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과 벤자민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

호주, 유럽 “두 국가 해법 지지” 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 가운데 중동 정세 격변을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위치한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7일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은 “예루살렘의 최종 지위는 반드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협상을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면서 “호주 정부는 텔아비브의 현재 호주대사관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호주는 미국과 동맹국이며 중동 이슈에서 전통적으로 이스라엘을 강력히 지지해 온 우호 관계이지만 비숍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따를 가능성을 배제했다. 비숍 장관은 “호주는 양국 국민들이 안전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경계 안에서 거주하는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을 지지한다. 미국 대사관 이전은 미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연초 비숍 장관은 호주 유대인 커뮤니티와의 대담에서 “호주 정부가 예루살렘에 외교관을 주재시킬 수 있지만 대사관은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의 유대인 커뮤니티는 호주가 트럼프 대통령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호주유대인상임위원회(Executive Council of Australian Jewry)의 피터 워심(Peter Wertheim) 위원장은 대부분 국가 대표자들이 이스라엘 정부 대표를 예루살렘에서 회동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현실을 인정한 실용적 승인(pragmatic acknowledgement of an existing reality)”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호주의 팔레스타인 지지네트워크(Australian Palestine Advocacy Network: APAN)의  조지 브라우닝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발표는 팔레스타인의 좌절감이라는 성냥곽에 불을 던진 것이다. 평화 협상 토대를 깡그리 무시한 처사”라고 성토하고 “우익 극단주의자들이 이스라엘과 백악관을 차지했다. 호주는 국제적 양심을 지켜야 하고 텔아비브에 호주 대사관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스웨덴의 마르고트 발스트룀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예루살렘에 대한 독단적 행동은 역내외 평화와 안정을 저해한다"고 우려하고 “유럽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국경 안에서 예루살렘을 두 나라의 수도로 삼아 평화와 안보 속에 나란히 살아가야 한다는 두 국가 해법을 고수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제러미 코빈 야당(노동당)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평화에 대한 분별없는 위협"이라며 "영국 정부는 이 위험한 행동을 규탄하고, 공정하고 실현 가능한 갈등 해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루살렘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모두의 성지인 탓에 이곳을 둘러싼 역사적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유엔은 1947년 예루살렘을 국제법상 어떤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지역으로 선포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예루살렘 동부와 요르단 강 서안 지구를 점령한 뒤 예루살렘 전체를 자신들의 수도라고 천명했다. 팔레스타인은 예루살렘 동부를 자신들의 미래 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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