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 햄버거 시장에서 맥도날드(McDonald)와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글로벌 기업 ‘버거킹(Burger King)’은 유독 호주에서만 'Burger King'이 아닌 ‘헝그리잭스 (Hungry Jack’s)’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는 대로 그 이면에는 상표권과 관련된 사연이 있습니다. 

1971년 호주에 처음으로 버거킹 프랜차이즈를 들여온 사람은 KFC 체인을 경영하던 사업가 잭 코윈(Jack Cowin)이었습니다. 코윈은 당시 'Burger King'이라는 상표가 애들레이드에 있는 한 테이크-어웨이(take-away) 샵이 등록한 것을 알고 미국 버거킹 본사에 대체 브랜드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코윈은 미국 본사가 제시한 여러 개의 후보들 중 버거킹 관계사인 필스베리(Pillsbury)사의 팬케익 브랜드 'Hungry Jack'을 골라 ‘Jack’이라는 단어 뒤에 아포스트로피 (apostrophe) 기호 's'를 붙여 현재의 'Hungry Jack’s' 상표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후 서호주에 개점한 헝그리잭스 1호점을 시작으로 퀸즐랜드와 NSW주에 추가 점포를 열었고 빅토리아주의 웬디스 햄버거(Wendy’s Hamburger) 체인점 11개를 한꺼번에 인수하면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호주의 헝그리잭스 프랜차이즈 사업이 승승장구하던 1990년대 중반 미국 버거킹 본사와 코윈이 대주주로 있던 호주의 헝그리잭스社 (Hungry Jack’s Pty Ltd)는 프랜차이즈 계약과 관련하여 법적 분쟁을 벌입니다. 이즈음 기존에 애들레이드 테이크-어웨이 샵이 등록했던 'Burger King' 상표가 소멸됐고 (특허청 온라인 상표 공보에는 과거 자료가 누락되어 있어 이와 관련된 정확한 자료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 필자 註) 이 기회를 틈타 미국 버거킹 본사는 주유소 사업자 ‘쉘(Shell)’과 손잡고 쉘 주유소들을 중심으로 'Burger King' 체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호주에서는 동일한 메뉴, 동일한 로고를 사용한 210개의 헝그리잭스 체인과 81개의 버거킹 체인이 2003년까지 공존했습니다. 미국 버거킹 본사와 코윈의 소송전은 코윈의 승리로 결말이 났고, 이후 코윈의 헝그리잭스사는 기존 81개의 버거킹 체인을 모두 인수함으로써 호주에서 버거킹이라는 이름은 역사 속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글로벌 회사가 새로운 국가에 진출하면서 겪는 가장 빈번한 문제 중의 하나가 상표입니다. 상표권의 속지주의 특성상 한 국가에서 취득한 권리를 다른 국가에서 자동으로 주장할 수 없습니다. 상표법은 국가마다 상이하여 어떤 국가에서는 먼저 사용한 사람(entity)에게 선권리를 주고 어떤 국가에서는 먼저 출원/등록한 사람에게 권리를 부여합니다. 이런 제도를 악용해서 외국에서 소위 히트한 브랜드를 자국에 발 빠르게 등록, 선점하여 높은 값에 되팔거나 해외 상표권자의 시장 진출을 방해하는 업자들도 있습니다. 

최근에 말레이시아 시장에 진출한 세계적인 청바지 회사 '디젤(Diesel)'도 상표권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디젤 상표는 이미 1980년대에 'Asia Brands'라는 현지 의류회사에 의해 등록되었고 공교롭게도(?) 이 회사는 이탈리아 디젤사(Diesel SpA)와 유사한 스타일의 티셔츠와 청바지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명성만 믿고 성급하게 말레이시아 시장에 진출한 이탈리아 디젤사는 Asia Brands로부터 상표 침해 금지 경고장을 받고 이 사건을 법원에 가져간 상황입니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디젤의 청바지는 통상 $150-$170에 판매되는데, Asia Brands의 청바지 가격은 $30-$5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비슷한 스타일(stonewashed jeans)의 옷을 같은 브랜드로 판매하면서 가격은 5분의 1에 불과하니 이탈리아 디젤사의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것입니다.  

한편, 가구 공룡 이케아는 2010년 'IKEA' 상표를 인도네시아에 성공적으로 등록하고도 차일피일 시장 진출을 미루다가 지난해 해당 등록상표가 취소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많은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에서도 상표 등록 후 소정 기간 사용을 하지 않으면 신청에 의해 등록상표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사이 현지 가구 업체인 'PT Ratania Khatulistiwa'라는 회사가 'IKEA' 상표를 가구업과 관련하여 상표등록을 완료하여 이제 이케아는 이 회사에 상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 현지 회사는 설립자의 이름 “Ingvar Kamprad”와 이 사람이 살았던 농장 이름 “Elmtaryd”, 살았던 동네 이름 “Agunnaryd”의 각 앞 글자를 따서 “IKEA”라는 상표를 만들었다고 주장을 했는데, 왠지 끼워 맞춘 느낌이 듭니다. 

2012년 중국에서는 애플(Apple Inc)사가 이미 선점된 'iPad' 상표를 사기 위해 미화 $60 million을 지불한 일이 크게 기사화된 적이 있습니다. 

상표 등록은 적은 투자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효율적인 법률 행위입니다. 비단 규모가 큰 글로벌 회사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도 해당 국가의 지적재산권 취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또한, 상표는 등록 못지 않게 관리도 중요합니다. 개별 국가의 법제와 비즈니스 상황에 맞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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