용문 박사는 한국 갤럽 근무 후 시드니대학에서 사회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동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강의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호주 한인사회에 대한 다양한 리서치에 대해 많은 관심을 당부드립니다. – 편집자 주(註)

본문은 2015년 한국호주리서치센터(Korea-Australia Centre of Social Research)에 의해 수행된 ‘21세기 호주 거주 한인들의 사회통합 실태조사’ 결과에 기초하여 작성됐다. 연구 참여자는 조사 시점 기준으로 12개월 이상 호주에서 거주 중인 18세 이상의 성인 남녀로서, 관광이나 가족 방문 등의 목적을 가진 단기 체류자는 본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1회) 한인 커뮤니티 사회통합, 어느 정도인가?

낙제 모면한 57점, 정치 분야 46점 최하
경제.문화 61~63점, 사회 부문 58점

 “이민 반세기 사회적 가시성 증대 불구 주변화된 위상은 큰 변화 없어”


1971년 센서스 호주 한인 468명
2014년 15만명 추산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이민자란 장기 혹은 영주 거주 목적으로 외국으로 이주한 자를 의미한다. ‘장기’라는 시간적 개념은 개인에 따라 상이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 호주 통계청(ABS)은 이민자를 정의할 때에 12개월이라는 기간을 기준으로 적용한다. 따라서, 비자 상태가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아니더라도 12개월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호주에 도착했거나 거주 중이라면 호주 정부의 관점에서는 호주 이민자로 간주된다. 

한국인들의 호주 이민 역사는 근 1세기 전인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의 한인 이민자 집단은 호주 선교사들에 의해 동반된 아동들이었다. 이후 한국 전쟁으로 발생한 전쟁 고아들이 1950년대에 다수 입국하여 다음 세대를 구성했다. 실제 본인의 거주 의사에 따른 이민 입국은 비영국계 이민 제한이 완화되기 시작한 1960년대 후반으로 기록된다. 1971년에 실시된 호주 통계청 센서스에 의하면, 한국인 이민자는 468명이었다. 이후 지난 반세기 동안 한인 이민자 수는 급격하게 증가하였고, 2014년 센서스에 의하면 한인 이민 역사상 최초로 그 수가 10만 명을 초과했다. 상기 수치들은 호주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에 기초한 것이며, 실제 호주에서 12개월 이상 장기 체류 중인 한국계 호주 거주자는 이보다 훨씬 많은 15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2015년 추석 축제 공연(이스트우드쇼핑센터 앞)

한인커뮤니티, 문화.언어적 소수집단
주류사회 진출..여전히 과제

초기 비자발적 아동 이민자들을 제외하더라도, 한인 이민 역사는 반 세기, 대략 두 세대에 걸칠 정도로 그 역사가 짧지 않다. 그동안 한인 커뮤니티는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고, 많은 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이미 이민 2세대가 한인 커뮤니티와 주류 사회의 각계에서 주역으로 약진하기 시작하여 세대교체가 진행 중에 있다. 더불어 호주 사회에서 한인 커뮤니티의 위상과 영향력도 조금씩 강화되고 있는 징후도 보인다. 그러나 한인 커뮤니티는 문화적, 언어적 소수자 집단으로서 여전히 주류사회 통합에 많은 도전과 과제를 안고 있다. 한류와 한국내 대기업의 성공적인 세계화 등 모국 성장의 영향으로 한인 커뮤니티의 사회적인 가시성(visibility)은 높아졌지만, 주변화된 위상이 크게 변했다고 볼 수는 없다. 

지금은 폐지된 호주 ‘사회통합위원회(Board of Social Inclusion)’는 이민자 집단을 사회적 배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취약집단으로 규정한 바 있다. 한인 커뮤니티는 분명 이 집단에 속한다. 이쯤이면 그동안 한인 이민자들이 무엇을 얼마만큼 (덜) 이루어왔는지 점검하고, 이 반추를 통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설계할 시점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 과업의 필요성은 진작에 제기되어 왔을 것이나, 사회통합 개선을 위한 집단적 노력은 충분치 않았다고 본다. 이 노력은 먼저 하나의 집단으로서의 한인 커뮤니티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사회통합(social inclusion)’이라는 개념은 개인 혹은 집단이 주류사회와 얼마나 상호작용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 유용한 기준을 제시한다. 사회통합은 한마디로 참여(participation)에 관한 것으로서, 사회적으로 통합된 상태는 개인과 집단이 다양한 사회 분야에 참여할 수 있는 동등한 조건과 기회가 부여된 상태를 의미한다. 개인 혹은 집단이 사회적으로 통합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정치적 참여를 위한 기회와 능력이 있어야 한다. 소수자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면 주류 사회의 문화와 가치관에 대한 동일시도 사회통합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사회통합은 다차원적이고 복합적인 개념이지만, 경제, 사회, 정치 그리고 문화적으로 충분히 참여하고 있는 상태로 요약될 수 있다. 본 연구는 사회통합이라는 개념적 틀을 활용하여 한인 커뮤니티의 현주소를 파악해 보았다.
 
〈호주 한인들의 사회통합 실태 (100점 만점)〉

평균 57점, 정치 46점 최하
사회 58점, 경제.문화 61~63점

본 연구는 연구 참여자들에게 각 분야에서 자신의 전반적 통합도를 직접 평가해 줄 것을 요청하여, 주관적 사회통합도를 측정했다. 이 측정에는 1점(전혀 통합되지 않았음)부터  5점(매우 통합되었음)까지의 5단계 리커트 척도(Likert Scale)를 이용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점수는 100점 만점으로 환산했다. 그림에서 보여지듯이, 호주 한인들의 사회통합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학교 성적표에서 주로 적용되는 기준을(A,B,C,D, F) 적용해 본다면, 호주 한인들의 전반적 사회통합도는 간신히 낙제를 모면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경제와 문화 영역에서의 통합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나 여전히 ‘D(기초과정 성취)’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정치적 통합도는 다른 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을뿐만 아니라 절대적인 기준에서도 ‘F(최소 성취기준 미달)’ 수준에 머물렀다. 

해석을 위한 객관적인 준거가 없어 조사 결과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본 조사 결과를 호주 현지인들의 사회통합도 혹은 다른 이민자 집단들의 그것과 비교해 볼 수 있다면, 한인 커뮤티니의 위치를 더욱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현재로서는 비교가능한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앞으로 한인 커뮤니티가 호주 사회와 더 밀착된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 무엇을 개선해야 할 지 그 방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소극적인 사회통합 노력의 결과, 
사회문화적 저해 요인도 고려해야”

본 연구 결과는 우선 한인 커뮤니티에게 자성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즉, 그동안 한인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사회통합 노력은 다소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연구 결과가 한인 커뮤티니의 제한된 사회통합 성취를 자책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시되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사회통합은 개인 혹은 집단의 개별적인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사회구조적 장벽에 의해 더 근본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후 칼럼에서는 연구 참여자들이 본인의 사회통합도를 어떤 기준에 의해 왜 그렇게 평가했는지 각 영역별로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이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필자는 개인주의적 접근을 뛰어넘어 한인 커뮤티니를 포함한 소수자 집단들의 사회통합 노력을 저해하는 호주의 사회경제적 환경과 문화적 요인을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있는 접근을 할 계획이다.

정용문 박사(시드니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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