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우드 상가 통근자용 주차장 반대 운동

본문은 2015년 호주리서치센터에 의해 수행된 ‘21세기 호주 거주 한인들의 사회통합 실태조사’ 결과에 기초하여 작성되었다. 연구 참여자는 조사 시점 기준으로 12개월 이상 호주에서 거주 중인 18세 이상의 성인 남녀로서, 관광이나 가족 방문 등의 목적을 가진 단기 체류자는 본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7회 한인들의 정치 참여

미미한 수준..경제적 취약성과 함께 ‘악순환’ 
언어 장벽, 무관심 탈피, 발언권 확대해야

첫 번째 칼럼에서 한인 이민자들은 다른 분야에 비해 정치 분야에서 그 통합도가 특히 낮다는 조사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학자들은 정치참여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는데(테러 등의 비합적 정치활동 제외), 첫 번째는 제도적인(conventional) 정치참여로서 투표, 정치헌금이나 선거운동 등의 정당활동 등을 포함한다. 두 번째는 비제도적 참여로서 서명활동, 불매운동(boycott), 시위참여 및 항의 등 정부 정책에 대한 견해나 자신의 이해관계를 표출하는 활동이다. 
정치적 통합은 상기의 실질적인 정치활동에 대한 참여 뿐만 아니라 정치 이슈들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도 등을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본 칼럼에서는 호주 한인들의 정치생활을 몇 가지 지표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호주의 정치제도상 정치참여의 수준은 비자 유형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이 점도 고려해서 분석해 보고자 한다. 

14.4%만 “호주 정치 현안 관심있다” 
우선 호주의 정치 현안들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한인들은 대략 7명 중의 1명(14.4%) 정도로 드문 편이다(다소 관심있다 13.1%, 매우 관심있다 1.3%). 5점 척도로 측정된 정치적 관심도는 시민권자(2.60점)와 비시민권자(2.44점)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없이 낮았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호주의 ‘종이 신문’이나 ‘온라인 신문’을 통해 사회적, 정치적 이슈를 접하는 한인들은 각각 14.5%와 24.3%로서 역시 높지 않다. 다수의 한인들은 한인 커뮤니티의 다양한 언론 매체들을 통해 호주 사회의 주요 현안들을 접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치적 무관심은 여러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이긴 하나, 상기 수치들은 호주사회의 정치현안에서 한인들이 지나치게 분리되어 있을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지역구 연방 의원 인지도(%)

50.3% “지역구 의원 이름, 정당 모른다” 
정치적 관심도에 대한 또다른 지표로서 주요 정치인들에 대한 인지도를 살펴보았다. 먼저 자신이 속한 지역구의 연방 의원의 이름과 소속 정당 모두를 알고 있는 응답자는 10명 중 1명에 미치지 못하는(9.2%) 수준이었다. 절반(50.3%)의 응답자는 연방 의원의 이름도 소속정당도 알고 있지 못했다. 

이름만 알거나 소속정당만 아는 응답자는 각각 25.5%와 15.0%였다. 다음으로 현재 거주지(카운슬)의 시장에 대한 인지도를 물어본 결과, 이름과 소속정당 모두를 아는 응답자는 5.9%로서 극히 드물었다. 다수(59.5%) 응답자는 시장의 이름과 소속정당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림에서 보듯이 주요 관련 정치인에 대한 인지도는 투표권을 가진 시민권자들에게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주요 정치 행위자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도는 투표권 보유와 상관없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건의/청원서 서명 참여 23%, 호주인 절반 수준

투표가 의무화되어 있는 호주 정치제도를 고려하여 제도적 정치참여 수준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대신 건의서/청원서(서명), 정부 정책에 대한 질의, 불매운동, 시위 및 파업 참가 등 다양한 비제도적 정치참여 행태를 살펴보았다. 지면상 건의서/청원서 서명을 통한 정책청원과 불매 등의 소비자 운동 참여에 한정하여 살펴보면, 지난 1년간 서명 운동에 참여한 한인들은 22.9%(시민권자 28.2%, 비시민권자 17.3%), 불매운동에 참여한 한인들은 5.2%였다(시민권자 3.8%, 비시민권자 6.7%). 이 수치는 호주 전체 인구(시민권자만)와 비교해보면, 그림과 같이 상당한 격차가 확인된다.(단 호주 전체 시민권자의 통계는 2013년 ‘호주인 정치참여 조사(Australian Survey of Political Engagement)’를 참고했으며, 조사대상 기간이 ‘지난 2-3년’으로서 본 조사 결과와의 직접적인 비교에는 무리가 있다).

한인들의 비제도적 정치참여 경험률(%)

“한인들 발언 기회가 더 많아져야”
9.7%만 정치적 견해 표현 기회 가져

사회정치학자들은 정치참여의 수준은 독립적으로 결정된다기보다는 다른 분야와의 연관성 속에서 결정된다고 말한다. 즉,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경험하고 있는 이들은 정치적인 동원력이 부족하고 낮은 정치적 역량은 다시 경제적인 불이익으로 귀결되는 악순환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한인들의 낮은 정치 참여는 경제적 취약성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연결고리는 끊어져야 하며, 그 작업은 정치참여 제고에서 시작하는 편이 더 용이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경제영역과는 달리 정치에 대한 관심과 (비제도적) 정치참여를 저해하는 구조적인 장벽이 적기 때문이다. 이민자들이 경험하는 사회적 불의(social injustice)에 대한 목소리를 외부로 표출될수록 그것이 사회적인 이슈로 인정되고 정책 행위자들의 관심사로 부상(political recognition)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한인 이민자들의 정치참여 수준이 높지 않다고 해서 정치참여 욕구가 낮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사회적 불의를 경험할수록 호소할 이야기는 더 많이지기 때문이다. 본 조사는 한인 이민자 10명 중 1명(9.7%)만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현할 기회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물론 언어장벽이 가장 큰 제약 요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결과는 대다수의 한인들이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정치적 이슈에 대해 발언할 충분한 기회를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고, 이것이 낮은 정치참여도를 설명하는 주요 요인중의 하나임을 시사한다. 한인 커뮤티니의 언론 매체들과 한인커뮤티니 대표 기관들의 역할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한인들의 목소리가 더욱 적극적으로 표출되고, 이것들이 수집, 논의, 공유되어 모국 혹은 호주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전달되는 행사나 기회가 더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정용문 박사(시드니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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