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돕기운동본부의 고려인(약 55만명) 분포 현황

Ⅲ. 한민족 네트워크와 디아스포라 

1. 한민족 네트워크의 실상
“한국에서의 한민족 공동체는  
한인 디아스포라의 다양성을 주장하고는 있지만, 
한국인들의 행위 차원에서는 
여전히 해외로 이주한 사람들을 객체로 간주한다”

세계 각 국에 흩어져서 거주하고 있는 한민족의 동질성 유지와 민족 간의 교류 활성화를 위해 수년 전부터 ‘한민족 네트워크’ 혹은 ‘한민족 공동체’란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으며, 이에 관한 연구도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만우(1999)는 국가 위주의 공동체 개념에서 민족위주의 공동체 개념으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디아스포라를 하나로 뭉치게 하여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임을 밝히고 있다. 민족공동체를 특정한 지리적 영토에 국한시키지 않고 해외민족까지 자국민에 포함해 국경을 초월하는 가상적 공간으로 민족 국가의 영역을 확장하는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Schiller & Fouron, 1998). 

최진욱(2007)은 한반도의 분단극복과 통일과정에서 660만 명에 이르는 해외동포들의 역할을 높이기 위해서는 통일이 모국 중심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해외동포들을 포함하는 ‘한민족공동체’ 형성이라는 것으로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통일연구원의 온라인시리즈에서 한민족공동체는 ‘한국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각 지역의 문화적 특성 또는 고유성을 인정하는 문화다원주의에 기초하는 다(多) 중심적인 네트워크 개념’이라고 설명하면서 ‘한민족 네트워크 개념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서 부딪히는 한계를 극복하고, 통일한국의 국가브랜드를 한 단계 높이도록 해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최진욱, 2007).

한민족 문화공동체 네트워크는 기본적으로 남북한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한민족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혈통과 문화의 공통성을 기초로 구성되는 공동체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특히 공통의 언어․역사․전통․관습 등 문화적 요소를 더욱 강조한다. 그 까닭은 문화적 공통성이야말로 여러 지역에서 장기간 고립적으로 살아온 한민족 구성원들을 서로 연결시키고, 소통하게 하며, 협력하게 하는 원초적인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문화적 공통성은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 속에서 한민족 전체의 결속과 공동 발전을 촉진시키는 중요한 문화적 자본으로 작동된다는 믿음을 전제하고 있다(조혜영, 2001, 93쪽). 그러나 흩어져 있는 민족들의 연대가 그리 간단치만은 않음을 밝히고 있다. 한민족간의 교류나 접촉의 증가가 단순히 한민족의 결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오산이다. 해외 한민족과의 교류와 접촉의 증가와 함께 이들의 ‘다름과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민정착과정에서 이질화된 문화, 언어, 생활방식과 사고관 등 변화된 부분에 대해 상호 인정하는 태도를 가질 때 안정적인 한민족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조혜영, 2001, 93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한국 사회에 이주한 이주민들(Immigrants)을 다문화라는 용어로 그들의  독특함을 인정하지만 한국인들에 동화됨을 요구하고 있듯이, 한국 사회에서 해외로 이주한 사람들을 동일자(同一者)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즉, 한국에서의 한민족 공동체는 비록, 한인 디아스포라의 다양성을 주장하고는 있지만, 한국인들의 행위 차원애서는 여전히 해외로 이주한 사람들을 객체로 간주하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한국인의 조선족에 대한 상반된 시각의 공존과 한민족 공동체의 노력들의 허상을 밝힘으로써, 한민족 공동체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으로써 ‘한글문화공동체’를 주장하고자 함이 이 글의 목적이다. 한민족 문화공동체 네트워크의 근간이 되는 개념은 민족이다. 앞의 논의에서도 밝혔듯이 한국인과 조선족 등의 한인 디아스포라들이 갖고 있는 민족의 개념에는 상이한 점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민족이라는 개념에 근거한 공동체인 한민족 문화공동체 네트워크를 진단하고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으로서 ‘한글문화공동체’를 제시하고자 한다.

