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 호주에서는 ‘하모니데이(Harmony Day)’다. 호주의 문화적 다양성을 축하하는 하모니데이의 메시지는 ‘everyone belongs(모두 소속된다)’이다. 지역사회 참여를 권장하고 문화 및 종교적 다양성을 존중하며 모두의 소속감을 고취하는 것이 목적이다. 

호주는 다양성이 매우 두드러진 나라다. 호주인의 약 45%는 부모 중 최소 한 명이 외국출생자이며 호주인의 조상은 약 3백여 인종에 이른다. 1945년 이후 약 750만명이 호주로 영구 이주했다. 호주인의 85%는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가 국가를 위해서 좋다는데 동의했다. 영어 다음으로 호주인 가정에서 많이 사용되는 언어는 만다린, 이탈리아어. 아랍어, 캔토니즈, 그리스어, 베트남어. 필리핀(타갈로그/필리피노), 스페인어, 힌디어 순이다. 아직도 60개 이상의 원주민 언어가 호주에서 사용된다.  

3월 21일은 국제적으로 ‘유엔의 인종차별철폐를 위한 국제 기념일(United Nation International Day for the Elimination of Racial Discrimination)’이다. 이날은 슬픈 유래를 갖고 있다. 1960년 남아공의 샤프빌(Sharpeville)에서 인종분리주의(apartheid)가 의회에서 통과돼 법이 된 것에 항의하는 평화로운 시위를 하던 군중에게 경찰이 발포를 해 69명이 숨졌다. 이에 유엔 총회를 통해 세계 모든 나라에서 일체의 인종차별을 철폐하는 노력을 배가하자고 촉구를 했고 3월 21일을 ‘유엔 인종차별철폐를 위한 날’로 선포했다.   

3월 21일 말콤 턴불 총리는 자유당 의원총회에서 인종차별법 18C조 개정안을 상정하기로 당론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인종차별법 18C조 개정은 토니 애봇 전 총리가 추진하던 중 강력한 커뮤니티 반대와 국론 분열 우려로 철회한 바 있는데 후임자가 다시 법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의회 상정을 앞두고 찬반 논쟁이 가열될 것이 확실하다. 특히 소수민족 커뮤미티에서는 강한 실망감과 함께 무소속 상원 의원들을 상대로 반대 로비를 전개해 무산시키려고 할 것 같다 
 
정부는 상원에 먼저 상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노동당과 녹색당, 3석의 닉제노폰팀이 반대를 하기 때문이다. 턴불 총리는 법안을 통과시켜 자유당내 강경 보수 성향 의원들의 지지를 유도하면서 당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있다.

3월 21일 한국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첫 출두해 21시간의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재임 중 탄핵 파면을 당한 최초의 대통령이란 점에서 또 ‘박정희의 딸’이란 점에서 해외 미디어도 검찰 출두를 외신 중 비중있게 보도했다. 군주 같은 권력을 누렸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청사 앞 계단의 포토라인에 서서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를 받았을 때 심정이 어땠을까? 그의 ‘레이저 눈빛’을 보면 여전히 헌재의 탄핵 심판에 불복하며 분노하고 있음을 어느 정도 짐작을 할 수 있다.  

이런 호주와 한국의 빅뉴스들이 유난히 많았던 3월 21일, 줄리아 길러드 전 총리의 기사가 호주 미디어의 한 구석에 보도됐다. 길러드 전 총리가 ‘비욘드블루(Beyondblue)’의 새 회장으로 위촉됐다는 내용이다. (오늘자 10면 관련 기사 참조)
비욘드블루는 ‘정신건강(우울증 등) 홍보와 자살방지 켐페인의 세계적 리더’라는 평가를 받는 비영리 정신보건 지원단체다. 스스로 퇴임을 결정한 제프 케넷 전 빅토리아 주총리가 2000년 설립했다. 케넷 비욘드블루 회장은 6월말 퇴임하고 길러드 전 총리가 7월부터 회장직을 맡는다. 
케넷 설립자는 “길러드 전 총리는 동정심(warmth)을 갖고 있으며 비욘드블루 취지에 적극 공감하고 사회봉사에 대한 탁월한 기여를 해 왔기에 단체를 이끌 최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비욘드블루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길러드 전 총리를 새 회장으로 위촉했다. 길러드 전 총리는 “나는 부친이 정신과 간호사였기 때문에 정신건강 이슈를 배우며 자랐고 사회적 홍보와 이해의 필요성을 중시해 왔다”고 말했다. 
길러드 전 총리는 또 ‘글로벌 교육파트너십(Global Partnership for Education)’ 이사회 의장이다. 아프리카 등 빈곤 국가의 초등학생들이 교육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국제적으로 지원을 하는 것이 이 단체의 목적이다. 공교육 신봉자인 그는 지난 2010~2013년 재임 기간 중 조기 교육부터 대학까지 취약계층 자녀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두도록 개혁을 추진했다. 총리 퇴임 후 다양한 국내외 봉사직을 맡으며 기여를 하고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3월 21일 NSW 주의사당(주빌리룸)에서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 NSW 주총리의 소수민족 커뮤니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NSW 자유당 최초의 여성 주총리인 베레지클리안은 아르메니아계 2세로 이민자 성공 모델 중 한 명이다. 그녀 역시 “이민자 여성으로서 학교와 가정교육을 소홀히 했으면 나에게 오늘 이 자리는 없었을 것”이라고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3월 21일.. 많은 뉴스거리가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길러드 전 주총리의 비욘드블루 신임 회장 위촉은 호주 시민들이 전 총리로부터 보고 싶어하는 자연스러운 모습일 것이다. 공직 생활 후 사회봉사로 기여를 하는 아름다운 모습은 사회의 귀감이 아닐 수 없다. 탄핵 후 검찰청 포토라인 앞에서 ‘레이저 눈’을 부릅 뜬 박 전 대통령의 표정과는 ‘극과극’이었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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