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최PD와 노그사 이대윤씨.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은 우리 주변 사람들이 주인공인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성공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좌절가운데 있는 사람들까지도 품으며 그들의 다양한 스토리, 평범한 삶 속에서의 이야기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삶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답을 찾아가는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모두 반대했지만 ‘부끄럽지 않으려고’ 만들었다
 
영화 ‘노무현입니다’의 제작자 최낙용 PD는 한국 예술영화의 ‘버팀목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가지않은 길이 아니라 ‘가야할 길을 걸어야 한다’고 믿는 최PD는 ‘노무현’ 이름조차 거론하기 어려운 정치 상황 속에서 인간 노무현에 관한 영화를  이창재(중앙대) 감독과 함께 제작했다. ‘N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작업을 진행하면서 보수단체들의 고소 등에 대비해 회사도 아예 따로 차리고 이 감독 중앙대 연구실에서 작업을 진행할 정도로 철저히 비밀리에 작업을 진행했다.
 
<‘N 프로젝트’로 비밀리에 영화 추진>
그렇게 ‘몰래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올해 5월 25일 개봉 첫날 역대 흥행에 성공했던 다큐멘터리 오프닝 스코어를 훌쩍 뛰어넘는 돌풍을 일으키며 다큐멘터리 사상 최단 기간 100만 돌파라는 다큐 흥행의 새 역사를 썼다. 
 
<노무현입니다>는 노 전 대통령이 지난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경선에서 지지율 2%로 시작해 대선 후보가 되는 지난한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경선 당시 자료화면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 유시민 작가, 조기숙 이대 교수 등 노 전 대통령과 가까운 주변 인물 39명의 인터뷰가 담겼다.
 
영화 성공의 배경에 대해 “촛불혁명에 감사한다”는 말로 대신한 최 PD와의 인터뷰는 시드니 상영이 끝난 후 늦은  밤에 또 ‘더 좋은 세상 만들기 뉴질랜드 한인 모임’의 요청으로 오클랜드로 건너간 뒤에도 전화를 통해 이어졌다.
 
● 많은 반대와 우려속에서도 영화를 만든 배경은?
“막상 이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주변사람들은 당할 수 있는 여러 불이익 등을 거론하며  반대와 우려가 컸다. 제작은 커녕 만들어도 영화관에서 상영이나 될 것인가 등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내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었다. 또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부끄럽지않기 위해서 꼭 해야하는 일이었다.”
(최PD는 ‘바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풀(Fool) 영화사를 따로 만들어 N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 영화는 예상을 깨고 개봉 3일 만에  손익 분기점 20만명을 훌쩍 넘겼다.)
 
● 제작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자금 문제보다는 인간 노무현을 어떻게하면 제대로 드러낼 수 있을까 또 다큐멘터리이기때문에 지루하지 않아야 한다는,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투자과정 등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많은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제작비를 보탰다. 투자자에게 불이익이 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서 투자자들의 아내 이름을 크레딧에 올릴 정도로 조심했다.”
 
● 다큐멘터리의 대담에 쉽게 응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다들 처음에는 인터뷰에 응할 수 없다고 했다. 노무현의 지근거리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라서 오히려 노무현의 진실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  또  이름없이 뒤에서 일한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희생을 가린다는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처음에는 인터뷰를 원하지 않았다.”
 
● 인터뷰가 가장 힘들었던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질문에 거의 예스 아니면 노, 이렇게 단답형으로만 대답했다. 자신의 개인적 감정이나 생각을 최대한 자제하려는 입장이었다고 본다.”
 
 <‘슬퍼하지마라. 생과 사 결국 자연아닌가’>
 
● 영화를 제작하면서 느낀 노무현 대통령은 어떤 사람인가?
“그 분에 대한 새로운 면이라기보다는 더 깊이 알게되었다고나 할까. 자유로우면서도 무조건 자유롭지만은 않은, 인간적으로 매우 따뜻하면서 강단이 있는 참으로 다양한 측면이 있는 분이셨다. 영화 첫 부분에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 정치판에서 살아남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얘기하는 부분이 나온다. 정치하면서 영혼을 얘기한다는 것은 사실 어울리지않고 어렵지 않은가? 하지만 그 분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슬퍼하지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결국 자연이 아니겠는가”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종교인의 모습을 느꼈다. 그런 삶을 ‘추구’했고 그렇게 삶을 ‘정리’했고 그렇게 정리하고 갔다”.  
 
● 호주, 뉴질랜드 동포사회의 영화 상영에 대한 감회가 있다면?
“한인사회의 토대가 굉장히 건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한인커뮤니티라는 것이 국내와 국외라는 장소의 의미를 초월한다고 본다.  시드니 상영은 노그사(시드니 노무현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이대윤씨가 처음 연락을 하면서 시작되었는데 와서보니  준비한 분들의 헌신을 느낄 수 있었다. 보상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지않는가. 본인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일어난 일이 아님에도 같이 공감하고 같이 아파하고 분노하고…  그런 분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오히려 내가 힘을 얻고 많이 배우고 간다. 한편으로 부끄럽고, 미안하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시드니 소녀상에서 함께 한 최 PD와 빌 크루즈 목사.
<소녀상 방문…  ‘보편적인 인권 문제’>
 
● 짧은 일정 속에서도 시드니 소녀상을 방문했는데…
“촛불현장이 먼 이 곳 시드니에서도 있었다는 점이 감동이었고 그 촛불을 든 분들이 추진했던 활동의 현장이기에 시드니를 방문하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일본 극우단체의 반대가 심하고 어렵게 설치되었다고 들었다. 한인 여성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 어린 여성들이 유린당한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다. 빌 크루즈(애쉬필드 연합교회) 목사께서도 그런 인식을 했기에 소녀상 설치에 동의했다고 들었다.”
 
시드니 영화상영을 추진한 노그사의 이대윤 씨는 “애초 준비됐던 316석이 다 판매되는 바람에 임시티켓을 발부,  총 332 전석 이 매진됐다”면서  “이번 상영을 계기로 메이저 영화사 영화만이 아닌 한국 다큐멘터리나 인디 영화도 개최할 수 있는 물꼬를 튼 계기가 됐다. DVD와 블루레이가 발매되는12월(예정)에 노그사 주관으로 <노무현입니다> 무료 상영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덴디 극장측은  “덴디 프라이빗 쇼잉(Private Showing) 사상  전석 매진은 최초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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