“민족이라는 개념에 근거한 공동체인 한민족 문화공동체 네트워크를 진단하고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으로서 ‘한글문화공동체’를 제시“

2. 민족의 정체성과 디아스포라(Diaspora)
“해외한인을 한민족, 해외동포로 호명하는 것은 디아스포라를 민족 개념 속에 재 편입시키고자 하는 노력에 불과.
디아스포라 ‘되기’로부터 디아스포라 ‘쓰기’로 이행해 가고 있는 중“

민족은 초역사적이고 자연적 실재가 아니라 역사적 변화에 열려있는 사회적 실재이다(임지현, 1999). 따라서 혈연, 조상 등 단순히 객관적 특질의 공유를 강조하며 한민족의 결속을 외치는 것은 과거 지향적이고 정태적인 민족 개념으로 회귀될 수 있으며 체제유지를 위한 보수논리를 제공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해외 각지에 퍼져있는 한민족이 처해 있는 사회경제적 조건, 정치상황, 이민의 역사 등이 동질적이지 않은 만큼, 이들이 지닌 실질적인 민족관은 구체적이고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조혜영, 2001, 106쪽).

디아스포라가 현대사회 문화의 담론으로 떠오르고 있다. 디아스포라는 제3세계 국민들의 제1세계로의 자발적 혹은 강제적 이주, 소수자 국가 국민의 다수자 국가로의 이동을 뜻한다. 세계의 시간과 공간이 극도로 단축된 전지구화 시대에 디아스포라를 통한, 이질 문화의 교배는 혼성 문화, 무국적 또는 다국적 문화를 탄생시킨다. 민족 정체성의 존립을 거론하기가 무색한 복합문화주의 혹은 다문화주의 시대가 나타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디아스포라는 모더니티로부터 포스트모더니티로의 이행 속에서 그 의미가 더욱 확장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티는 국민 국가라는 공동체가 정치 이데올로기적 억압의 산물이라는 반성을 통해 나타났다. 포스트모더니티의 디아스포라는 모더니티와는 다른 새로운 민족 정체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서로의 정체성 ‘차이’를 긍정한다. 디아스포라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의 여성의 문제, 동성애자 집단, 정치적 좌익, 홈리스 등과 관련된 포스트모던의 담론들, 이른바 소수자에게의 주목을 요구한다. 소수자는 단지 수적 차원의 열세를 지칭하지 않는다. 소수자는 지배를 받고 있는 또는 헤게모니를 장악하지 못한 주변의 집단을 의미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디아스포라는 소수자(minority)이다. 

근현대기의 한국도 디아스포라의 역사로 점철되어 있다. 열강들의 패권 각축과 근대화의 굴절, 일제강점의 민족 수난, 해방과 세계화의 꿈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궤적 속에서 현재 세계 각지에 수많은 한국인이 디아스포라의 주인공으로 살고 있다. 지도에 나타나지 않는 무형의 한국에는 카레이스키(고려사람), 조선족, 조센진,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이름의 또 하나의 한국인이 세계 도처에 흩어져 살고 있다. 소련, 중국, 그리고 일본 등으로의 초기 디아스포라는 강제이주, 즉 타의적 이주에 의해 나타났다. 해방 이후의 디아스포라는 미국, 캐나다, 그리고 유럽과 남미로의 노동 이민이 중심이다. 미국의 경우 1965년의 새 이민법 제정이 중요한 기점이 된다. 특히 미국의 한국인들은 코리아타운을 형성해 살고 있지만, 이곳의 2, 3세대들은 분산되고 혼합된 정체성을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포스트모더니티의 디아스포라를 적용할 수 있는 지역이다. 

디아스포라는 시대와 함께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이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디아스포라에 대한 수많은 담론이 생산되고 있다. 우리는 이 담론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현대의 디아스포라 개념은 복합문화주의나 포스트모더니티의 산물이다. 여기서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은 포스트모더니티의 디아스포라는 근본적으로 서구 문명을 축으로 한 논리에서 생성된 개념이라는 사실이다. 타 집단 혹은 이방인이라는 언어 자체가 수직적 위계질서(hierarchy)를 전제로 하고 있다. 

디아스포라는 탈 근대적 초국가성만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이중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디아스포라는 ‘기원의 땅과 공간적으로 분리되면서도 심상적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유대를 계속 가지고’ 있다(강상중․요시미 슌야, 2004, 186쪽). 코리안 디아스포라와 같은 민족주의적 프로젝트는 디아스포라를 공동체로 동질화 하고자 하는 소망을 표현한다. 해외한인을 한민족으로 호명하고, 이들을 해외동포로 호명하는 것은  디아스포라를 민족 개념 속에 재 편입시키고자 하는 노력에 불과하다(신진숙, 2011, 127쪽). 현재 필요한 작업은 기존의 디아스포라 개념을 역사적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우면서도 역사적 기억을 새롭게 ‘쓰는’ 과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디아스포라 ‘되기’로부터 디아스포라 ‘쓰기’로 이행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신진숙, 2011, 127쪽) 

이호규 (동국대학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