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박근혜를 처음부터 싫어했다. 그녀의 역량이 대통령 감이 못 된다고 생각해서다. 그녀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박정희 딸이라고 그녀를 대통령에 당선 시키면 후회할 거라고 경고했다. 내 주위 사람들은 아직 이걸 기억한다. 통진당 이정희는 TV 토론 때 자기 의견을 정확한 용어구사를 써 가며 거침 없이 표현하는데 비해 박근혜는 부분 지진아 수준의 논쟁을 했다. 그러나 내가 서울서 만난 모든 사람들은 “이정희가 세상에서 제일 미운 인간이다” “그녀는 좌빨 종북세력이다” 라고 했다. 특히 나이 먹은 보수 층의 증오는 더 심했다.

박근혜는 그 정신 연령과 인간적 역량 때문에 최태민과 최순실에게 빠진 것이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었다. 그녀는 국정 운영을 할 만한 능력이 부족해서 사방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그녀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최순실의 국정농단 뉴스를 지켜 보며 배신감에 더욱 박근혜를 미워하고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의 잘못이 더 크다.
 
세계 역사상 드문 백만이 넘는 국민이 여러 주동안 토요일마다 촛불을 들고 나와 그녀의 퇴진을 요구했다. 방법은 비폭력, 평화적이었다. 백만이 지나간 자리에 쓰레기가 하나도 없는 건 우리 국민의 저력이다. 그 결과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 됐고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 갔다. 나는 촛불집회, 야당을 비롯한 새 누리당의 친/비박 정치인들, TV에 출연해 숨어 있던 최순실과 박근혜 사이에 일어났던 소문들과 세세한 일들을 까 발리고 거침 없이 공격하는 정치인, 지식인들을 보았다. 그 결과 전국이 ‘대통령 사냥 열기’에 휩싸여 있다.

그들은 강성 노조 등 촛불 집회를 선동하는 세력과 동조하고 있다. 대통령을 몰아낸 후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머리 굴리기에 바쁜 사람들이다. 그 밖에 신문, 잡지, 인터넷 기사들도 마찬가지 논조다. 여론도 정신 못 차리고 있다. 날조된 악성 소문까지 여과 없이 전달하고 있다. 나쁜 경제 사정과 청년실업, 부의 양극화에 대한 서민층의 분노를 이용하고 있다. 정치인과 여론이 인기 영합주의인 ‘포퓰리즘(Populism)’에 빠져 있다. 나는 이 과정을 지켜보며 엄청난 회의에 빠졌다. 내 생각으론 도저히 대통령 탄핵 이유가 안 되는 건들을 갖고 대한민국이 마녀 사냥 열기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서양 중세 마을에서 좀 미움을 받거나 못 생긴 여자들을 마녀로 몰아 고발했다. 그들은 고문에 못 이겨 마녀인 걸 자백하고 화형을 당했다. 화형 장면이 중세에선 구경거리였다. 이렇게 무고하게 죽은 여자가 10만 명이나 된다. 인간은 그만큼 어리석고 잔인한 동물이다. 군중은 우중(愚衆)이다. 그래서 쉽게 폭도(Mob)로도 변할 수 있다. 선동을 잘하면 대중은 히틀러의 나치 때처럼 그룹 히스테리아에 빠지기도 한다. 

7푼이 대통령 박근혜는 나름대로 애국심이 있고 나라를 위해 몸바쳐 일해온 여자다. 나는 박근혜가 역대 대통령 중 부정이 가장 없는 축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친하다고 생각한 측근 최순실이 오버하는 걸 모른 건 죄가 크다. 그러나 대통령 직을 물러날만큼 크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최순실과 대통령 측근에서 못난 짓을 한 사람들에게 그 죄에 맞는 벌을 받도록 하면 된다. 특검에서 밝히겠지만 박근혜는 역대 다른 대통령처럼 자기 개인 이익을 취한 건 없는 걸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한국이 법치 국가인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촛불 민심이 법이 되면 안 된다. 판사들이 촛불 민심 압박에 못 이겨 자기의 양심에 어긋나는 판단을 하지 않을 것을 기대한다. 특검도 정확한 죄상을 밝힐 걸로 믿는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이 한 꺼풀 성숙해 지는 기회로 삼자. 대한민국이여, 대통령 사냥 놀이는 이만 중지 하자!

한상대(린필드 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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