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브 해밀튼 교수(찰스 스터트대)

출판사 “중국 정부의 표적 위협 우려”

호주 출판사 ‘앨런&언윈’(Allen & Unwin)이 중국을 비판하는 내용의 서적을 두고 중국의 보복이 두려워 출간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찰스 스터트 대학(Charles Sturt University)의 클라이브 해밀턴(Clive Hamilton) 공공윤리학 교수가 집필한 ‘은밀한 침략: 중국이 호주를 꼭두각시로 만드는 법’(Silent Invasion: How China Is Turning Australia into a Puppet State)은 호주에 침투해 있는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을 다룬 책이다. 

중국 당국의 전략적, 정치적 이익을 위해 호주 정계와 학계에 잠입해있는 중국공산당 요원들의 활동을 폭로하고 이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앞서 해밀턴 박사의 책을 8권이나 발간한 출판사 앨런&언윈의 로버트 고먼 대표는 지난 8일 해밀턴 박사에게 보낸 이메일 서신을 통해 “매우 중대한 내용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책을 발간하면 중국 정부의 표적이 돼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며 출간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언론계에서 출판된 서적에 등장하는 개인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외국 세력의 위협이 두려워 출판이 취소되거나 지연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학문과 언론자유가 보장되는 호주 사회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행동일 수 있다.

해밀턴 박사는 “사실 출판사 측은 실질적 소송보다 심리적, 암묵적 위협에서 오는 두려움이 더 컸을 것”이라며 “출판사의 출간 포기 이유가 이 책이 반드시 출간돼야 할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 비밀요원들의 로비활동이 주로 정계와 학계에 집중되어 있다는 호주 정보기관 ASIO의 경고에 따라 말콤 턴불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 세력의 간섭을 금지하는 법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고먼 대표는 “해당 법안이 통과하면 출판사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하지만 내년 안에 현실화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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