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직, 비정규직 여성 더욱 취약”

호주 고령화 시대에 높은 임대료 및 생활비 등으로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고령자들이 늘고 있다.

30년 전 빚 더미에 오른 리 블레이크(81)는 강제로 집을 매각한 뒤 시드니의 높은 주택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 몇 년간 이동식 차량(미니 버스)에서 생활해왔다.

그는 “주당 $280씩 받는 노인 연금으로 $300의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었다. 길거리에서 생활하면 적어도 끼니는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호 단체 미션오스트레일리아(Mission Australia)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2016년 사이 ‘노숙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신청한 55세 이상 고령자가 약 2만2천명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15%나 증가한 수치이다. 

미션오스트레일리아는 “8개월 전쯤 약 일주일가량 비가 끊임없이 내리던 날 블레이크의 연락을 받았다. 버스에서 비가 새는 바람에 흠뻑 젖은 매트리스에서 잠을 자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그후 블레이크는 미션오스트레일리아의 도움으로 버스생활을 청산하고 현재는 사회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힘든 시기 속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려 한 것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고백했다.

미션오스트레일리아의 캐서린 여맨스(Catherine Yeonmans) 대표는 2030~2050년 사이 65세 이상 인구가 2배로 늘어난다는 통계를 토대로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고령의 노숙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이들을 위한 주거, 의료지원시설 확대를 강조했다.

그는 “특히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여성들이 고령이 됐을 때 가장 취약하다”며 “임시직, 비정규직으로 충분한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노인연금 수령 연령 이전에 은퇴하거나 가정폭력 등 여러가지 요인들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길거리로 나앉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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