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경제일간지인 AFR(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리뷰)지는 매년 호주 여러 분야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이나 단체를 선정 발표한다. 이 기사는 호주 사회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이번 주 발표된 내용 중 ‘문화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most culturally powerful people)’ 톱 15은 특히 흥미롭다. 예상을 뒤엎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폴린 핸슨도 포함됐다.

채널 10의 인기 시사토크쇼 더 프로젝트(The Project)의 공동 진행자인 중동계 방송인 왈리드 알리(Waleed Aly)가 1위로 선정됐다. 알리는 다방면에서 출중한 재능을 가졌다. 방송 진행자이며 해설가인 동시에 멜번 유력지 디 에이지(The Age)의 고정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고 모나시대학의 정치학 강사이기도 하다. 왈리드 알리는 올해 TV 분야 대상인 골드 로기(Gold Logie)를 거머쥐었다. 지난번 이슬람 금식기간인 라마단(Ramadan)을 맞아 총리 관저로 이슬람 주요 인사들을 초청했을 때, 알리 부부는 말콤 턴불 총리 부부와 함께 헤드 테이블에 앉을 정도의 VIP가 됐다.
알리는 매우 논리적이며 똑똑하고 웃음을 선사할 줄 아는 해설가로 평가 받는다. 매우 효과적이며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가 테러 집단 이슬람국가(IS)가 약하다고 비판한 영상(2015년 11월)은 조회수가 3천만회에 달한다. 

페니 웡 노동당 상원의원과 워렌 엔티취 자유당 의원이 동성결혼 합법화 추진 활동으로 공동 2위로 높은 평점을 얻었다. 중국-호주인 가정 출신인 웡 의원은 연방 의원 중 가장 먼저 레즈비언임을 컴잉아웃한 정치인이다. 야당의 상원 원내 대표로서 정계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변호사 출신인 웡 의원은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고 강한 설득력, 해박한 논리가 장점이다.   

공동 3위는 호주의 대표적인 오지풋볼과 럭비의 전설들이다, 은퇴한 시드니 스완 (Swans) AFL 선수들인 아담 구스(Adam Goodes)와 마이클 오래플린(Michael O’Loughlin), 럭비 리그의 조나산 서스톤(Johnathan Thurston) 노스 퀸즐랜드 카우보이즈 주장이 그들이다. 
이등리 공동 3위를 차지한 것은 호주 인기 스포츠의 대중적 영향력이 어떤지를 짐작할 수 있다. 

4위는 흥미롭게도 특정인이 아닌 소셜미디어를 사용해 여론을 주도하는 작가, 방송인, 여성 지도자들이다. 대표적인 인물로 클레멘틴 포드, 제인 카로, 타라 모스, 캐서린 데브니, 미아 프리드만, 웬디 하머 등이 꼽혔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성차별주의, 여성혐오주의를 철저히 배격하고 있다.  

5위는 IT혁신의 아이콘인 아틀라시안(Atlassian)의 호주인 공동 창업자 마이크 캐논-브룩(Mike Cannon-Brookes)과 스콧 파쿠하(Scott Farquhar)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85억 달러 규모의 소프트웨어 회사를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6위는 20년 만에 켄버라 의회로 화려하게 복귀한 폴린 핸슨 상원의원이다. 그가 당대표로 있는 원내이션(One Nation)은 지난 총선에서 거의 50만 표를 확득하며 4명의 상원의원을 당선시켰다. 원내이션은  특히 퀸즐랜드에서 강세를 보인다. 이민/난민정책은 물론 호주사회 여러 아젠다에서 핸슨과 원내이션은 무시할 수 없는 정치 세력이 됐다. 

지난 18년 동안 야인으로서 와신상담하며 내공을 키운 핸슨은 아웃사이더에서 어느덧 유력 정치인으로 위상이 막강해 졌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인기 급증과 영국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에서 나타난 ‘안티-엘리트 스타일’의 인기 확산 트렌드도 핸슨의 부상에 도움을 주었다. ‘서민을 대변한다’는 핸슨의 전략은 호주 사회 저변에 뿌리를 내리면서 지지층을 확산하고 있다. 다수의 중저소득층 유권자들이 “핸슨은 유식하지 않지만 우리와 같은 말로 우리를 대변한다. 진정한 서민의 친구”라는 호감을 갖고 있다. 내년 퀸즐랜드 선거에서 원내이션은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나타난 투표 패턴은 호주 사회 깊숙이 핸슨의 영향이 이미 파고 들었음을 시사한다. 주요 정당들은 대기업 외 관심이 없기 때문에 이들을 향한 메아리 없는 외침보다 핸슨같은 정치인들을 통해 사회 변화를 유도하려는 유권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2017년 호주에서 문화적으로 가장 막강한 파워를 가진 인물에 폴린 핸슨이 1위를 차지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더 현재로서는 상당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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