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턴불 총리(왼쪽)와 조지 브랜디스 법무장관이 인종차별법 개정안 상정 계획을 21일 발표했다

18C조 ‘불쾌감.모욕.창피주다’ 제거.. ‘괴롭히다’로 대체

소수민족그룹 실망감.. 강력 반발 예상 

말콤 턴불 정부가 ‘인종차별법(Racial Discrimination Act) 18C조’ 개정안을 상정하기로 당론을 결정했다. 자유당은 21일 의원 총회에서 찬반 격론을 거쳐 일종의 타협안 형태로 법안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상원에 먼저 상정될 예정인데 노동당, 녹색당, 닉제노폰팀(상원 3석 차지)의 반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폴린 핸슨의 원내이션당은 찬성 입장이다. 시민행동그룹 겟업(GetUp)은 강력한 반대 켐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소수민족 커뮤니티도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의 골자는 18C조항에서 ‘offend(불쾌감을 주다)’, ‘insult(모욕하다)’, ‘humiliate(창피를 주다)’ 표현을 제거하고 ‘harass(괴롭히다)’로 대체하는 것이다. 18C조에서 ‘intimidate(협박하다)’는 유지된다. 

턴불 총리는 “괴롭히다(harass)는 단어가 offend(불쾌감을 주다), 모욕하다(insult), 창피함을 주다(humiliate) 보다 효율적인 포괄적 의미(more effective catch-all)일 것”이라면서  “법안 문구를 변경하고 하찮은 클레임을 제거함으로써 이 법이 더욱 효과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턴불 총리는 “법이 개정되면 법안의 표현을 분명하게 만들어 인종차별적 욕설과 비방(racial vilification)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언론자유에 대한 보호도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권 직후 개정을 추진하려다 강한 반발을 감안해 철회한 바 있는 토니 애봇 전 총리는 마지못해 턴불 총리의 당론 결정을 축하했다. 거듭된 개정안 추진은 자유당내 강경 보수파의 압력을 턴불 총리가 수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정안 지지파는 “언론자유를 제한하고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 재등장한 것에 분노한 국민들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앞세우며 의원총회에서 개정안 상정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당의 강경 보수 성향인 에릭 아베츠 상원의원은 “언론 자유는 호주 사회 근간을 이루는 덕목이다. 현행 법규에서는 통제 불능인 감독기관이 페이스북 포스팅을 중단하거나 표현 자유를 제한하는 권리 행사를 해 왔다 상식선의 개정은 인종차별적 동기에서 비롯된 괴롭힘과 협박에 대항한 보호를 유지하는 동시에 언론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개정 추진 당론을 환영했다.

자유당 안에서 일부 의원들은 법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크레이그 런디, 줄리아 뱅크스, 데니비드 콜맨, 러셀 브로드벤트, 존 알렉산더 의원, 다문화 홍보대사인 콘체타 피에라반티-웰스 상원의원 등은 21일 당내 토론에서 표현 대체에 반대하며 “대신 우스꽝스러운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절차는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동당과 녹색당 등 야당은 “개정안이 인종적 증오 행위를 더욱 부추길 것이며 호주 다문화 사회에 대한 배반”이라며 강력 반대 입장이다. 

마크 드레이푸스 야당 법무담당의원은 “개정안은 인종차별적 증오 발언에 대한 허용”이라고 성토하고 “지난 20년 동안 잘 유지되어 온 보호망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토니 버크 야당 시민권 담당 의원은 “정부가 현재 불허된 인종차별적 증오 발언(racial hate?speech)을 허용했다. 이 법안으로 공격을 받을 계층은 조지 브랜디스 법무장관 또는 말콤 턴불 총리가 아니며 출퇴근이나 등하교 길에 또 쇼핑센터 등에서 모욕감을 받는 시민들”이라고 반박했다.

소수민족 커뮤니티도 강한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턴불 총리가 20일 다문화주의 성명을 발표한 뒤 다음날인 21일 하모니데이(Harmony Day)에 맞춰 개정안 상정을 발표하자 반발감이 커지고 있다. 하모니데이는 연방 정부 차원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축하하는 날이다. 

호주-이스라엘 및 유대인협회(Australia/Israel and Jewish Affairs Council)의 콜린 루벤스타인 대표는 “법개정 제안은 잘못된 정책이고 잘못된 정치”라고 혹평하고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반대를 분명히했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