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일보.한국문예창작학회 공동 주최로 성료   

2017 국제문학 심포지엄이 ‘문학, 문화와 자연’을 주제로 7일(화) 한호일보 문화센터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한호일보와 한국문예창작학회(회장 이승하 시인)가 공동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에는 한국내 대학 문예 창작과 현직 교수/연구원25명과 시드니의 한인 문인 40여명 등 모두 80여명이 참석해 큰 관심을 나타냈다. 

한국문예창작학회 전 회장인 박덕규 교수(단국대)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에서 이승하 회장 (중앙대. 시인 겸 문학평론가)은 “한국문예창작 학회는학회지 발간, 심포지엄 개최 및 후진양성 등 국내 활동에 주력하면서도 동시에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해외 한인 문인들과의 만남을 매년1-2회 정도 꾸준히해오고 있다. 한호일보와 공동 주최를 통해 처음 이뤄진 호주교포 문인들과의 만남은 그런 면에서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험한 세상 아름다운 시 한편, 글 절실

신이정 한호일보 발행인은 환영사에서 “한인 커뮤니티 문인들에게 드리고 싶었던 기회였다. 개인주의화 되어가는 각박한 세상에서 긍정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문인들의 시 한편, 글 한 줄이 절실하다”면서 “한호일보는 문인들을 위한 지원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이번 만남을 통해 한호 작가들이 서로 많은 것을 나누고 더 나아가 이번 행사가 일회성으로 끝나지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은 1, 2부로 나누어 한호 문인들이 교대로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호주 교포 문인들 중에서는 정동철, 이마리, 양안전, 하미혜, 유영설 씨 5명이 발표자로 참가했다.

이들의 화두는 새로운 문화와의 충돌 속에서 겪을 수 밖에 없는 정체성, 자녀 교육, 외로움 등의 고민을 어떻게 극복하는가였고 그 고민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낸 문학적 결과들을 발표했다. 

정동철 수필가(변호사)의 글쓰기는 찬란한 청년 시절 자유가 구속되는 군인의 경험 속에서 국가와 개인관계에 대한 고민에 그 뿌리를 둔다. 그는 국가를 ‘성경에 나오는 괴수 리바이어던(leviathan)’으로 비유하고 이민자를 ‘벗어나고 싶었던 한국 리바이어던과 몸을 담고 살아가는 호주 리바이어던 두 문화사이에서 치열한 줄다리기를 하는 사람들’로 비유했다. 그는 또 “이민자의 숙명은 곧 축복이며 두 문화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상황을 ‘박쥐의 눈’에 빗댈 수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통찰력을 갖는 이민자는 한국과 호주를 넘어 영향력을 미치는 독특한 문학적 창조를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리 동화작가는 고향을 떠나 디아스포라로 살아가는 어린이들을 위해 동화를 쓰기시작했다. 이 작가는 ‘버니입 호주 원정대(Bunyip Australian Adventurers)’와 ‘구다이 코돌이< Good day Kodorie>’ 두 작품을 소개했다. 특히 ‘구다이 코돌이’는 산불 소방관이 코알라에게 물을 먹이는 사진 한 장으로부터 얻은 감동을 담은 동화로 ‘생명의 소중함과 관계의 새로맺기’를 주제로 삼았다.

중국 흑룡강성 출신의 한국계 양안전 작가는 독보적인 시성(詩聖)으로 불리는 두보의 시 세계를 분석했다. 특히 두보의 시를 중국어로 낭송하여 번역시에서느껴볼 수 없는 두보 시인의 정신을 다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배려 했다. 

하미혜 수필가(회계사)는 “다음 세대를 위한 씨앗을 심는 마음으로 한글학교에서 후세들을 가르치고 있다’면서 “이 자리에 나온 이유는 백년이 지나더라도 후손들이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글이 없이는 우리 민족도 없다. 미래세대가 한국 문학을 즐길 수 있도록 쉬운 표현의 작품들을 써주실 것”을 부탁했다. 

