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28일(수)부터 전면 시행됐다. 공직자와 언론인, 교직원 등 약 400만명이 이 법의 1차 적용 대상이다. 그러나 돈이나 선물, 접대와 향응 등을 주고, 받는 쌍방이 법률 대상자가 되고 이런 관계인들까지 포함하면 대다수의 국민이 김영란법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의 목적은 한국이 좀 더 청렴하고 투명한 사회로 나가가고 동시에 불필요한 접대 낭비를 척결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 분위기를 김영란법이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스폰서·수사무마 청탁' 의혹을 받는 김형준(46) 부장검사가 29일 구속됐다. 지난 7월 진경준 전 검사장의 뇌물 혐의가 드러나자 "통렬히 반성한다"는 사과와 함께 내부 개혁에 몰두했지만 불과 두 달 만에 현직검사가 또 구속됐다. 그간 한국 검찰은 현직검사의 비리가 드러날 때마다 나름의 대책과 개혁안을 내놨지만, 비위를 저지른 검사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에서 김영란법은 관행적으로 이어진 부정청탁이나 접대, 금품수수 등을 금지해 공명정대한 사회로 탈바꿈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지난 2011년 6월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김영란 위원장(한국 최초 여성 대법관 역임)이 국무회의에서 처음 제안해 이름 붙여졌다. 김 전 위원장은 2012년 8월 16일 이를 발표했고 지난 5월 9일 시행령을 발표, 7월 28일에는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이 나면서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이 의결됐다. 

적용 대상 및 기관은 공무, 공직유관단체나 공공기관, 교직원, 언론사 뿐 아니라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등 헌법기관과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직유관단체 등이 모두 포함된다. 
부정청탁 금지 부분을 인·허가, 인사 개입, 수상·포상 선정, 학교 입학·성적 처리, 징병검사·부대배속 등 14가지로 분류했다. 다만 공개적으로 요구하거나 공익적 목적으로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등 5가지 행위에 대해서는 예외 사유가 인정된다. 
특히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이상을 금지하는 ‘3·5·10’ 항목과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1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 처벌을 받는 게 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음식물 3만 원·선물 5만 원·경조사비 10만 원’이라는 가액기준을 충족한다 하더라도, 직접적인 직무 관련성 여부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구체적인 법 적용과 다양한 사례에 있어서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많아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권익위는 ‘직무 관련성’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 헷갈린다면, 각자 계산하는 ‘더치페이(Going Dutch)’를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를 신고하면 신변보호를 받고, 2억 원 이하의 포상금이나 30억 원 이하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호주를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더치페이 관습과 더불어 김영란법과 비슷한 법률이나 규정이 오래전부터 다양한 형태로 자리를 잡고 있다. 공직자는 재산 신고 외 $100 이상의 선물이나 접대, 향응 등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규정 등이 있다. 
예를 들어 장관 및 의원의 행동 강령(Ministerial/MP code of conduct), 업무와 개인의 이권 연관 여부 신고(register of interests), 고위 공직자가 퇴직 후 취업을 할 때, 퇴직 전 18개월 동안 연관된 업무 분야의 취업을 제한하는 규정(Post-separation employment restrictions), 로비스트 등록 및 로비스트 행동강령 등이다. 
호주 정치인들과 의사당이나 의원 사무실에서 만날 때, 커피는 고사하고 물 한 잔 주지 않은 경우를 볼 수 있다. 점심을 함께해도 각자 돈을 내거나 샌드위치 정도가 고작이다. 철저한 더치페이 문화와 불필요한 접대 금지 관습이 몸에 배어 있다. 이런 분위기이니 호주에서는 새삼 김영란법을 만들 이유가 없다. 다만 호주에 있는 한국 공직자, 한국 국적자는 김영란법을 적용 받을 것이다. 한국 외무부는 재외공관의 외교활동 위축 방지를 위해 외국의 정부·공공기관·국제기구·시민사회나 학계 등 기타 단체가 자체 예산으로 주최하는 외교 행사에 참석한 외교관 혹은 공직자는 3만원이 넘는 음식물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두었다. 

지난 8월초 이재명 성남시장이 시드니를 방문해 동포 기자 간담회 겸 시소추(시드니소녀상건립 추진위원회) 관계자 면담을 한 장소(맥쿼리파크 식당)에서 가졌다. 성남시, 시소추, 기자단 3개 그룹이 각자 저녁 식사비를 더치페이했다. 너무 자연스러웠고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재명 시장과 성남시 관계자들은 김영란법 시행 전부터 이런 더치페이 관습과 식사 접대 금지 관행을 실천했 왔다. 호주를 다녀간 다른 방문객들과 비교됐고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한국의 국가 이미지와도 관련이 있는 김영란법이 한국에서 잘 정착돼 보다 신뢰받는 공명정대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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