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턴불 총리의 성난 표정

말콤 턴불 총리의 자유-국민 연립 정부가 놀랄 정도로 부진(mysteriously underperformed)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마치 고급 승용차가 계속 고장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것에 비유된다. 법조계에 이어 재계에서 화려한 성과를 올렸던 턴불 총리로서는 자존심 상하겠지만 정치권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낙제 수준을 맴돌고 있다. 

연초부터 턴불 총리는 물론 자유당의 지지율도 동반 추락세를 보이고 있다. 2월 초 개원에 맞춰 발표된 뉴스폴 여론조사에서 자유-국민 연립은 양당 구도에서 46:54로 노동당에 뒤졌다. 

당내 분위기도 몇 달째 침체돼 있다. 이런 상태를 반영하듯 이번 주 자유당의 팀 윌슨 평의원은 “차기 총선에서 노동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지난 주 스카이 뉴스의 키어란 길버트는 “턴불 총리가 새해 의회 개원 전 모든 평의원들과 개별적인 회동을 했다”고 말하며 “이는 혹시라도 터져 나올 수 있는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둔 행동”이라고 해석했다. 턴불 총리는 지난 주 퀸즐랜드에 지역구를 둔 평의원들을 켄버라의 총리 관저인 더 롯지(The Lodge)로 초청해 만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턴불 총리 측근들은 이같은 총리의 평의원 연쇄 회동이 내부 불만에 대한 대응책이라는 일각의 지적을 부인했다. 여당 안에서 턴불 총리에 대한 신임 지속 여부는 아마도 5월 예산안 발표 결과로 결정될 수 있다.  

자유당 내 강경 보수 성향 의원들 중 가장 목소리가 컸던 코리 버나르디 상원의원(Cory Bernardi, 남호주 담당)의 자유당 탈당 및 창당 선언으로 턴불 총리의 의회 첫 주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무소속이 된 버나르디 상원의원은 “자유당이 방향성을 상실했다. 내가 독자적으로 보수층을 대변하는 대안 정당을 창당하겠다”는 야심찬 발표를 했다.

개원과 동시에 의회에 상정한 탁아-복지 일괄법안(childcare and welfare omnibus bill)은 노동당과 녹색당에 이어 닉 제노폰팀(3석)과 데이비드 라이언헴 의원도 반대 표명으로 상원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빌 쇼튼 야당대표가 턴불 총리를 ‘미스터 하버사이드 맨션(Mr Harbourside Mansion)’이라고 비꼬면서 "거대 부호가 서민들의 복지수당을 삭감해 부족한 장애인보험제도의 예산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턴불 총리는 쇼튼 야당대표에게 “입으로는 노동자를 위한다면서 스스로는 해변가 호화저택을 갈망하는 기생충(a parasite)이며 억지웃음을 띄우는 아첨꾼(a simpering sycophant), 위선자(a hypocrite)”라는 원색적인 표현으로 맹공을 퍼부었다.

턴불 총리가 의회 질의와 답변 시간에 얼굴을 붉히며 이처럼 격렬한 어조로 야당 대표를 비난한 것은 거의 전례가 없다. 호주 매스컴은 “정치적 곤경 상황에서 점잖았던 턴불 총리가 ‘성난 말콤(Angry Mal)’으로 돌변했다. 한편으로 당내 리더십이 흔들리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그만큼 새해 개원부터 일이 꼬이고 있다는 증거인데 턴불 총리는 동료 의원들에게 “나도 공격을 받으면 반격을 할 수 있다. 개인적인(personal) 공격은 개인적인 공격으로 대응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제 정치권 외 일부 시민들도 식탁에서 자연스럽게 ‘턴불 이후(Post Tunbull)’에 대해 논의를 한다. 자유당에서는 존 하워드 전 총리, 제프 케넷 전 빅토리아 주총리, 콜린 바넷 현 서호주 주총리 등 정치 리더들이 모두 당권 상실 후 재도전해 성공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포스트 턴불(턴불 이후)’ 시대에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군에는 스콧 모리슨 재무, 줄리 비숍 외교 겸 자유당 부대표, 피터 더튼 이민장관이 포함된다. 당내 보수 세력의 일원인 더튼 이민장관이 새롭게 예상 후보군에 포함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의 정치적 위상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토니 애봇 전 총리도 빠질 수 없지만 그의 재등장에 의외로 반대하는 자유당 의원들이 많아졌다는 점이 치명적인 약점이다. 약간 젊은층 세대에서는 크리스천 포터, 앵거스 테일러, 조쉬 프라이든버그 장관 등이 물망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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