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임금착취 보고서

“농장, 세차, 편의점, 청소업 저임금 비율 가장 높아” 
여권 압수 및 취업 보증금 예치, 캐쉬 지불 등 불법 피해도 

호주에서 유학생과 워홀러를 대상으로 한 임금착취가 심각하고 만연돼 있다는 조사 결과가 또 나왔다.

시드니공대(UTS)와 NSW대 법학과 교수들이 지난해 9-12월 107개국 출신 4,322명의 유학생, 워홀러 및 기타 임시 체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 ‘호주의 임금 절도 - 전국 임시 체류자 노동 설문조사 결과’(Wage Theft in Australia-Findings of the National Temporary Migrant Work Survey)는 호주 노동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90만여명 임시 체류 외국인들의 상당수가 처한 ‘우울한 현실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457비자 소지자를 제외한 외국인들의 시간당 임금은 $5 미만 3%, $6-10 10%, $10-12 17%, $13-15 16%, $15-17 15%, $18이상 38%였다.

조사 대상자의 약 3분의1은 최저임금의 약 절반 수준인 시간당 $12 이하로 임금착취를 당했고 절반 가까운 46%는 시간당 $15 이하의 저임금을 받았다. 

유학생 4분의1과 워홀러 3분의1은 시간당 $12 이하, 유학생 43%와 워홀러 거의 절반이 시간당 $15 이하의 임금을 받았다. 조사 당시 임시직 근로자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22.13였다.

과일과 야채 수확 등 농장 일을 한 외국인들의 15%는 시간당 불과  $5 이하의 노동착취를 당했는데 거의 3명 중 1명(31%)이 $10 이하의 저임금을 받았다.

직업별로 시간당 $12 이하의 저임금을 받는 비율은 과일채소 수확 및 농장 일이 43%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세차 41%, 차일드케어 36%, 편의점과 주유소 31%, 청소 30%, 건설과 식당서비스 28%, 공장 26%, 소매와 판매 및 육가공 24%, 이삿짐과 운송 택시 22%, 요식 관광 16% 순이었다.

이번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UTS 법학과의 로리 버그 교수와 NSW대 법학과의 바시나 파벤블룸 교수는 “이번 결과는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의 음식, 상품 및 서비스 형태로 얻는 임금 절도로 받는 혜택에 대한 도전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 유학생과 워홀러 근로자들의 시간당 임금 그래프

● 44% 임금 현금 지불, 50% 임금명세서 못받아 = 유학생과 워홀러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지급은 주로 현찰로 이뤄졌다. 조사 대상자의 44%는 현찰(cash)로 임금을 받았다. 웨이터, 주방 보조원 및 음식 서비스 종사자는 3명 중 2명이 현금을 받았다.

절반의 임시 근로자들은 임금명세서(pay slip)를 받은 적이 없거나 거의 받지 못했다. 임금명세서 수령 빈도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44%는 ‘받은 적 없다’, 38%는 ’항상 받았다’고 밝혔다. 좀처럼 받지 못했다 6%, 가끔 받았다 6%, 자주 받았다 6% 분포였다.

시간당 임금이 높을수록, 비현금 임금 지불일수록 임금명세서 발급률도 높았다. 임금명세서를 받은 적이 없거나 거의 받지 못한 비율에서 시간당 $12 이하 임금 수급자는 74%, $13 이상 임금 수급자는 40%였다. 현금 임금 수급자는 80%가 임금명세서를 (거의) 받지 못한 반면, 비현금 임금 수급자는 이 비율이 27%에 그쳤다.

중국인을 포함한 아시안 근로자들은 미국인이나 영국인 등 영어권 근로자들보다 현찰 지급과 임금명세서 미지급 확률이 높았다.

대부분 음식서비스와 원예업에서 일하는 일부 워홀러들과 유학생 근로자들은 고용주나 숙박제공자에게 여권을 몰수당하거나 사전 취업 보증금(deposit)을 맡겨야만 했다. 여권몰수 사례가 91명, 최고 $1000의 취업 보증금 사전 예치 사례가 173명에 달했다. 조사 대상자의 4%(112명)는 임금의 일부를 고용주에게 현금으로 환불했다.

호주 유학생과 워홀러 근로자들의 임금명세서 발급 실태 그래프

● “정부 기업 교육기관, 임금 절도 예방 대책 시급” = 보고서는 정부, 기업, 교육기관에게 임시비자 근로자에 대한 조직화된 임금 절도를 예방하고 바로잡기 위한 긴급 대책을 요구했다.

보고서는 “임시 이민자들의 적법한 권리를 보호하고 이들이 일하는 업계의 다른 근로자들을 위해 법적 최저임금 아래로 급여를 끌어내리는 연쇄적 반응을 차단하기 위한 긴급 조치는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규정 위반 정도 및 임금 절도를 예방 시정하기 위한 전문 프로그램과 인프라 검토를 위해 요구되는 자원의 수준을 점검하고 개혁의 수단을 확보할 것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또한 “적어도 이 보고서는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임금 절도를 적발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할 고용주, 가맹점 본부 및 기업의 책임을 강조한다”면서 “교육기관은 유학생 지원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벨기에 출신 워홀러 로렌트 반 이스빅

● 유학생 워홀러 “호주서 최저임금 이하만 허용돼” = 파벤를룸 교수는 이번 연구가 임시 체류자들이 최저임금을 모르기 때문에 임금착취가 발생한다는 잘못된 믿음(myth)을 타파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다수 유학생들과 워홀러들은 자신이 저임금을 받고 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과 같은 임시비자 소지자들 중 적법한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은 호주에선 불법적인 저임금 일자리만이 자신들에게 허용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실직이나 비자 취소가 두려워서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급 $15 이하를 받은 유학생과 워홀러의 86%는 자신과 같은 비자를 소지한 많은, 대부분이 최저임금 이하의 대우를 받는다고 믿고 있었다.

● “일하면서 임금착취 인지” = 벨기에 출신 워홀러 로렌트 반 이스빅(25)은 올 6월 퀸즐랜드 번다버그에서 체리 토마토를 따면서 시간당 최저 $5를 받았고, 8월 브리즈번 북부 카불쳐에서 딸기를 따면서 8시간 동안 $60을 받았다. 그는 또 퀸즐랜드 차일더스(Childers) 인근에서 귤을 따면서 하루에 세후 $100을 받았지만 낡은 카라반에서 거주해야만 했다.

그는 “호주 농장에서 몇번 실망스런 경험을 했다. 나는 노동착취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다”면서 “온라인 구인 광고에 답변할 때는 일자리가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없었다. 도착해서 일을 해봐야만 합리적인 임금인지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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