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구름이 밤의 정막을 틈타
이승의 저편 몽롱한 피안을 헤매다가
밝아오는 여명, 천지에 번지는 햇살에
풀어헤친 옷섶을 여미다..

엄정한 수평선
기러기 몇 마리 띄워 놓고
오늘도 쓸쓸히
상심에 잠기는 여명

내일은 오늘과 다르리라 기대하며 살았다는
인류의 영원한 벗 하루끼
곱고 소박한 소망 갈잎처럼 켜켜이 쌓여
훈훈한 가슴이던 그날은 가고

오늘도 막무가내의 소용돌이
끝이 보이지 않는 대립
이성적이지도 주지적이지도 않은
이마에 뿔이 돋친 사람들

한숨에 시들고 상처에 신음하는 산하
역류하는 세파에 무심히 흘러가는 고혼
꽃 피고 꽃 지던 그 자리 간곳없고
눈시울에 도는 물빛 그늘만이….

하늘이여!
여명을 거두어 주소서
내가 헛것을 보고 헛소리를 하나이다
광명을 저주하고 암흑을 구가하는 무리가
내 가슴에 비수를 겨누고 있습니다

설한을 견딘 목련 봄을 일깨우듯이
그렇게 작은 불씨로 이 여명 재 속에 남아
미구에 피어날 날 있으리니
희망의 속삭임 바다와 구름의 밀월
정녕 다시 볼 날 있으리니…
   
(이 무: 계간 <생활문학>에 시 ‘적막을 지키는 문’ 등 5편을 발표하며 모국 시단에 나옴. 여명은 작가가 최근 한국내 상황을 보며 쓴 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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