유영설 수필가(국제단타연맹 창설자)는 “무술의 한 형태인 단타가 한글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소개하고 “한글이 문학적인 면 뿐만 아니라 스포츠와 무술의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해 관심을 모았다. 
한국내 발제자 중에서는 이사라 시인( 한국과기대 교수)이 자작시에 나타난 노을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승하 시인은 해외 한인들의 상실감을 통해 드러난 상처를 글로써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3인의 재미교포 작품을 분석, 소개했다. 

이민자의 숙명은 곧 축복

김유중 문학평론가(서울대)는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를 율격과 정한적 차원이라는 틀을 통해 분석했으며, 송희복 문학평론가(진주 국립교육대 )는 김소월 시에 나타난 자연을, 신선희 문학평론가 겸 수필가(장안대 )는 설화적 상상력과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문복희 시조 시인(가천대 )은 “일본 전통 정형시 하이쿠가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환경이 부럽다” 면서 ‘우리의 시조’에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우찬제 문학평론가(서강대)는 “동포 문인들이 문학인으로서의 실존 또는 정신을 가지고 두 문화 속에서 ‘보물섬같은’ 독특한 문학세계를 찾아나갈 것”을 주문했다. 

박형섭 연극이론가(부산대)는 “극작가 이오네스코도 루마니아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의 양 문화 속에서 힘들었지만 그 혼란스러운 상황이 작가에게는 오히려 장점이 되어 세계적인 부조리 극작가가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멋진 섹스폰 연주로도 박수를 받았다.

동아대에서 소설을 가르치는 함정임 교수는 첫 소설집을 낸 젊은 작가 두 명(김엄지, 오한기)의 작품을 통해 오포세대 (연애, 결혼, 출산, 내집 마련, 인간관계 포기)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어떤 방식으로 그들의 삶을 표현하는가를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이민문학이라는 장르 설정에 제한받지말라. 그리고 한국적인 또는 서양적인 그런 틀에 구속되지 않는 새로운 문학의 지평을 넓혀나가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법학자 겸 수필가인 주지홍 교수(부산대)는 법과 문학이 공동으로 갖는 관심사가 무엇일까라는 문제제기 속에서 촛불시위를 법학자의 관점으로 해석했다. 

이번 심포지엄의 산파역인 박덕규 시인 겸 소설가는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한인 교포 문인들은 호주라는 새로운 곳에서 부닥치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작품 속에서 담아내는 것이 중요함을 잊지말라”고 당부했다. 

두 문화 속에서 독특한 문학 펼쳐야

한편, 이승하 회장은 “미주문학 계간지에 매호 심사평을 싣는 등 미국교포 문인들을 위한 심사와 교육을 해오고 있다. 우리 소임 중의 하나가 한글로 문학을 하는 분들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호주동포 문인들의 작품을 심사하는 등 상호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해 보겠다”고 했다. 

심포지엄의 발제 내용은 깊었고 청중들은 진지했다. 유례없는 폭풍우가 내린 궃은 날씨와 6시간에 걸쳐 진행된 긴 시간이었음에도 참석자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문인들의 발표에 귀를 기울였다. 폭염 후 쏟아진 소나기처럼 ‘더 높은 문학을 향한 목마름’을 해갈하는 자리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승원홍 호주한인공익재단(KACS) 이사장은 “이런 체계적 규모의 문학 심포지엄은 교민사회에서 처음이다. 호주 동포 역사가 어느 정도 안정된 시기로 접어들었는데 분열된 의견들이 문학을 통해 하나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나타냈다. 
심포지엄에 이어 시, 수필/소설 창작교실이11일(토), 13일(월)-16일(목)까지 닷새동안 진행되고 11일(토) 오전(10-12시)에는 교민 대상의 인문학 강연(무료)이 열린다.

전소현 기자 rainjsh@hanhodaily.com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