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의 호주 최초 주의원은 시드니 동포 이연형씨(전 재호호남향우회장)의 장녀 엘리자베스 리(한국명 이슬기, 37) 변호사가 첫 테이프를 끓었다. 이 당선인은 현재 ANU법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15일 ACT(호주수도권준주) 의회(Legislative Assembly) 선거에 자유당 후보로 출마한 이 변호사는 5개 대선거구 중 커라종(Kurrajong) 대선거구에서 당당히 주의원으로 당선됐다. ACT준주 의회는 5개 대선거구로 나누어 5명씩 25석을 선출하는 헤어 클라크 제도(Hare Clark system)를 채택하고 있다. 

이 당선인은 4년 전 ACT 준주 선거에 자유당 공천을 받아 첫 도전을 했다. 비록 낙선했지만 선거구 유권자들에게 강력한 도전 정신과 함께 자유당의 브레인으로, 또 젊은 활동가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국계 변호사란 점도 홍보했다. 연방 총선에서는 ACT 하원 지역구에서 자유당 후보로 앤드류 리 노동당 의원에게 강력하게 도전했다. 이번까지 모두 세 번의 주와 연방 선거 출마 경력은 이 당선인에게 매우 좋은 실전 경험이 됐을 것이다. 

이 후보가 당선된 커라종 대선거구는 약 5만6천명의 유권자가 있는데 켄버라 의사당 주변의 시티를 관장하는 곳이다. 현 수석 장관(노동당의 앤드류 바)과 녹색당 대표 모두 이곳에 출마했고 이슬기 후보는 이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어 당선됐다. ACT 주의원 중 아마도 최초의 아시아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여러 면에서 이 당선인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호주와 같은 영어권인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에서는 이미 한국계 연방 정치인들이 배출됐다. 미국에서는 여러 명의 한국계 주의원들이 있다. 이번에 호주에서 한국계 주의원이 탄생했으니 영어권 중 영국에서만 아직 없는 셈이다.
캐나다에서는 교육자 출신인 연아 킴-마틴 캐나다 보수당 상원의원이 최초이자 유일한 한국계 의원이다. 그녀는 2008년 캐나다 연방선거에 보수당 후보로 출마 했지만 당선되지 못했다. 캐나다 총리의 추천으로 상원의원이 됐다. 
뉴질랜드에서는 멜리사 리(한국명 이지연) 의원이 국민당 비례대표 후보로 당선됐다. 리 의원은 뉴질랜드 국영방송 TVNZ의 앵커로 20여 년간 활동하다 정계에 입문했다.  

연아 킴-마틴은 총리가 추천한 캐나다 연방 상원의원이고 멜리사 리 뉴질랜드 의원은 비례대표로 선출됐다. 이에 비해 이슬기 변호사는 지역구(ACT준주는 하원만 있다)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으로 당당히 당선됐다는 점에서 더욱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호주 동포사회에 오래만에 큰 굿뉴스를 선사했다.

이슬기 변호사의 당선은 호주 한인사회에서 한국계 정치인을 배출해야 할 필요성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미주처럼 앞으로 실력있는 한국계 정치인 지망생들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한가를 더 바란다면 한국계 후보들이 커뮤니티 마인드를 가졌으면 하는 점이다. 

켄버라 타임즈(Canberra Times) 22일자에 따르면  호주의 원로 정치 평론가인 말콤 맥케라스 호주가톨릭대학 방문교수가 “초선인 이슬기 당선인이 ACT 자유당 대표가 되어 4년 후 선거에서 승리해 자유당 수석장관(Liberal Chief Minister)이 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했다. 

아시아계 초선 의원에게 이같은 큰 기대감을 나타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극찬인데 이 당선인의 프로필과 활동을 알기에 나온 전망같다. 이 당선인은 정부와 법무법인에서 근무했고 호주젊은변호사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ACT법률협회 부회장이다. 법률자문국(Legal Advice Bureau) 자원 봉사자로도 활동하며 에어로빅 강사다. 

지난 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당선인은 한국계로서 이중언어를 구사하고 복수문화를 알고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자부심을 갖고 지역사회, 넓게는 정치권에 관심을 가지라고 한인 2세들에게 당부했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첫 한국계 주 하원의원인 마크 김 의원이 지난해 4선 고지에 올랐다. 모두가 그럴 것이라고 예상한 것은 그에 대한 지역 사회의 신망이 매우 견고하기 때문이다. 

이슬기 당선인으로 시작한 호주 한국계 정치인 역사가 단절되지 않고 굳건히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뒤에서 한인 커뮤니티가 지원을 해야 호주에서 제2, 제3의 이슬기가 탄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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