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소설 창작 강의를 한 박덕규 교수

한호일보 주최, 한국문예창작학회 후원 

지난 7일 성료된 2017 시드니 국제 문학 심포지엄(2월 10일자 관련기사 참조)에 이어 진행된 인문학 강좌 및 5회에 걸친 시, 수필/소설 창작아카데미 등 한호일보 주최 문학 행사가 ‘교민문인들에게 창작열을 지핀 귀한 기회’라는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한국문예창작학회(회장 이승하 교수)가 후원을 했다. 

박덕규 교수(단국대,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와 이승하 교수(중앙대,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의 인문학 강의(11일)와 시, 수필/소설 창작아카데미(13-16일)는 총 40여명이 참가, 심포지엄에서의 열기를 이어나갔다.

인문학 강의에서 박덕규 교수는 “해외 교민대상 강의는 작년 LA에 있었던 미국 강의에 이어 호주가  두번 째”라면서 “청년들에게 취업이 가장 중요하게 되버린 시대에 대학에서는 인문학이 죽어 가는데 오히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강의는 늘고 있다. 이는 물질추구 사회에서 정신적인 풍요로움에 대한 갈증을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인문학에서 중요한 것은 질문이다.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자신이 이끌어내지만 그 질문과 싸움으로써 성찰이 이뤄지고 모색의 과정 속에서 글쓰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무엇보다 “사색의 깊이를 통한 화자의 내면화가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1990년대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멘토(mentor)’라는 말을 순 우리말의 정신을 뜻하는 얼을 집어넣어 ‘얼잡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소개했다.

두 교수가 진행한 창작 아카데미는 5일간의 빡빡한 일정으로 늦은 밤 10시까지 진행됐다. 하지만 대부분 ‘인생 후반전’에 접어든 수강생들은 ‘문학이라는 거대한 산’ 앞에서 하나라도 더 알려 주고자 하는 강사들의 열강에 귀를 기울이며 수업에 열중했다.
이승하 교수의 수업은 수강생들이 쓴 시를 낭송하고 그 시에 대해 비평을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문예창작 아카데미 강사 및 수강생들

<맹그로브>를 쓴 김인옥 씨는 ‘마음을 잡아끄는 잊혀지지 않을 절묘한 표현과 구체성’을, 심오한 내용을 담은 <섬>이라는 시를 쓴 박종우 씨에게는 “철학적 시일수록 철학적 표현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또 대동여지도의 김정호를 소재로 <발바닥>이라는 시를 쓴 박경 씨에게는 전체 내용을 한 주제로 집약시킬 것을, <베고니아의 집>을 쓴 백경 씨에게는 산만할 수 있는 장치들의 압축과 절제를, <일몰 무렵>의 양안전 씨에게는 한 장면을 사진 찍 듯 순간을 묘사하는 능력에 대해 조언했다.

중앙일보와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소설 부문에서 각각 당선되며 등단한 이 교수는 강의에서 “시는 순간의 미학이다.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을 표현, 그 압축된 언어 속에 삶의 철학과 인생의 의미가 담긴 시를 쓰라”고 주문했다. 

또한 그는 “현대시는 산문화, 내용의 난해성으로 독자와의 소통을 잃어버렸다”면서 “이민자의 작품이지만 이민의 경험이 없는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 호주 교포로서만 쓸 수 있는 여러분의 독특한 몫이 있을 것이다. 또한 과연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박덕규 교수는 미니멀리즘의 대가 미국의 레이몬드 카버의 <대성당>, 신현복의 <세 들어사는 인생>, 최정화의 <타투> 등의  단편을 통해 창작의 기본 틀을 설명했다. 그는 “어떤 상황가운데 펼쳐지는 사연들을 집어넣고 그 상황을 이끌어나가는데 필요한 도구(예를 들어 리어커, 문신… 등) 등을 적절히 활용해 한 주제를 향해 집약해서 쓰는 구조를 만들어나가는 연습을 하라”며 “창작에 있어 사색의 깊이를 통한 화자의 내면화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수강생들이 쓴 작품 중, 박경의 <그림왕자>에 대해서는 그림왕자라는 제목과 주인공과의 관계성을, 신현숙의 <화가나니 말을 잘하네>에서는 이야기의 지향성을 그리고 김화용의 <청파동 감나무집>에 대해서는 수식의 절제를 주문하며 더 좋은 작품으로 나갈 수 있도록 안내했다.

강좌 후 수강생들은 하나같이 “창작에 대한 새로운 눈이 열렸다, 무엇보다 직접 쓴 작품들을 전문가에게서 첨삭지도를 받으며 비평을 듣는 부분이 가장 좋았다, 오랫동안 놓았던 펜을 다시 들어야겠다” 등의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한호일보 등 교민 신문을 통해 문학작품이 실리는 장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런 기회를 마련해 준 신문사에 정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전문적으로 지도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정기적으로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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