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의 5월 예산안에서 최대 관심사는 주택매입여력 개선책이다. 호주의 살인적인 주택 가격과 임대료가 서민들의 생활고를 엄청나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방 자유국민연립 정부는 주택난 해결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요구하는 네거티브기어링과 양도소득세 개혁엔 여전히 부정적이다.

스콧 모리슨 연방 재무부 장관은 “네거티브기어링을 폐지하면 임대료가 인상되고 국가 경제에 광범위한 충격을 줄 것”이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는 집권시 네거티브기어링을 신규 주택에만 적용하고 양도소득세 감세 혜택을 현행 50%에서 25%로 삭감하겠다는 노동당의 공약과 대비된다.

자유국민연립의 ‘투자자 감싸기’ 주택 대책은 국민의 인식과도 엇박자다. 뉴스폴의 4월 말 여론조사 결과, 절반이 넘는 54%의 유권자들이 주택 투자자 세제 혜택을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국민연립은 경제의 수급 원리도 무시하고 있다. 모든 상품은 공급이 부족하거나 수요가 넘치면 가격이 올라간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호주 주택시장은 공급 부족과 수요 과다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급을 최대한 늘리는 반면, 수요를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주택 대책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런데 정부는 주로 공급 대책만 강조하고 있다. NSW의 자유국민연립 주정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시드니와 멜번은 사상 최대의 공급량에도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수요 억제책이 불가피한 것이다.

주택 수요 조절은 인구나 투자자 감소가 핵심이다. 특히 자산증식 목적의 투자자는 주택의 진정한 수요자라고 볼 수 없다.
게다가 최근의 주택 가격 폭등은 투자자들이 네거티브기어링과 양도소득세 감세 혜택을 믿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투기에 나선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국민연립 정부는 국민 세금으로 이런 주택 투기꾼들을 비호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 피해는 세입자를 비롯한 저소득자들과 차세대에게 돌아가고 있다. 저소득자와 차세대의 주머닛돈을 털어 투자자들의 배를 불리는데 정부가 부역자 노릇을 하고 있는 꼴이다.

네거티브기어링을 폐지하면 임대료가 인상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도 억지다. 투자자들은 절대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고가의 주택을 구입한 투자자들은 절대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투자액과 대출액을 충당하고 수익까지 남기기 위해 최대한 임대료를 올리는 것이 투자자들의 인지상정이다.

주택가격과 임대료가 동시에 급등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이를 입증한다. 결국 투자자가 아닌 첫주택구입자에게 주택이 돌아가야만 진정한 빈집이 생겨 임대료와 주택가격 하락을 통한 주택매입여력과 임대여력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설령 네거티브기어링 폐지가 임대료 인상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면 임대료에 소비자물가 연동 상한선을 도입하는 사전 대책을 강구하면 된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경제는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데 수반되는 불가피한 고통은 감수해야 한다. 상승의 기쁨이 있다면 하락의 아픔도 있다.

특히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제성장의 결과가 시드니와 멜번 도심의 노숙자 양산이라면 무언가 한참 잘못됐다. 빈부 격차로 인한 사회 불평등과 불안정의 폐해가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제 호주는 연금과 복지수당 수급자나 최저임금 소득자들이 임대 가능한 주택이 전체의 1%도 안되며, 시드니는 세계에서 주택매입여력이 두번째 최악의 도시로 전락했다. 호주인의 87%는 ‘내집 마련의 꿈’이 실현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세입자들은 고가의 임대료 부담에 하루 세끼 식사도 제대로 못 챙겨먹으며 길거리로 쫓겨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주택난이 삶의 필수 요소인 의식주 해결을 어렵게 만들며 절망의 늪으로 내몰고 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주택난 해결에 정권의 사활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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