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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인가?: 통계로 보는 호주 한인들의 삶과 의식 (10)[10회] 호주한인들 행복한가?
한호일보 | 승인 2016.10.20 19:53
2016 한국의 날 행사 중 ‘다함께 라인댄스’

68.4% “행복”, 75.7% “긍정적 전망”
사람들이 이민을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더 나은 삶일 것이다. 이민은 모국의 정치적인 불안정이나 경제적인 궁핍 등의 거시적인 요인, 혹은 새로운 기회나 라이프스타일 추구 등의 미시적 요인에 의해 촉발될 수 있다. 전자가 비자발적인 요인이라면 후자는 상대적으로 자발적인 요인이라고 볼 수 있고, 최근 한국인들의 해외 이민은 대체로 후자의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물론 우발적인 요인이나 부득이한 사정 등의 다양한 이유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민이 모국에서의 삶보다 더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호주 이민자들의 심리적 근저에 자리잡고 있는 공통적인 요인임을 이전 칼럼에서 확인한 바 있다. 

한인 이민자들은 현재 이민 생활에 얼마나 행복감을 느끼고 있을까? 약 10명 중 7명의(68.4%) 한인들은 지난 1년간 자신의 삶이 행복했다고 응답했다(‘다소’ 54.6%, ‘매우’ 13.8%). 그리고, 대부분의(75.7%) 응답자들은 앞으로 자신의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었다 (‘훨씬’ 11.2%, ‘다소’ 64.5%). 한인 이민자들이 소수민족그룹으로서 경험하는 다양한 구조적 불이익과 기회의 제약, 그리고 낮은 사회통합도를 고려해 보면 다소 일관적이지 않은 결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비지지적인 삶의 조건과 환경에 상관없이 낙관적인 삶의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으로 평가된다. 

그럼 호주로의 이민이 한인들의 행복도를 향상시켰을까? 대답은 ‘그렇다’였다. 다수의(53.9%) 한인 이민자들은 호주에서의 삶이 더 행복한 삶일 것이라고 대답했고(‘훨씬’ 11.8%, ‘좀더’ 42.1%), 만일 한국에서 계속 살고 있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행복했을 것이라는 대답은 상대적으로 훨씬 적었다(17.1%). 즉, 한인들은 대체로 현재의 삶이 모국에서의 삶보다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적 삶에 좀 더 가깝다고 느끼고 있으며, 호주로의 이민 선택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와 한국의 행복도 비교(%)

78.8% “호주서 오래 살고 싶다” 
40.1% “호주 이민 권유하겠다” 

현재 삶에 대한 높은 행복도는 향후 호주에서의 거주 의향에도 반영된다. 현재 영주 체류권의 보유 여부와는 무관하게, 대다수의(78.8%) 응답자들은 호주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대답했으며,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응답은 6.0%로서 매우 낮았다. 특히, 호주에서 ‘평생’ 살고 싶어하는 이가 3명 중 1명에(34.4%) 달해 한인 이민들의 호주 장기거주에 대한 강한 의향을 확인했다. 최근 한국으로의 귀국 이민이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 자료는 호주 이민자들에게는 크게 적용되지 아닐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했다.

흥미로운 점은 호주로의 이민을 가족이나 친구에게 권하겠다는 응답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었다. 가까운 이들의 호주 이민을 반대하겠다는 응답은 13.8%로서 많지는 않았지만, 권유하겠다는 응답도 40.1%에 머물러(‘적극’ 10.5%, ‘다소’ 29.4%), 본인 거주 의향과 타인 거주 추천 의향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확인되었다. 언뜻 모순되어 보이는 이 양가감정은 호주 이민이 제공하는 혜택과 행복감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노력과 고통이 수반됨을 암시했다. 모국에서 이미 확립된 생활기반과 네트워크를 버리고 새로운 환경에서 비주류인들이 겪는 차별과 소외감을 감내하면서 획득한 행복이 진정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고심하는 한인들의 감정이 표현된 것으로 해석된다.

수입, 학력과 행복 상관없어 
장기 거주자일수록 더 행복

그럼 어떤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덜 행복할까? 몇 가지 주요 사회인구학적 특성과 행복도 사이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결과, 행복도는 그 사람의 수입과 교육수준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물질적인 풍요가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는 ‘진리’가 호주 한인 이민자들에게도 적용되고 있었다. 그리고 학력이 높은 한인들이 반드시 삶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유하지만도 않음을 시사했다. 실제 모국에서의 학력과 경력은 호주 사회에서 거의 인정되지 못하며, 오히려 모국의 고학력, 고경력자들이 이민 이후 겪는 상실감과 좌절감이 더 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점에 보면, 호주로의 이민은 모국에서의 차별을 상쇄시키는 긍정적인 거시 효과를 유발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학력이 개인의 성취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국에서 차별을 경험했던 상대적 저학력자들에게 호주 이민은 행복으로 가는 더 넓은 경로를 제공하는 것이다.

행복도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변수는 거주기간과 영어 구사능력이었다. 즉, 거주기간이 길수록, 그리고 영어 구사능력이 높을수록 행복도가 높았다. 추가적으로, 장기 거주자들은 교육수준은 낮지만 영어 구사능력은 높고 가구소득 또한 높다. 이 결과는 행복이 모든 이민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초기 정착 스트레스를 성공적으로 극복해 내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적극적으로 획득하고자 노력한 이들에게 선별적으로 주어지는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한인들을 포함한 이민자들의 행복도가 대체로 높은 편이지만 호주 현지인들의 그것과는 눈에 띤 차이가 있다. 즉, 호주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한 스캔론재단(Scanlon Foundation) 설문조사에 의하면, 호주에서 태어난 이들의 약 90%가 ‘행복’하다는 응답을 하고 있다. 이 결과는 이민자들의 행복 성취를 저해하는 구조적 요인이 분명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인들의 행복 성취를 저해하는 사회구조적 요인들을 발굴하고 이에 정책적으로 대응하는 집단적인 노력이 병행된다면 더 많은 한인들이 더 큰 행복감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호주에서 행복한 삶을 꿈꾸며 새로운 삶을 일구어나가기 위해 분투하는 모든 한인들의 행복을 바라며 칼럼을 마친다. (연재 끝)

정용문 박사(시드니대 연구원)

“10회 연재를 마치며..”
[시드니대 사회통계학자 정용문 연구원의 ‘호주 한인들은 누구인가? - 통계로 본 호주 한인들의 삶과 의식’은 호주 한인커뮤니티의 특성과 정체성을 분석한 유용한 연구 자료입니다. 이번 주까지 10주 동안 연재되면서 많은 독자들로부터 매우 유익한 분석이고 중요한 통계 자료라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연구 논문을 기고한 정용문 박사에게 사의를 표합니다. 10회 연재는 한호일보 웹사이트 www.hanhodaily.com을 통해 검색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주(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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