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돌밭에 갔네
고향을 떠나는 날

둥글둥글한 몽돌 속에는 
삼봉산이 들어 있고 
산양도 있어
줍다 버리고 버리고 줍다
해가 저물어
다 던져 버리고 
몽돌 위에 누우니

몽돌 음반을 두들기는 파도소리
심장을 두들기네

얼마나 쓸리면 몽돌이 될까
얼마나 깍여야 그 안이 보일까

큰 고향에 가는 날은
속그림 몽돌밭에 가겠네


[조소영 당선소감]

 달이 비쳤습니다. 산 속의  작은 저수지가 둥그런 달로 그득했습니다.    
저수지의 달빛이 넘치자 숲 속의 나무들이 두런두런 깨어났습니다.
풀잎들도 재잘재잘 신이 났습니다. 달빛 축제에 초대 받은 모두가 
행복하게 놀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저수지의 물이 빠지더니 순식간에 
바닥이 드러났고 달빛도 사라져버렸습니다. 아찔한 허망함에 놀라 깨보니             
꿈이었습니다. 
그 때부터였습니다. 마음의 저수지가 바닥 나지 않게 시를 읽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망설였습니다. 아직도 멀었는데  ...
그런데 멀리서 큰 산처럼 우러러 보던 성춘복 선생님의 따뜻한 격려를 받으니 
한없이 너그러운 사랑을 느낍니다. 성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꿋꿋한 시의 길을 보여 주시는 윤필립 선생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자상한 가르침으로 함께 해주신 문인회원님들과 
모든 은인들의 덕을 깊이 새기겠습니다.

[시 심사평] 성춘복 (시인) 

시는 표현의 압축이고, 그 추구에 생명이 있다고 보아 결국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시는 자연히 높은 암시성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길이는 짧으나 완전하게 표현하는 것이 시의 생명이다. 언어를 절약하는 정신이 시의 몫이라면 시인에겐 언어에 대한 날카로운 의식이 요청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비록 상상의 영역이라고는 하나 ‘현실로서의 그 작가와 그런 삶’의 세계를 어떤 수순을 밟아 어떤 언어로 구성하느냐가 그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조소영의 '어느 날'을 당선작으로 결정한다. 쉬운 일상어로 단출하게 표현하며 내면세계에 대한 고찰을 상당히 탄력있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시적 화자가 사물과 그 표현 과정에서 내면의 초점을 흩트리지 않고 긴장미를 돋우며 심층으로 이끌어간다. 비교적 시의 요소를 잘 갖추고 있어 당선작으로 정했다. 

가작(차상)인 성가영의 '나무' 또한 내면적 세계로 접근해 나가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 가작(차하)의 이명주 
'당산나무였네'도 일상의 소재를 잔잔하게 풀어나감에 치하를 보낸다. 큰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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