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주들 "정부 불확실성 조기 해소" 촉

워킹홀리데이 비자소지자(이하 워홀러) 소득의 32.5%를 과세하는 백패커세금(backpacker tax)이 도입되면 호주 워홀러들이 급감해 관광업과 농업에 치명타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모나시대학 부설 국립호주연구센터(National Centre for Australian Studies)는 올 5-6월 케언즈, 포트더글라스, 멜번의 호스텔에 체류 중인 워홀러 3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워홀러들의 60%는 소득의 32.5%를 과세하는 백패커세금이 있었다면 호주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패커세금이 있었다면 워홀러들의 57%는 호주에서 여행하는 시간을 줄이고, 69%는 호주에서 여행 경비를 줄였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62%는 호주 대신 뉴질랜드로 가는 방안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웨덴에서 의과학을 전공한 워홀러 캐츠사 홀봄은 “호주는 올만한 가치가 있다”면서도 “여기서 일해 번 돈으로 생활비와 숙박비를 충당할 수 없다면 부모로부터 재정적 뒷받침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은 매우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 “조건 악화되면 워홀러 올 필요 없을 것” = 이번 설문조사를 도와줬던 백패커 숙박업 네트워크 YHA호주(YHA Australia)의 최고경영자인 줄리언 레저(Julian Ledger)는 백패거세금이 도입되면 지방 경제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번 조사 결과는 워홀러들이 상당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임시직 과일따기의 최저임금인 시간당 약 21-22달러 가운데 3분의1을 세금으로 내고 나면 약 14달러로 음식, 교통, 숙박 비용을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과일따기와 농작물 수확 일을 위해 지방으로 사람들을 데리고 와야 한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우리의 고용 조건이 충분히 매력적이지 못해 그들이 쉽게 떠난다면 그들은 여기에 올 필요도 없고 여기서 일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호혜적인 워킹홀리데이비자는 호주의 훌륭한 성공담이었다. 하지만 전임 연방정부가 2013년 비자수수료를 50% 인상해 워홀러 숫자를 대폭 감소시켰다. 조건이 비우호적으로 바뀌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일부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연방정부의 백패커세금 재검토를 위한 일반인들의 건의서 접수 기간은 9월 2일 마감된다. 정부는 백패커세금에 대한 변경이 확정되면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 “13-19% 과세 절충안이 보다 공정” = 레저는 “현재 호주로 올 것을 고려 중인 사람들에게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정부의 재검토가 최대한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디 웨스트 자매가 운영하는 25헥타르의 퀸즐랜드 비어와(Beerwah) 딸기농장에서 일하는 120명 근로자 가운데 100명은 워홀러다. 이 농장은 이미 백패커세금의 불확실성에 영향을 받고 있다. 선코스트 하비스트(Suncoast Harvest)에서 일자리를 찾는 한국인, 대만인, 독일인, 영국인 구직자들이 감소세다.

디 웨스트는 “모든 과일과 야채 농가와 대규모 식량 가공업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하고 있다. 호주인들은 이런 일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5년 전엔 이렇게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지 않았다. 100만 포기 이상의 대규모 딸기농장을 운영하는 것은 워홀러들 덕분”이라며 “우리는 저렴한 노동력으로 일을 잘하고 있다. 국내 인력만으론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정책 불확실성 해소 시급, 정부 확답 필요” = 웨스트는 워홀러에게 13-19%의 세금을 부과하는 절충안이 보다 공정할 것이라며 “퇴직연금 기여금도 재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왜 우리가 외국인들에게 퇴직연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외국인들은 호주를 떠날 때 퇴직연금을 인출해 갈 수 있는 반면 우리는 67세까지 기다려야만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백패커세금의 불확실성이 내년 농작물 재배 계획 결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달에 내년 딸기 종자를 주문해야 한다. 만약 이 세금을 도입한다면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100만 포기 대신 3만포기 값만 지불하면 될 것”이라며 “우리는 확답이 필요하다. 정부가 ‘맞아 그것은 나쁜 아이디어였어. 그것을 바꾸고 개선하자’고 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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