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스캔들로 한국이 발칵 뒤집어 졌고 많은 국민들이 ‘멘붕’에 빠졌다. 

지난 8월부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 의혹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자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는 이를 부패기득권 세력과 좌파세력의 ‘식물정부 만들기 음모’로 규정하며 반격에 나섰다. 

보수 언론 중 가장 힘이 센 조선일보를 부패 수구언론으로 몰아세우며 마구 조졌다. 당시 조선일보는 송희영 전 주필의 대우해양조선 향응 사실이 까발려지면서 사과문까지 게재해야 했다. 그러나 내심 칼을 갈아왔고 최순실 국정 개입 폭로가 이어지고 대통령이 사과하자 기다렸다는 듯 총공격을 하고 있다. 26일 조선일보는 ‘부끄럽다’, ‘최순실 수사, 특검이 역사에 교훈 남기라’는 제목의 사설과 무려 25개 이상 관련기사로 인터넷판을 도배했다. 마치 쿠테나, 천재지변, 전쟁이 났나할 정도였다. 사과문에 대한 상처가 무척 컸던 모양이다. 

25, 26일자 한국 주요 신문의 사설 제목만 봐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 “나를 수사하라”고 공개 선언하라’, ‘박 대통령의 최순실 국기문란 해명, 납득 안 된다’ (이상 중앙일보), '사과하면서도 거짓말한 박 대통령, 대통령 자격을 잃었다' (경향신문), '당신들은 아직도 국민이 우스운가' (한겨레).  

최순실 국정농단 실상이 드라마틱하게 폭로되면서 박근혜 정부는 사실상 식물정부로 전락했다. 이 사태를 만든 장본인은 중차대한 국정을 “언니, 동생”하는 사이의 사인(私人)에게 의존해 자문을 구한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다. 
대통령이 사과를 했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진정될 기미가 없다. 오히려 진정성 없는 사과 제스추어에 비난이 커지고 있다. 27일 한 신문은 설문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과 하야 지지가 42.3%라고 보도했다. 26일 서울에서만 60여개 시민단체가 집회를 갖고 시국선언을 했고 탄핵소추를 요구했다. 이런 시위와 집회는 전국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해외 동포사회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박 대통령이 국정을 이끌어 가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의 말 자체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국정 운영 권능의 붕괴 사태에 직면한 것이다. 정부, 국회, 국제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1년4개월 잔여 임기 동안의 장기적 국정 마비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나라 꼴이 엉망이면 해외 동포들의 사기가 떨어진다. 필자는 호주에 살면서 전두환.노태우 군부독재정권 때 한국인이라는 것에, 한국과의 관계에서 모멸감을 느꼈다. 그 때를 제외하면 그런 기분이 없었는데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며 비슷한 감정이 스멀스멀 기어나왔다. 
국정원 대선 개입, 세월호 참사와 대응 조치, 개성공단 일방 폐쇄, 위안부 사과 관련 일본 아베 정권과 굴욕적 합의, 국민적 논의 없이 독단적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번 파문을 덮으려는 속샘인 개헌 추진 발표 코미디와 진정성 없는 사과 제스추어에 계속된 거짓말까지.. 손 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치졸한 행태가 끝도 없이 지속됐다. 그 과정에서 허리를 90도 굽힌 예스맨들이 청와대와 주요 각료직, 여당 지도부를 접수해 국정농단의 차단을 방해했다. 이들 모두 해임되거나 국정 상황을 오도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최태민과의 질긴 악연으로 이어진 최순실과의 관계 유지는 박 대통령의 업보(業報)다. 이제 남은 것은 박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참회와 반성, 그리고 철저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받고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이 없다면 성난 민심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뼈를 깎는 결단을 해야 한다. 

대통령이 권력을 사적으로 오용하고 국기를 문란시킨 비정상 사태인데도 국가 지도자가 위기감을 못 느끼는 게 진짜 큰 위기다. 국가를 이끌 능력과 양심을 갖추지 못했으면 사실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다. 호주에서는 정치  지도자들이 전격 은퇴를 선언하고 일반 시민으로 사는 사례가 많다. 물론 지금까지의 행태를 보면 그런 기대는 아예 접어야 할 것이지만..

비선 실세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힙합의 라임을 절묘하게 응용해 작성한 대자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고 한다. 25일 오후 부산도시철도 1호선 교대역 출입구에 붙은 대자보가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나라 꼴이 무지 개 같아서 감탄중인 젊은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작성자는 "대한민국, 왕정국가인 줄 알았는데 신정국가였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대자보 작성자는 '책임은 대신' '애비는 유신' '정치는 배신' '경제는 등신' '외교는 망신' '연설은 순실접신' '옷 갈아 입는데는 귀신' '물대포는 캡사이신' '순실이 유라는 피신' '북한 없으면 걸신' '국민들은 실신' 등의 짧은 글을 열거하며, 박근혜 정국을 비판했다.

해외 동포인 필자가 하나 덧붙이고 싶다. ‘K-나라망신은 박근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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