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초 시드니한인회관에서 열린 경로잔치

본문은 2015년 호주리서치센터에 의해 수행된 ‘21세기 호주 거주 한인들의 사회통합 실태조사’ 결과에 기초하여 작성되었다. 연구 참여자는 조사 시점 기준으로 12개월 이상 호주에서 거주 중인 18세 이상의 성인 남녀로서, 관광이나 가족 방문 등의 목적을 가진 단기 체류자는 본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인들의 가족 구조(4회)

가족관계 한인 87% 절대 다수
호주인 사실혼 15% 포함 66%

부모관계에 기초한 가족 구조

국제화의 진전,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해외 이주가 예전에 비해 일상화되고 보편화되고 있다. 국제 이민은 전지구적 현상이 되고 있으며, 호주의 저명한 사회학자 스티븐 카슬스(Stephen Castles)는 국제적 인구 이동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현 시대를 ‘이주의 시대(The Age of Migration)’로 규정했다. 한국도 이러한 이주의 시대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인구의 해외 유출과 국내 유입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민이 일상화됨에 따라 대부분의(76.4%) 한국인들이 이민을 고려해 본 적이 있다. 이민을 촉발하는 사유는 정치경제적인 요인과 개인적인 요인 등에 걸쳐 다양하다. 

한국인들이 이민을 고려하는 주요 이유에는 사회전반적인 과열 경쟁 구조, 이로 인한 각박하고 여유없는 삶, 그리고 자녀에게 좋은 교육 환경 제공 등이 포함된다. 대체로 본인과 가족에게 더 나은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민이 고려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본 칼럼에서는 실제 이민을 감행(?)한 한인 이민자들의 가족 생활에 대해 살펴봄으로서 라이프 스타일의 단면을 보고자 한다. 우선, 가족 구조에 관한 몇 가지 현황부터 살펴보면, 한인 이민자들의 절대 다수(86.8%)는 결혼 관계의 가족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나머지 소수 관계에는 이혼, 사별, 미혼 등이 포함된다. 결혼 관계에 기초한 가족 구조가 당연한 것으로 보일 지 모르지만, 호주 전체 가족 구조와 비교해 보면 이는 한인 이민자들에게서 목격되는 독특한 가족 현상 중의 하나이다. 

즉, 2011년 센서스 통계에 의하면, 호주 전체 가구에서 법적 결혼관계에 기초한 가구는 절반 (51.0%)에 불과하다. 사실혼(de facto) 관계가 호주 전체 가구의 15%를 차지하고 있는데, 사실혼을 결혼관계에 포함하더라도 결혼관계에 기초한 가족은 66%에 불과하다. 
 

한인 이민자 가족 구조(1인 가구 등 소수형태 가구 제외)

호주인 가구 ‘커플 온리’ 40%, 
부부+자녀 호주인 37%, 한인 70% 

호주 한인 가구당 평균 자녀 2.16명, 한국보다 두 배 높아
한인 가족 구조의 독특성은 자녀 유무에 관한 통계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된다. 대다수의 한인 가구는 자녀가 있으며,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가(69.8%) 절대적으로 지배적인 가족 구조를 보이고 있다. 반면, 호주 전체 가구의 경우에는 자녀가 없이 ‘부부만 있는 가구’가(40.0%) 지배적인 가구 형태이며,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는 37.0%에 불과하다. ‘무자녀 부부 가구’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상기 통계는 한인 이민자들은 결혼이 사회적 규범이며, 법적인 부부관계를 가족 구조의 근간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또한, 부부와 자녀가 동거하는 가구가 가장 보편적으로 추구되는 가족 구조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 한인 가구들은 몇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지도 궁금해진다. 자녀가 있는 가구들을 대상으로 가구당 자녀 수를 살펴본 결과, 두 자녀 가구가 절반 정도로서(51.2%)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이 세 자녀 이상 가구(30.7%), 그리고 한 자녀 가구(18.1%) 순이었다. 한국의 경우, 한자녀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07년에 이미 그 비율이 절반을(51.2%) 넘어서서 지배적인 가구형태로 자리매김했으며, 이어서 두 자녀 가구(36.5%), 세 자녀 이상 가구(12.3%) 순이다. 같은 한국인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가구 자녀 수에 관한 한 두 집단 간에는 극명한 차이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인 이민자들은 이민을 통해 가구 규모의 확대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한인 이민자 가구의 가구당 평균 자녀 수는 2.16명이었다. 참고로 2012년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1.30, 호주 전체의 출산율은 1.93이다.

가구당 평균 자녀수(%)

호주의 자녀 우대 정책도 영향
가구당 자녀 수는 사회적인 의미가 크다. 출산은 궁극적으로 개별 가구의 선택이지만, 그 선택은 사회 전반의 가족에 대한 개념, 노동시장의 안정도, 육아 비용과 스트레스 등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다시 말해, 호주 한인들의 상대적으로 높은 출산율은 자녀 출산이 장려되는 사회문화적 분위기와 자녀가 있는 가구를 보호해 주는 호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작용한 결과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인 이민자들은 출산과 자녀 양육에 더 우호적인 호주의 사회적, 정책적 환경의 혜택으로 더 많은 자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호주로 이민 온 한인들은 외면상 다자녀 가구의 상징인 ‘흥부네’와 유사한 가족 구조로 변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흥부네 우화에는 다자녀 가구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인식이 포함되어 있으나, 최근 전지구적으로 진행 중인 고령화와 저출산 현상에 즈음하여 다자녀 가구에 대한 정책 담론은 매우 호의적이다. 즉, 각국 정부들은 다자녀를 보유한 흥부네가 오히려 사회적으로 더 바람직한 가구 형태로 간주하며, 흥부네를 증가시키기 위한 정책적 처방을 개발하고 있다.

출산율이 아동 및 가족 보호에 관한 전반적인 사회의 질을 반영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볼 때, 한인 이민자들은 상대적 다출산 사회의 축복(?)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자녀를 가지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가질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모국의 가족들보다는 호주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분명 다행스러운 환경에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은 한인 이민자 가족들이 하나의 조직으로서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그리고 개별 구성원들이 가족 내에서 가치있는 존재로 인정받고 성장하고 있는지 등과 관련된 가족의 기능과 역할일 것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흥부네 가족 내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가족의 기능과 역동성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정용문 박사(시드니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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