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 반항적이고 거침이 없어 보이는 한국의 미소년들이 세계의 팝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방탄소년단’(BTS)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돌 랩/록 그룹이다. 기성 세대에겐 좀 생소하지만, 이들은 데뷔하면서부터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그들의 랩과 댄스가 선풍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인기를 얻었다. 

이들의 노래에는 사랑과 아픔이 있고 희망과 즐거움이 있으면서도 사회적 이슈에 대한 반항과 도전이 있다. 절제 가운데 튀는 파격, 카리스마 속의 빠른 템포, 반항과 분노 그리고 사랑과 자유를 갈망하는 애절함이 담긴 그들의 표정은, 마치 젊은이들의 가슴에 담긴 갈망과 염증을 활화산이 폭발하듯 용암을 토해 내는 것 같다. 그들의 무대엔 금방 그들의 음악에 빠져들게 하는 마성의 기가 잠재한다. 

그룹의 이름도 ‘어떤 총알이라도 막아내는 방탄’이라는 의미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들은 7명으로 대부분 20대 초반의 청년들이다. 2013년 6월 3년의 연습생 시절을 거쳐 데뷔했다고 하니 이들이 음악을 시작할 때는 불과 10대 중후반의 청소년들이었을 것이다. 고된 3년의 인턴 기간을 지낸 이들은 대한민국의 국적을 갖고 미국으로 또 국경을 훌쩍 뛰어 넘어 세계 젊은이들을 열광 시키고 있다. 며칠 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 참석해 ‘DNA’ 라는 노래를 선보였다. 이 장면이 ABC를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 되고 미국 NBC ‘엘렌 드제너러스 쇼’에 초대를 받아 ‘마이크 드롭(MIC Drop)’ 이라는 곡을 처음 보여주었다. 사회자와 방청객을 메운 백인, 흑인 소녀들의 절규에 가까운 환호성은 마치 비틀즈가 미국에 처음 왔을 때를 연상케 하는 파격을 보여주었다. 

미국 미디어와 인터뷰를 할 때, 우리는 한국 사람이지만 어릴 때부터 외국 드라마로 영어를 배우고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세상 저쪽에 사는 세대의 문제와 갈등을 공유하고 세계 젊은이들의 생각과 정신을 이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으니, 자신들의 음악은 세상을 사랑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환호하는 팬들의 소음 속에서도 자신들은 사랑을 전하고 싶다고 초점을 흐리지 않는다. 리더의 유창한 영어는 사회자의 예상치 않는 질문에도 자유분방하게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다. 거칠어 보이는 음악과 겉 모습과 달리 그들의 말엔 부드러움과 점잖은 생각이 배어있다. 

그들은 이미 20대 초반에 미국에서 개최된 2017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K-POP 그룹 최초로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했고 ‘인터내셔널 슈퍼스타’ 라고 불리며 단독 무대를 펼치는 영예도 얻었다. 최근 선보인 Mic Drop 은 미국 등 57개국의 아이튠즈 차트 1위를 차지하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비슷한 많은 20대들이 아직은 꿈같이 여기는 최고의 자리에 이르고 이젠 더 높은 곳에 도전하고 있다. 아직 성공하지 못한 많은 인생의 연습생 시절을 보내는 20대의 인턴들이 우리 주위에 허다하다. 실패와 좌절의 아픔이 있지만 방탄소년단의 노래는 이들에게 또 다른 희망을 힘차게 격려한다. 성공한 인턴의 노래는 실패했어도 좌절치 않게 하는 가사 말을 담았다. 좌절의 총알이 날아와도 뚫을 수 없는 방탄의 든든한 방패는 바로 자신을 사랑하고 세상을 희망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란 메시지이다. 새로운 문을 두드리며 들어서는 새로운 인턴들의 앳된 모습이 신선하다. 아직 또 다른 기회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을 위해 다가가는 젊은 도전은 특별한 설명이 덧붙여지지 않아도 용납될 수 있다. 모두가 최고에 자리에 오르는 것이 원래 인생의 이치는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성공하지 않아도 이런 청소년들의 고백이 있으면 그들은 실패한 젊음이 아니다. 

이들은 어린 나이에 좀 더 일찍 인턴과 같은 반듯한 연습생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설만큼 성숙의 과정을 거친 그들의 음악과 내면의 메시지는 온 세상의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이다. 그들에게는 깡패같은 모습이 있어도 실제 젊잖은 내면이 있다. 이들의 노래는 겉은 거창한 지위로 도배돼 있어도 깡패의 방식으로 사는, 인턴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많은 인생의 허망한 빈틈을 뚫는 총알이 된다. 

C.S Lewis는 사랑과 악은 동일하게 복리로 증진한다고 말했다. 또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 진정한 인턴의 시절을 새로이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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