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iss by Auguste Rodin, Marble, 1901 -1904

프란체스카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결혼식장에서 처음 본 그녀의 남편은 큰 키에 매우 훤칠한 미남이었다. 1285년, 이탈리아 귀족 가문의 딸이었던 아름다운 그녀는 원수지간이었던 가문의 큰 아들과  화해의 의미로 정략 결혼을 하게된다. 신부에게 다가선 잘생긴 남자는 자신은 신랑이 아니라 신랑의 동생 파울로이며, 결혼식이 끝나면 형 지안치오토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불행하게도 형제는 전혀 닮지 않았다. 그날밤 만나게된 신랑 지안치오토는 가문을 일으킨 용감한 자였으나 지나치게 작은 키에 기형적인 신체의 소유자였다. 프란체스카는 잘생기고 키 큰 남자를 좋아했나 보다. 어느 날 두사람은 중세 기사도  러브 스토리  ‘Lancelot and Guinevere(랜슬롯과 귀네비어)’를 같이 읽던 중 격정적인 감정에 휩싸이며 키스를 나눈다. 욕망에 순응하는, 위험해서 더 달콤했을 키스를 주고받은 다음 순간, 두 사람은 지안치오토에게 발견되어 차례로 그의 칼에 처참하게 죽게된다. 

두 사람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14세기 르네상스의 서막을 알린 서사시 신곡(Divine Comedy)에서 단테(Dante)는 이 두 사람을 지옥편에 등장시킨다.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금지된 사랑에 빠진 대가로 단테에 의해 지옥에 떨어진 그들은 제 2지옥에서 끊임없이 회오리바람으로 던져지는 고통을 받는다. 

다시 수백년이 지난후 조각가 로뎅은 단테의 신곡 중 ‘지옥(Inferno)’편에서 영감을 받아 그가 죽기전  37년동안 몰두한 작품 ‘지옥의 문(The Gates of Hell)’을 제작한다. ‘지옥의 문’에서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는 왼쪽문에 새겨질 예정이었으나 키스하는 장면이 다른 고통받는 인물들과 서로 어울리지 않아 빠졌다고 한다. 이후 ‘The Kiss’는  다양한 크기와 버젼의 독립 작품으로 다시 제작되며 ‘생각하는 사람(The Thinker)’과 더불어 로뎅의 가장 인기있는 작품이 됐다. 


로뎅의 ‘The Kiss’ 작품들중 가장 큰 작품 중 하나가 올여름 뉴사우스웨일즈 주립미술관 전시 ‘누드(Nude)’에서 보여진다. 두 남녀가 누드인 채 열정적인 키스를 나누는 순간을 포착한 조각작품이다. 맑고 매끄러운 대리석의 질감은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피부만큼이나 매혹적이다. 인간의 몸이, 인간의 행위가 너무나도 아름답게 표현된 작품이다. 책을 읽다가 키스를 나누고 그대로 조각이 되어버린건 아닌지. 파울로의 왼손에 들려있는 책은 에로티시즘과 이상주의가 적절한 무게로 균형을 이루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미술사를 통해 사랑의 욕망을 가장 솔직하고도 아름답게 재현했다고 평가받는 이 작품은 2003년 영국인으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미술 작품으로 뽑히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세월 거대 입체 포르노(?)로 취급되어 천으로 덮인채 방치되는 굴욕의 시간을 보내다가 1953년 마침내 영국 테이트(Tate) 뮤지엄이 사들이면서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예술품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번 전시 ‘누드(Nude)’는 테이트 뮤지엄으로부터 건너온 100여점이 넘는 누드 작품전으로, 인간의 벗은 몸에 대한 다양한 이해가 펼쳐진다. 이상적인 몸부터 사실적, 역사적, 초현실적, 애욕적, 혹은 정치적으로 다양하게 해석된 누드의 다양한 시대적 표현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주말부터 내년 2월 5일까지 계속되며, 12월 마지막 두주를 제외한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에는 한국어 안내 투어도 준비되어있다.  

이 규미(Community Ambassador, Art Gallery of N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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