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우드 한인 상가

사업자 스폰서십 자격 대폭 강화
“반이민 정책 시작” 해석도 나와

'457비자 폐지' 발표 다음 날인 4월 19일, 한인 밀집지역인 이스트우드의 한 미용실을 찾았다. 457 비자 폐지로 이야기가 옮겨가던 중 헤어드레서 J(여. 20대 후반)씨는 갑자기 “어떻게 해야 되요? 방법 좀 알려주세요”라며 처음 본 기자에게 질문을 했다.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맨붕이에요.”

며칠 후 취재를 위해 이 미용실로 연락해보니 J씨는 이미 세컨드 비자를 받기 위해 농장으로 떠났다는 설명을 들었다. 457비자는 따놓은 거라며 지난 2월 호주에 희망을 갖고 왔다던 그녀였다.

2016년 9월 30일을 기준으로 95,757명의 457비자 소지자와 76,430명의 가족들까지 합해 457 비자 관련자 약 17만 명이 호주에 입국했다. 이는 2015년 대비 9.2% 감소한 숫자로 2017년 역시 비슷한 감소율을 보였다.

지난 8년동안 457 비자를 가장 많이 받은 나라는 영국, 인도, 아일랜드, 미국, 필리핀, 중국, 캐나다, 남아공,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일본, 한국, 네덜란드 순으로 한국은 14위이다.

B(여. 29세)씨는 2년 전 호주를 방문해서 세컨드 워홀 비자로 건축회사에 취업 기회를 얻었다. 운이 좋았다. 건축 기사인 B씨는 취업한 회사에서 457비자 신청에 곧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457비자 가능직업군에 속했던 그녀의 포지션이 ENS과정에서 사라지게 되어 영주권 획득을 목표로 한 로드맵에 큰 차질이 생겼다. ‘학생 비자로 바꾸고 경력 2년을 채워야하는’ 새로운 부담이 생긴 것이다. B씨는 “학비와 시간 소요 등 예기치 않은 상황 변화에 당황스럽다”며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호주로 안 왔을 것”이라며 난감해 했다.

회계학을 공부한 뒤 식당 홀 매니저로 취업을 해서 457비자를 신청하려했던 C씨는 새로운 법 개정으로 ‘단기 기술직업군’으로 분류되어 영주권 취득의 길이 막혔다. 군대 문제도 걸려있어 C씨는 ‘귀국 짐’을 싸기로 결정했다.

기자가 여러 루트를 통해 연락을 취한 이들의 상황이나 대응책은 사람 얼굴만큼이나 각기 다양했다. 또 갑자기 닥친 어려운 상황 때문인지 다들 자신의 이름을 밝히길 꺼려했다.

오랫동안 요식업 매니저로 일한 H씨는 “이미 직원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많다. 벌써 그만둔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들도 몇 있다”면서 “그동안 이 분야에 종사하면서 이민법의 변화를 지켜봤을 때 457 비자 폐지안은 그대로 실행될 것 같다. 고용주들은 이러한 변화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준비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들이 많이 종사하는 카페, 테이크어웨이숍, 스시숍 등 제한된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은 457비자 고용주가 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이와 관련해 H씨는 “그런 가게들은 좀 더 격식을 갖춘 레스토랑 분위기(dine-in)로 바꾼다거나 오븐이나 쿨룸 설치 등 시설 보강, 요리과정을 거쳐야 하는 정식 메뉴 첨가, 일회용품의 식기류 대체 등 운영 방식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민법 변경은 의회에서 통과해야 하지만 이민법 규정(Regulations)은 의회에 건의만하고 반대 의사가 없을 경우, 그냥 통과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신일 변호사는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하면서 “457 비자법 변경은 이미 예상해오던 호주 정부의 반 이민 정책의 선전 포고라고 생각한다. 비단 457 비자뿐만이 아니라 모든 비자와 이민 및 시민권 취득과 외국인 고용이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변호사는 또 ”반 이민 정책은 다문화 정책의 종료이자 포기이다. 자칫 잘못하면 다시 극우 백호주의로 퇴행할 수 있는 전환점에 우리는 현재 서 있다. ‘457비자 폐지 선언’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이제부터 시작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457 비자 폐지’는 7월 1일, 12월 31일 두 차례 해당 직업군 등을 보강하는 등 검토의 과정을 거쳐 2018년 3월부터 전면 시행된다.
많은 부정확한 뉴스와 정보의 홍수로 이미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고 어느 것이 정확한 정보인지 혼란스럽다는 의견을 전하는 이들도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더욱 자국민 보호주의, 보수주의, 우익 득세의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발표된 호주 정부의 ‘457 비자 폐지’는 가혹한 조치다.

학업과 취업을 위해, 해외 경험을 쌓기 위해, 영어 발전을 위해...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호주를 찾아 이곳에서 열심히 일을 하면서 취업과 나아가 영주 기회를 찾던 수 많은 외국인들에게 벌써 호주 겨울의 한파가 들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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