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환호하는 로저 페더러

겸손함, 타인 배려 등 존경할만한 노장 겸 롤모델

“내가 두려워할 선수는 없지만 모두를 존중한다”

지난달 29일(일) 밤 멜번파크. 호주오픈 남자단식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눈물을 머금으며 승리의 포효를 내뿜었던 로저 페더러(스위스)의 모습이 카메라에 찰칵!하며 담긴 그 1초 동안 세상이 잠시 그 동작을 멈추는 듯 했다. ‘2017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테니스 역사에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앤디 머레이(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2위) 등 상위권 강호들이 초반부터 줄줄이 탈락한 이변 등 많은 화제거리를 낳았던 2017년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가 황제의 귀환을 목격하며 막을 내렸다.

프로 테니스계에서 은퇴할 나이인 35세에 18번째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획득한 노장 페더러. 그가 스포츠 역사에 있어 확실한 자리를 매김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페더러의 성공 비결 5가지’는 다음과 같다.

'2017 호주오픈 남자 단식 우승컵'을 든 로저 페더러

1. 겸손하라
“성공은 어렵게 얻었지만 영원하지 않다”. 혼신의 노력 끝에 얻은 성공일지라도 언제든 쉽게 사라질 수 있다는 페더러의 성공에 대한 인식에는 겸손함이 배어 있다.

이런 페더러의 겸손함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나? 

“8강 결승에 오른 것만으로도 굉장한 성취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승까지 한 것은 내가 상상한 그 이상이다. 경기를 하면서 힘들지만 이 순간들이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나로 하여금 더욱 열심히 뛰게 만들었다. 평소에도 긴장감을 떨치기 위해서 또 어쩌면 조국 스위스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돕는 팀과 가족을 위해서도 열심히 일한다. 그 무엇이든 나름대로 모든 것이 소중하다”.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자만하기 보다는 오히려 매 순간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그를 ‘겸손한 황제’로 이끈 듯 하다. 

한 이탈리아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페더러는 “내가 어린 선수였을 때가 아니라 더 성숙한 때에 중요한 것들을 획득한 것에 감사한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 성공에 취해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 가운데 숨겨진 소중한 것의 의미를 놓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2. 오는 기회를 잡아라
올해 호주오픈에서는 남녀 단식 4강에 오른 선수 8명 중 20대는 단 2명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강한 체력이 요구되는 테니스 경기에서 페더러와 윌리엄스 자매를 비롯한 30대 노장들이 어떻게 결승전까지 올 수 있었는지 분석하고 싶어했다. 그 중 설득력을 얻는 이유로 멜번 파크의 경기 코트 속도가 지적됐다. 페더러는 “코트의 빠른 속도는 2005년 이전에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게 유리하다. 이번 멜번 대회에서의 코트가 독특한 기회가 되었다”고 ‘경기장 환경이 자신에게 유리했음’을 인정했다.

지난 부상으로 6개월 휴식 후 출전한 2017년 첫 메이저 대회에서 8강 진출만으로도 우수한 성적이라고 기대했던 페더러.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확신을 갖고 그 기회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3. 상대편을 존중하라
결승 전 승리 후 가진 시상식에서 페더러는 “솔직히 경기에 패배했더라도 행복했을 것이다. 부상 후 복귀한 것만으로도 완벽했다. 테니스에서 무승부는 없지만 만약 무승부가 있어 나달과 함께 이 승리를 나눌 수 있다면 더 기뻤을 것”이라며 경쟁자 나달을 배려한 ‘페더러다운’ 우승 소감을 말했다. 

자신과 경기를 치루는 상대 선수에게 예의 바른 것으로 유명한 페더러가 언젠가 이런 말도 했다. ‘내가 두려워할 사람은 없지만 모두를 존중한다”. 

4.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하라
2014년 더 텔레그라프 (The Telegraph)와의 인터뷰에서 페더러는 “경기의 주도권을 잡지 않으면 상대편 선수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게 되고 결국 경기에서 밀리게 된다. 경기의 주도권을 잡는 것은 한 차례의 경기이거나 운동선수 경력 전체이거나 상관없이 중요한 경기 원칙이며 삶에 적용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만 쫓아다니는 방어적 플레이를 한다는 것은 곧 프로선수로서는 끝장’이라고 할 만큼 그는 경기의 주도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5. 경기는 심리전이다
엘리트 선수들에게 성공적 경기를 위해 동요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신체적 힘과 지구력만큼이나 중요하다. 선수들은 코치와 가족들의 지지와 응원을 받지만, 경기 중 승패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상대 선수와의 심리전이라고 할 수 있다.

페더러 역시 ‘이전에는 경기 승패가 전술과 기술에 좌우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정신력과 체력에 달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더 민첩하게 움직이도록 나 자신을 밀어붙이고, 실점해도 노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돌이켜보면 평정심을 유지할 때 성적이 좋았다. 이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도 상황을 선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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