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혐 일상화’ 벗어나기를 기대하며 

11월 마지막 주 또는 12월이 시작되는 이번 주말을 기해 한인사회 송년모임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학교 동문회, 향우회 등을 비롯한 다양한 한인단체들은 오래 전부터 뜻 깊은 송년모임을 위한 준비를 해 왔다. 한인 상권의 주요 식당들이 그나마 이런 송년 모임으로 분주해지는 모양새다. 

송년모임은 디지털 시대에 한층 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접속’은 일상화 됐지만 ‘접촉’은 갈수록 드물어지고 있는 세태 속에 모처럼 반가운 얼굴들을 마주하고 음식과 함께 정담을 나눌 수 있는 송년모임은 고단한 이민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소중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위로와 축하를 건네고 인간적인 교분을 쌓을 수 있다는 건 아날로그적인 송년모임만이 선사해 줄 수 있는 귀한 선물이라 할 것이다.

송년회는 말 그대로 한해를 되돌아보며 잘 마무리 하자는 취지의 모임이다. 한해를 잊는 자리라는 뜻의 ‘망년회’보다는 송년회가 훨씬 더 건강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 준다. 그런 만큼 송년회가 지나치게 흐트러진 분위기로 흐르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먹고 마시며 잘 노는 것도 중요하지만 송년회는 무엇보다도 다가오는 한 해를 위해 참석자들이 서로 격려를 나누는 자리가 돼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송년회를 좀 더 의미 있는 모임으로 만들기 위해 장학금 전달 등의 순서를 갖는 단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또 회원들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참석비를 받지 않는 모임도 늘고 있는 추세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동문이나 회원들이 조금 더 부담해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배려도 ‘나눔의 계절’에 걸 맞는 보기 좋은 풍경이다. 

송년회의 깔끔한 마무리는 물론 안전한 귀가이다. 자칫 송년회의 흐트러진 분위기가 사건이나 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음주 운전은 절대 금물이다. 술을 마실 생각이면 미리 운전자를 지정하거나 자동차 키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한다. 시드니에서도 대리운전이 가능하다. 한해를 차분히 돌아보며 신년을 다짐하자는 좋은 취지의 모임이 악몽의 시작이 되는 건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한가지 더 바램이 있다면 올해 한국의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인한 의견 충돌과 사회적 갈등이 새해가 되기 전 한결 순화됐으면 하는 점이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대척 관계에 있으면 이른바 ‘극혐(극도의 혐오)’이 일상화되어 있다는 점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과격하고 몰상식한 언쟁이 오고가는 사이에 진정한 이해와 소통은 불가능하다. 
학연에 지연에 직장의 집단 이기주의까지 얼키고 설켜 분열이 심한 한국 사회의 모습이 호주 동포사회에서는 순화되고 상식선을 넘지 않도록 자제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한해를 보내면서 올해에 아숴웠던 사람들과 꼬이고 섭섭한 감정을 푸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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