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호주 정부는 국가 생산성위원회 (Productive Commission)의 지적재산권법 개정 권고안에 대한 공식 답변을 발표했는데, 이 내용들 중 눈길을 끄는 것이 실용특허 (Innovation Patent) 제도 폐지 권고를 수용한 것입니다. 호주의 실용특허 제도는 한국에서 과거 시행되었다가 폐지된 실용신안 제도와 유사한 방식으로 출원된 특허를 실질심사 없이 먼저 등록해주는 제도인데 그동안 이 제도의 유용성 등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2001년도에 도입된 호주의 실용특허 제도는 당초 개인 발명가나 중소기업들의 발명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일반특허 (Standard Patent)와 달리 실용특허는 심사기간이 매우 짧아 출원 후 약 1개월 내 이뤄지는 방식심사 (formality examination)만 통과하면 특허증을 발급 받을 수 있습니다. 또 특허 출원료가 일반특허에 비해 저렴하고 보호기간도 일반특허의 20년에 비해 8년으로 짧은 것도 특징입니다. 단, 청구항의 개수가 5개로 제한되고 제3자의 권리 침해 발생시 심사인증서 (Certificate of Examination)를 받아야 하는 조건이 붙습니다. 심사인증서는 별도의 심사 청구 후 특허청의 실질심사 (substantive examination)를 통과해야 받을 수 있는데 심사 기준이 일반특허의 그것에 비해 낮아 통과하기가 다소 수월합니다. 

생산성위원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제도의 수혜자로 예상되었던 호주의 개인 및 중소기업 출원인들의 실용특허 이용 건수가 예상보다 저조하고 오히려 외국 기업들의 전략적 이용이 활발했다고 합니다.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는 자국 기업들의 해외 특허권 획득을 장려하고 세제혜택이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데, 호주에서 무심사로 특허등록증을 받을 수 있는 실용특허 제도를 이용해서 많은 수의 해외 특허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자국에서 혜택을 받아왔던 것입니다. 또한, 일반특허로 출원한 후 여러개의 실용특허로 분할 출원하는 방법을 통해 권리범위 확장의 극대화를 노리는 기업들도 늘었습니다. 심사기준이 높지 않다보니 심사인증서를 받은 특허를 이용해 권리행사를 할 경우 상대방의 무효화 시도가 매우 어려워진 것을 이용한 것입니다. 아울러 일반인의 경우 일반특허와 실용특허를 구분하기 어렵고, 나아가 실용특허가 심사인증서를 받은 것인지 아닌지도 잘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 간 오인, 혼동의 요소가 있었던 점도 실용특허 폐지 주장에 대한 힘을 실어줬습니다.

실용특허가 심사인증서를 받기 위한 심사기준으로 크게 신규성(이미 공개된 기술이나 문헌에 나와있는 발명인지)과 진보성(기존 관련 기술에 비추어 얼마나 진보적인지)이 있는데, 실용특허의 진보성(innovative step)은 일반특허의 진보성(inventive steps)보다 기준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실용특허가 일반특허보다 낮은 수준의 기술들을 법적으로 보호해 주기 위해 고안된 제도인데 실용특허의 진보성 기준이 높으면 일반특허와 큰 차이가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2008년에 있었던 Delnorth Pty Ltd v Dura-Post (Aust) Pty Ltd [2008] FCA 1225 사건은 호주 내 실용특허와 관련된 최초의 소송이자 이 사건 후 대기업 및 해외기업들의 실용특허 출원건수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깊은 사건입니다. 이 사건에서 Delnorth는 도로 가에 설치되는 안전 막대와 관련된 실용특허를 이용하여 Dura-Post를 상대로 특허 침해를 주장했는데 Dura-Post는 이에 대항하기 위해 Delnorth의 특허를 무효로 해 달라며 연방법원에 제소했지만 패소했고 연이은 항소심 재판에서도 고배를 마셨습니다. 항소심의 Gyles 판사는 실용특허의 발명이 당업자 (person skilled in the art)의 견지에서 기존 기술에 비추어 명백하게 (obvious) 유추할 수 있는 정도라도 그 차이가 어느 정도의 고안성이 있다면 실용특허의 진보성 기준을 충족시킨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실용특허의 진보성 기준을 학계의 예상치보다 낮게 평가한 법원의 판례이어서 수월하게 심사인증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해외 대기업들의 실용특허 출원 건수 증가에 계기가 된 것입니다.  

한편, 어떤 기업들은 일반특허로 출원한 후 침해 상대의 제품을 평가하여 다수의 실용특허로 분할한 후 공격하는 전략을 택하기도 하는데 아동용 카시트를 만드는 Britax Childcare가 1건의 일반특허와 이 특허에서 분할한 9건의 실용특허를 이용해 Infa-Secure 를 상대로 소송한 사건이 대표적 사례였습니다 (Britax Childcare Pty Ltd v Infa-Secure Pty Ltd [2012] FCA 467). 

갑론을박이 있었던 실용특허 제도는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에 따라 폐지 수순을 밟고 있고 호주 특허청의 실무 작업과 입법화를 거치는 데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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