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키팅 전 총리는 “호주는 새로운 미국 행정부가 저지르는 모험주의에 합류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20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대통령 취임식 이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폴 키팅 전 호주 총리가 “이 사안에 대해 호주 정부는 미국의 입장에 말려들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키팅 전 총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렉스 틸러슨(Rex Tillerson) 신임 국무장관 지명자가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인공섬 건설을 중지하고 섬 접근을 제한해야 한다. 또한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통제권을 제한하지 않는 것은 전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된다”는 발언에 대해 “이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강력 반박했다. 

13일 성명에서 “틸러슨은 미중국 갈등에 호주를 끌어들이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호주는 15년 전 이라크 참전으로 초래된 역사적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다. 또한 호주의 번영과 세계의 안전이 전쟁으로 위협받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당선 직후 키팅 전 총리는 “호주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좀 더 독자적인 외교노선을 통해 아시아와의 밀접한 관계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남중국해는 세계무역의 대동맥이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주변국가들이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에 뛰어들고 있으며 미중 대결이 점차 노골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어느 여성이 남중국해의 섬 이미지를 담은 중국어 광고판을 지나고 있다 .광고판은 중국말로 "남중국해, 우리의 아름다운 땅, 한 치의 땅도 빼앗길 수 없다”고 씌여있다.

쥴리 비숍 호주 외교부 장관은 “호주 정부는 관련국가들에게 인공 섬 건설을 포함, 현 상태를 변화시키려는 일방적인 조치를 자제할 것과 관련 국가들이 국제법을 따를 것을 촉구했다. 이 지역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일관되며 분명하다"고 밝혔다.

야당의 페니 웡 외교 담당 의원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기 위해 턴불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긴밀히 협력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 틸러슨의 남중국해에 대한 발언에 대해 중국 정부는 직접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루 강 외무부 대변인은 “중국은 남중국해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다”면서 “남중국해 상황은 진정되었고 비관련국가는 세계의 기본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합의사항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우회적으로 미국을 겨냥해 비난을 했다.

루 대변인은 “중미 양국은 대치 및 갈등을 지양하고 상호 이익을 통한 윈윈 협력관계를 추구한다” 는 실리주의적 입장을 표명했다.

그런 가운데 집권 2기를 맞는 시 진핑 중국 주석이 남중국해 영유권분쟁에 대한 중국의 강경한 입장을 대변해 온 남해함대 사령관 선 진룽을 인민해방군 해군사령관(해군 참모총장)으로 승진 발령한 것은 향후 미국과의 군사적 갈등에 대비한 것으로 보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