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선열의 날’ 기념행사의 교훈 

11월 17일(금) 시드니한인회관에서 제 78회 순국선열의 날 기념행사가 큰 호응 속에 거행됐다. 
독립지사의 후손들인 광복회 호주지회 회원들, 광복회호주지회와 주시드니한국교육원이 공동 주관한 청소년 민족캠프에 참가한 학생들 60명과 학부형들, 한국 정부 방문단(국가보훈처 이성국 보훈심사위원장 등), 주요 단체장들, 이날 행사에 관심을 갖고 참석한 일반 동포등 약 350명이 참석했다. 한인회관의 대강당과 소강당이 꽉 차 자리가 부족할 정도였다. 오래만에 한인회관이 인파로 넘쳐나 보기에 흐뭇한 광경이었다.  

1부 기념식과 2부 민족캠프 발표회의 시회부터 주요 행사를 학생들이 진행한 점도 다른 동포단체 행사와 구별됐다. 이런 대중 행사에 학생들이 들러리가 아닌 진행자로 참여하는 것은 대중 앞에서 발언하는 능력과 자신감 배양 등에 큰 도움을 준다. 그런 면에서 학부모들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오늘자 한호일보에 민족캠프에 두 딸을 보낸 학부모가 황명하 광복회호주지회장에게 보낸 감사 편지를 게재했다. (21면 학부모 편지 참조) 이 학부모가 언급한대로 이날 행사는 학생들을 비롯한 많은 참석자들에게 ‘순국선열’, 즉 선열들의 민족애와 헌신 정신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다는 점이 가장 큰 소득일 것이다. 
이 학부모는 한인회관 방문과 전반적 행사를 보면서 동포사회에 대한 무관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도 거론했다. 한인회 등 많은 동포 단체들이 한인들의 관심과 지원울  받으려면 어떻게 단체를 이끌고 행사를 진행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준 것이다. 콘텐츠외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호주를 비롯한 해외에서 자녀를 키워보면 알듯이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해 부모들이 체계적으로 자녀들에게 교육을 하는 기회를 얻는 것이 쉽지 않다. 청소년 민족캠프는 그런 점에서 짧은 기간(2박3일)이지만 한국계 학생들에게 한국 역사와 문화, 일제 강점기의 역사(을사늑약부터 해방까지), 태극기, 애국가 등 한민족과 한국의 아이텐티디를 파악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내용을 집약해 교육하는 과정으로 손색이 없었다. 덤으로 학생들은 탈춤, 강강술래 등 한류에 대해서도 배웠다.  

아직은 희망 사항이겠지만 훗날 이런 민족캠프가 발전해 정기 강좌가 되고 궁극적으로 학교설립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호주의 유태인 커뮤니티도 구성원들의 기부로 재원을 마련해 학교과 회당(시나고그)을 건립했고 여러 학교와 지역별 시나고그가 유태인 커뮤니티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초기 구성원들의 재산 헌납(기부)이  없었다면 또 그런 정신이 계승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막강한 유태인 커뮤니티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매년 유태인 노인들이 여러 채의 가옥이나 건물을 기증하고 있다.  

광복회 호주지회가 주관한 이날 기념행사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 알찬 콘텐츠가 많았다. 세리모니 위주, 귀찮지만 마지못해 하는 행사와는 전혀 차원이 달랐다. 시드니 한인회관을 처음으로 방문하는 학부모들도 많았을 것이다. 제대로된 격식을 차리고 행사 본연의 취지와 의미를 살려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은 이렇게 하는 것임을 알렸다. 
무엇보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을 통한 자기 희생과 헌신의 중요성을 보여준 산 교육 현장이었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을만한 행사였다. 시드니 동포사회에 이런 행사가 많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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