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국민 다수가 동성결혼 법제화에 '찬성표(Yes vote)'를 던졌다. 15일 통계국(ABS)은  79.5%의 높은 투표율에 찬성이 61.6%, 반대가 38.4%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호주가 동성결혼 합법화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자유당의 딘 스미스 상원의원과 제임스 패터슨 상원의원의 2개 개정안이 상원에 발의된 상태다. 상원 심의와 통과 후 하원을 거치면 법이 된다. 현재 예상대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호주는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25번째 나라가 된다.  

이번 국민투표는 1억2200만 달러의 막대한 비용을 지출했지만 분명한 민의를 확인했다는 점이 최대 소득이다. 의회를 거치기 전 국민투표에서 확인을 했으니 더 이상 민의의 대변 기관인 의회가 법제화를 미루어서는 안되는 국민의 명령을 의회에 내린 것이다.   
투표 결과 발표 직후, 말콤 턴불 총리는 "이건 압도적인 결과다. 투표로 나타난 유권자들의 메시지는 분명하다"면서 "이 결과를 따르고 합법화를 마무리 하는 게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이 동성결혼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제 이를 실현하는 건 우리의 일이다. 연말 전까지 결혼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빌 쇼튼 야당대표는 15일 멜번 시티에서 열린 환영 행사에서 “오늘 우리는 축하하고, 내일 우리는 합법화한다!"고 외쳤다. 
이에 의회는 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된 개정안을 상원부터 논의를 거쳐 표결로 처리하는 수순에 들어갈 계획이다. 늦어도 연말(회기 종료) 전까지 개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약 1달 동안 진행된 우편 투표는 참여율(participation rate)이 79.5%로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 총 1,600만여명의 유권자 중 약 1,273만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유권자는 328만여명(20.5%)였다. 자발적 우편투표에 거의 80%가 참여한 것은 국제적으로도 매우 높은 양호한 결과다. 만약 투표율이 50%에 미달됐다면 결과의 당위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을 것이다.  
 
투표 결과 전국 6개주와 2개 준주에서 모두 찬성이 반대를 크게 압도했다. ACT가 74%로 가장 높았고 빅토리아(65%), 서호주(64%), 타즈마니아(64%), 남호주)63%) 순으로 뒤를 이었다. 예상 밖으로 NSW가 58.8%로 가장 낮았다. 연방 선거구별 찬반 현황에서 시드니 남서부와 서부 지역이 반대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 지역은 무슬림 등 비영어권 소수민족그룹과 가톨릭 등 기독교 신자들이 많은 지역이란 특징을 갖고 있다. 호주 최다 한국계 유권자들이 거주하는 베네롱은 반대가 50.2%로 찬성(49.8%)를 약간 우세했는데 기독교인들, 중국 및 한국, 인도계 커뮤니티에서 반대표가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발적 우편 국민투표만으로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것은 아니다. 국민투표 결과를 토대로 개정안에 대한 의회 표결(상원, 하원)을 거쳐야 한다. 유권자의 약 80%가 참여한 국민투표 결과를 의회가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ABC방송의 분석에 따르면 하원 의원들 중 76%가 찬성 의향을 갖고 있고 상원 의원들은 73%가 찬성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150개 연방 선거구 중 반대가 50% 이상인 지역구는 17개에 불과했다. 

법제화에서 관건은 결혼법 개정안에서 종교 단체, 양심적 거부 등 어느 정도의 예외 규정을 허용할 것인가 여부다. 의원들은 앞서 법안을 통과시킨 20여개 국가들의 사례를 검토, 비교할 것이다. 

소수민족그룹별 찬반 통계는 없다. 대략 한인사회는 반대가 6:4 또는 7:3정도로 찬성을 능가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인 커뮤니티는 반대가 7:3 또는 8:2로, 무슬림 커뮤니티는 반대가 8:2 또는 9:1로 한인 커뮤니티보다 높은 것으로 추정한다. 반대 의견이 높은 비영어권 이민자 커뮤니티에서는 의회를 상대로 건의서를 통해 우려 사항을 전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또 한가지 고무적인 현상은 찬성과 반대의 논쟁에서 극혐(극단적 혐오)이 난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로의 주장과 우려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하면서도 상식선을 벗어나지 않은 것은 호주 국민들의 의식수준과 질서의식, 민주적 토론문화가 선진 수준이기에 가능했다. 투표결과와 소수 의견, 보호 장치를 존중하며 '의견이 다르다는 것에 동의한다(agree to disagree)'는 포용성도 당연시됐다.  
투표 결과 발표 후 사라 핸슨-영 상원의원(녹색당)은 울먹이며 "이건 모두를 위한 평등에 있어 터닝포인트다“라는 말을 했다. 국민의 뜻이 확인된 이상 호주 사회가 한걸음 진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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