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녀 $833, 독신 $597 지출 필요

주거, 식음료, 교통, 가구제품이 80% 점유

호주에서 건강한 기초 생활을 영위하려면 과연 얼마를 벌어야 할까(How much you really need to earn)? 이에 대한 최근 연구조사가 발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NSW대학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분기를 기준으로  2자녀가 있는 저소득층 부부 가구(Low-Paid Families)는 주당 $1173의 생활비가 필요한 것으로 발표됐다. 독신자는 약 6백 달러가 필요하다. 

‘저소득 및 실업자를 위한 건강생활예산표준 최저소득(New Minimum Income for Healthy Living Budget Standards for Low-Paid and Unemployed Australians)’이란 긴 제목의 보고서는 NSW대학의 사회정책연구소(Social Policy Research Centre)가 호주사회서비스위원회(ACOSS: Australian Council of Social Service), 호주가톨릭사회서비스(CSSA: Catholic Social Services Australia), 유나이티드 보이스(United Voice) 노조의 도움을 받아 조사를 했다. 

외식 횟수, 친지 식사 초대, 연간 가족 여행이 포함된 매우 빡빡한 예산(extremely tight budgets)을 기준으로 했다. 식음료, 의류, 신발, 가구 제품 및 서비스 등은 월워스와 케이마트 같은 소매점 가격을 기준으로 채택했다. 호화성(luxuries) 항목은 당연히 제외됐다. 
주요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실업수당 턱 없이 부족..증액되어야”

적당한 생활수준(reasonable standard of living)을 유지하려면 2자녀가 있는 부부는 주당 $1173, 독신 성인은 $600의 생활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최저 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은 기본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렵고 실업수당 수혜자는 전혀 근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2자녀가 있는 부부가 최저 임금 수준의 근로자들인 경우라면 주당 평균 $1048의 저소득으로는 $1173의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실업수당 수혜자인 경우는 주당 평균 $814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연구책임자인 피터 손더스 교수(Professor Peter Saunders)는 UNSW의 사회정책연구소(Social Policy Research Centre) 소속으로 사회정책 분야 세계적 전문가다. 손더스 교수는 “연구 조사 결과, 정부의 실업수당(Newstart)이 새롭게 조정되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는 “생활의 질을 소비재 지출만으로 온전히 대변할 수 없다. 생활비에 건강한 생활과 사회적 융화(social inclusion)에 요구되는 최소한의 레크리에이션 등 사회 참여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호주 가구는 이미 긴축을 경험하고 있다. 8월 이센셜 리서치(Essential Research) 설문조사에 따르면 “1032명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지난 2년 동안 생활비가 하락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약 40%는 “기본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지만 저축을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주당 $2000 이상을 버는 고소득자들의 19%만이 “충분히 저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통계국의 급여지수(Wage Price Index)에 따르면 급여 상승률이 1.9%에 불과해 지난 20년 동안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하는 항목은 주거비였고 그 뒤로 식음료, 가구 제품 및 서비스, 교통비 순이다. 물론 가구 형태에 따라 차이가 있다. 2자녀 부부 가구의 주거비는 주당 $458로 생활비에서 39%를 차지했다. 생활비 지출 중 부담이 가장 많이 커졌다는 항목은 전기세와 가스비(50% 이상)를 선두로 보험료(31%), 치과를 포함한 의료비(30%), 식품비(29%) 순이었다. 

지난 주 ANZ은행-로이모간(Roy Morgan)의 호주 소비자 신뢰도(consumer confidence)는 109.2포인트로 2.2포인트 하락하면서 3주 연속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3주 전 118.4포인트와 장기 평균 112.9포인트에 못 미쳤다.

ANZ은행의 데이비드 플랭크(David Plank) 호주경제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회복기 후 최근 몇 주 동안 미국과 북한의 말 전쟁 등의 이유로 소비 심리(consumer sentiment)가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 하락, 부동산 거품보다 위험”

NSW대의 리차드 홀덴 경제학자는 “소비 하락은 비즈니스 투자와 확대에 대한 영향과 승수 효과(multiplier effect) 때문에 직접적으로 우려할 사항이다. 소비 지출 하락은 부동산 거품(property bubble)보다 경제에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급여 상승을 억제하거나 완전 차단할 수 있고 고용 중단 효과 등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일 ABC방송의 포 코너즈(Four Corners)는 호주 집값 폭등으로 인해 눈덩이처럼 늘어난 가계 부채와 심각한 모기지 스트레스 상황을 심층 보도했다. 재무분석가 마틴 노스(Martin North)는 “호주의 소득대비 가구 부채 비율(household-debt-to-income ratio)이 무려 190%다. 이런 심각한 완전 위험 상황(perfect storm)을 본 적이 없다”면서 “이자율이 급격히 오를 경우 수십만 가구가 모기지 상환 불능 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모기지를 상환하는 가구 넷 중 하나인 25%(82만 가구)가 모기지 스트레스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모기지 스트레스는 소득이 모기지 상환과 생활비를 충당하는데 충분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자율이 0.5% 오를 경우 셋 중 하나가 모기지 스트레스를 받는 위치에 처할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포 코너즈에서 한 젊은 시드니 부부는 13만5천 달러의 가구 소득을 벌면서 지난 2년 사이 무려 7채의 부동산을 매입하며 1백만 달러 이상의 부채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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