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여명 끌고와 퀸즐랜드 사탕수수농장 혹사 

호주 역사 중 많이 알려지지 않은 남태평양 도서국 ‘노예 제도’에 대한 관심이 최근 조명을 받고 있다. 19세기경 약 6만 명이 넘는 태평양 도서민이 납치, 협박, 사기 등을 통해 호주로 강제 유입됐다. 

지금의 반누아투, 솔로몬제도, 파푸아뉴기니, 피지 등을 포함해 약 80여 개의 남태평양 섬나라에서 끌려온 이들은 주로 퀸즐랜드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며 노예 같은 혹독한 삶을 살았다. 당시 이 지역은 각종 유럽발 질병과 잔혹한 학대로 인해 높은 사망률을 기록했다.

인권옹호자이자 전 호주 채널9 리포터였던 방송인 제프 맥멀렌은 “호주에 흑인노예집단 유괴(blackbirding) 역사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매우 충격적이었다”며 “유럽인들의 호주 정착 이후 원주민(Aborigine) 학살정책과 유사한 ‘기억상실’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이 역사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하지만 잔인했던 그 시대의 생존자와 이들의 자손들이 최근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점차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ABC방송 사회자인 원주민 후손 스탠 그랜트(Stan Grant)가 최근 “영국 해군의 제임스 쿡 선장(Captain James Cook)이 호주를 ‘최초 발견’(discover)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반영되도록 동상의 문구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호주의 비유럽 역사 표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퀸즐랜드 타운즈빌(Townsville)의 남태평양 도서국 커뮤니티가 타운스빌 창시자인 로버트 타운즈(Robert Towns)의 동상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타운즈는 당시 ‘흑인 노예유괴’를 주도해 크게 성공한 사업가로 그 때 납치됐던 이들을 기리는 의미에서 추모 동상과 명판을 세울 것을 제안한 것.

맥멀렌 기자는 “전 세계적으로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역사의 진실을 밝히려 노력하고 있다”며 “170년이 지난 지금에서라도 올바른 역사를 배우고 깨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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