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도어맨들 중 동유럽 이민자 13명의 사진을 담은 호주의 사진작가 알리나 고지나(Alina Gozin’a)의 ‘문앞에서(At the Door)’ 전시회가  시드니 마틴 플레이스 1번지 (웬트워스 갤러리스 Wentworth Galleries)에서 16일까지 열린다. 뉴욕과 유럽 전시 이전 호주에서의 첫 전시회다.

타협없는 작업과 ‘그림같은 사진’으로 유명한 고지나는 구소련 붕괴직전인 14살 때 가족과 함께 호주로 왔다. 주로 하퍼스 바자 등 패션잡지에 세계적인 배우들을 비롯한 유명인사와의 사진작업을 해왔던 그녀가 이번에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보이지않는 존재(invisible)로 살아가는 ‘뉴욕의 도어맨’들에 주목했다.
고지나가 도어맨에게 관심을 갖게된 것은 뉴욕에서 집을 찾는 중에 시작되었다.  “이들의 존재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왜 뉴욕에는다른 사람을 위해 문을 열어주고 우편물을 받는  이런 남자들이 필요한가? “
150여년 동안 뉴욕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잡은 도어맨에 대한 작업은 이렇게 그녀의 호기심에서 비롯되었고 그 호기심은 전 세계 노마드로 퍼져있는 ‘이민자들의 삶이 갖는 의미’에 닻을 내린다.

뉴욕 타임스는 언젠가 도어맨들에 대해 ‘이 도시에서 가장 과소평가되었지만 가장 강력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피터 베어만 (Peter Bearman)은 책 ‘도어맨’에서  ‘비밀의 문지기’라고 묘사했다.

"도어맨들은 자신들이 지키는 문 안 사람들의 직업, 방문객, 심지어  무엇을 먹는지 등에 이르기까지  다 알고 있다. 또한 고객의 비밀을 끝까지 지켜준다(confidante)”. 하지만  ‘문안의 사람들’은 ‘그 문을 지키는 사람들’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 

고지나는 13명의 동유럽 이민자들이 유니폼을 입은 모습과 일상복 사진을 함께 선보인다. 동시에 그 둘사이에서 무엇이 그들의  진정한 모습인가라고 묻는다.
13명은 떠나 온 땅에서 의사였거나 전직화가, 건축가, 엔지니어들이었다. 꿈을 갖고 떠난 그들은 여전히 그 꿈을 가지고 있을까?

“도어맨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식당에서 그릇씻는 것보다는 낫지만 고향에서의 직업이나 내가 갖고있던 꿈과는 거리가 멀다”. 

굳게 닫힌 문 뒤의 화려하고 웅장한 문 안의 사람들과 그들의 비밀과 안전을 지키는 이민자 도어맨들. 이민을 택한 진정한 댓가는 과연, 무엇일까? 

고지나는 구소련이 무너지면서 러시아 국적을 포기하고 ‘빈손으로’ 고향을 떠났다. 전쟁에 대한 공포와 함께 고향을 그리워하며 새로운 땅에 정착하는 동안 그녀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경험과 상처들.

“내 경우는 이민의 경험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모든 이들이 나같이 운이 좋은 것은 아니다.  이민자들의 위대한 희생, 그 것을 난 세상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올해는 이민에 대한 전 지구적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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